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집값 급등 현상을 막을 대책으로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과거와 현재의 입장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특히 12년 전 당론으로는 분양원가를 공개한다는 입장이었지만, 1년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공공부문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의 확대를 위한 법 개정안 통과에 이견을 냈다. 그래서 당시 법안이 통과하지 못한채 소위원회로 넘어갔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다수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다며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정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 중위권 평균 아파트값이 6억 원이던 것이 7억5000만 원으로 1억5000만 원 뛰었다. 16퍼센트 올랐다. 1년4개월 동안 전국적으로 450조 원의 거품이 생겼고 서울에서만 두 달 사이 100조 원 거품이 발생했다. 심지어 대학생들까지 은행대출 받아서 갭투자,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형국이다.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 대표는 “분양원가 공개를 포함해 분양가상한제 후분양제 3종 세트가 집값을 잡는 특효약”이라며 “시민사회와 또 국토부에서도 분양원가 공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일단 집값을 잡는 근본 대책은 분양원가 공개에 있다는 대세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당대표 때인 천막당사시절 한나라당은 공공부문 분양원가 공개가 당론이었다. 2006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시절엔 민간부문까지 포함해 분양원가 공개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그래놓고 법사위 소위에서 분양원가 공개는 사회주의정책이다 이제 와서 시장원리에 안 맞는다고 하는 것은 박근혜 강재섭 시절에 당론으로 만들었던 조치에 대한 자기부정이고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법사위는 발목잡기를 즉각 중단할 것 촉구한다”며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바꾸면 곧바로 국회서 분양원가 공개법이 확정된다”고 강조했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 연합뉴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 연합뉴스
분양원가 제도는 지난 2007년 노무현정부 말기에 시작돼 건축비의 61개 항목을 공개하도록 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이를 12개 항목으로 대폭 줄여 사실상 유명무실해져왔다.

이번에 분양원가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경기도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부터이다. 경기도시공사가 지난 7일 공개한 아파트 공사원가의 실제건축비를 보면 소비자에게 분양한 건축비와 실제 건축비가 3.3㎡당(평당) 26%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교 대상 아파트의 평균 소비자 부담 분양 건축비는 평당 658만 원이었지만 실제(도급) 건축비는 523만 원이었다. 전용 84㎡(33평)기준 4400만 원이 더 비싸다는 얘기가 된다.

1년 전 법사위서 윤상직 “법에 숫자로 대못박아, 이게 시장경제냐” 반발

자유한국당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분양원가 공개가 당론이었으나 주택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이 지난해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오자 이의를 제기해 소위로 넘겼다.

미디어오늘이 지난해 9월26일 열린 제354회 제3차 법제사법위원회의 국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당시 법사위원이던 김진태 주광덕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그날 법사위 통과에 이견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진태 의원은 분양원가 항목을 12개에서 61개로 확대하기로한 주택법 개정안을 두고 “분양원가를 대폭 공시하도록 하자 이런 내용인데 기업의 영업기밀을 침해한다는 여러 가지 업계의 우려가 굉장히 많다”며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또 기업활동 자유의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서 좀 더 논의를 해 봐야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주광덕 의원도 “충분히 헌법이나 법률체계의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기업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위원들이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입장에서 이유 없이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 쭉 얘기를 들어 보면 충분히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논의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윤상직 자유한국당 법사위원은 “왜 자꾸 2007년도 61개 분양가 공시항목을 가지고, 2012년도에 12개로 줄였는데 다시 또 퇴행하고 있느냐”며 “주택정책을 이렇게 고무줄 식으로 댕겼다 밀었다 이래도 되는 것이냐. 이번에는 아주 그냥 대못 박으려고 주택법에다가 숫자까지 넣어요. 이게 시장경제입니까? 과잉금지 원칙에도 크게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은 “왜 여기 12개는 안 되는 것이며, 왜 61개가 돼야 되는 것이며 이 부분에 대해서 전혀 모르겠다”며 “이게 뭡니까, 정부가. 부끄럽거든요. 이 부분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성호 의원과 백혜련 의원 등은 “주거 안정의 문제도 있지만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공시항목이 확대되면 굉장히 선택에 있어서 폭이 넓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며 통과를 주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시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채 2소위로 넘겼다.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민주평화당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민주평화당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 간사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토교통위에서 합의해서 통과한 것이 법사위에서 잡힌 것은 다른 야당(자유한국당)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광덕 법사위원 “공공주택의 경우 분양원가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야”

이에 자유한국당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국회 법사위원 등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비판과 관련한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부터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에서 법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광덕 의원은 공공주택의 분양원가 공개의 확대하는 방향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해 9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간 찬반의견이 갈리고, 분양원가 공개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보다 국토교통부 령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위원 검토의견이 있었다”며 “그래서 효율적인 논의를 위해 제2소위로 넘겨 심도있는 논의를 하기로 한 것이지 우리가 일방적으로 반대해서 통과가 안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 의원은 분양원가 공개 확대 관련 자유한국당 당론을 두고 “아직 당론은 채택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내 개인 의견으로는 분양원가 공개를 적극적인 자세로 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공공에서 주택 분양을 하는 것은 민간이 출자한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의 이익을 내는 것 보다 주택보급을 원활히 해서 가격을 안정시키고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위한 취지에서라면 (분양 원가를) 공개 못할 것이 없다. 기본 방향으로는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향후 열릴 2소위에서도 그렇게 논의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3월5일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주광덕 블로그
▲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3월5일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주광덕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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