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으로 만든 것이 바로 3·1운동”이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1948년 건국절’ 주장을 일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된다”며 위안부 합의에 대한 생각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만간 대북특사를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대북 특사는 한미연합훈련이 있을 예정인 4월 이전에 파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2일 아침에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법원행정처 ‘서울대·서울 초임 판사’ 편향 깨졌다”
국민일보 “文대통령 ‘가해자 日, 끝났다 말해선 안돼’… 위안부·독도 반성 촉구“
동아일보 “대통령 개헌안에 4년 중임제 중점 고려”
서울신문 “독도·위안부 부정하는 日에… 文 ‘미래 없다’ 경고”
세계일보 “韓·美 정상통화… 비핵화 공조 협의”
조선일보 “文대통령 ‘대북특사 조만간 파견’”
중앙일보 “미투 고발 뒤 또 웁니다 … 재판 가도 고작 벌금형”
한겨레 “문 대통령 ‘임정이 건국 뿌리’ 선언…‘역사 주류로 세울 것’”
한국일보 “구조조정 올스톱… 경제가 곪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99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독립선언서에 따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이었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에서 주장하고 있는 ‘1948년 건국절’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3·1운동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이며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명백하게 새겨 넣었다”며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에게 헌법 제1조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태극기와 애국가라는 국가 상징을 물려줬다”며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 발언을 두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임시정부가 아닌 남한 단독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가 거세게 전개됐다”며 “기득권 세력이 건국 이전의 친일 행적을 희석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1919년 수립된 상하이 임시정부의 정통성에 기반하고 있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 2일 한겨레 1면.
▲ 2일 한겨레 1면.
경향신문 역시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봐야 한다는 주장의 이면에 ‘이승만 미화’가 깔려 있다는 건 공지의 사실”이라며 “이제 임시정부 법통을 무시하고, 독립운동가를 평가절하하는 소모적인 건국절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3.1절 정신이 촛불로 이어졌다는 것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으로 만든 것이 바로 3·1운동이었다”며 “지난 겨울 우리는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3·1운동으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되살려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친일 세력과 재벌, 적폐 기득권 세력이 아닌 정의로운 시민들이 주류가 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1면 머리기사로 뽑았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2020년 개관하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 대한민국을 세운 수많은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길 것”이라며 “3·1운동에 참가한 나무꾼도, 광부도, 기생도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의 이름으로 새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2일 경향신문 1면.
▲ 2일 경향신문 1면.
이날 연설에서는 일본과 관련된 이슈가 주요하게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된다”며 “전쟁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독도가 우리 고유의 영토라는 사실을 일본이 부정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독도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일본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해 과거사 문제 해결과 한·일 협력을 분리·병행하는 ‘투트랙’ 전략 방침을 재확인했다.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장소나 내용이나 역대 대통령 중 일본을 향해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 2일 조선일보 사설면.
▲ 2일 조선일보 사설면.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일본은 문 대통령 연설을 합의 파기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최종적·불가역적이란 비외교적 표현이 들어간 문제가 있지만 우리 역대 정부의 위안부 협상 목표를 상당수 달성한 합의인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가 이 합의를 부정하겠다면 그 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일본은 우리보다 더 강력한 외교 조직과 자원을 가진 나라다. 국제적 평판과 영향력도 높다”며 “이런 나라와 외교 전면전을 벌이려면 치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일본에 역공을 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2일 중앙일보 사설면.
▲ 2일 중앙일보 사설면.
문 대통령 3.1절 연설에 대해 언론은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문 대통령 연설에 ‘시원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썼다. 반면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 연설에는 3·1운동이 왜 일어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을 보전·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비전은 빠져 있었다”며 “지금 한반도의 위기는 북한의 핵 문제에서 비롯됐다. 그런데도 기념사에서 북한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 2일 중앙일보 1면.
▲ 2일 중앙일보 1면.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만간 대북특사를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지난달 2일 이후 한달 만으로, 북한이 김여정 특사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한 뒤 처음으로 이뤄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문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부터 30분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때 논의했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 김여정 특사의 답방형식으로 대북특사를 조만간 파견할 계획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양 정상은 향후 진행될 남북 대화의 진전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특사 파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한겨레는 “대북특사는 이번달 안으로 파견될 것 같다”며 “4월 초엔 평창겨울올림픽으로 연기된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될 전망이어서 그전이 특사 파견 적기인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청와대 일각에서는 대북특사가 북한으로부터 핵·미사일 실험 동결 등 일정한 양보를 받아낸다면 이를 갖고 미국에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탐색적 북-미 대화를 설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고 썼다.

대북특사로는 지난달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로 방남했을 때 만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거론된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젯밤 전화 통화를 했지만 한·미 간에 정보와 판단이 제대로 공유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한·미 대통령이 통화하고 발표는 늘 잘됐다고 하는데 그 후 실제 벌어지는 일은 딴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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