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에 손재영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이 7일 취임하자 친원전 성향의 관료 출신이라며 적합하지 않은 인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이날 제12대 신임 원장으로 손 전 원장이 취임했다고 밝혔다. KINS는 1990년 2월 설립된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원자력안전규제 전문기관으로서, 원자력 및 방사선 안전규제 전문분야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손 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KINS는 손 원장이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나와 1990년 과학기술처에서 원자력안전 및 통제정책 업무로 공직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손 원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2011년~2013년)과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2015년~2018년)을 지냈다.

손재영 원장은 취임식에서 “현장중심의 안전검사로 사고고장을 예방하는데 최우선 역점을 두는 한편, 생활주변방사선 분야 관리도 철저히 해나감과 동시에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가치 실현에도 힘써 나가겠다”고 밝혔다.

원자력 관련 단체 등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원자력 안전과 미래’(대표 이정윤)는 이날 오후 성명에서 이번 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단체는 손 원장이 지난해 12월 시민사회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원자력안전위원장 후보를 사퇴했다며 손재영씨를 취임시킨 것은 과연 어떤 안전철학에 의한 선택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손 원장이 지난 2013년 생활방사선법 지정 문제로 사실상 라돈침대 사건에 대한 부실한 대응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단체는 “그가 2013년 원안위 사무처장 시절 생활방사선법 제정을 총괄하면서 전문성이 전혀 없는 원자력안전재단을 생활방사선 전문기관으로 지정했다. 이것이 라돈침대의 무기력한 초기대응의 한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 안전과 미래는 이밖에도 손 원장이 원안위 사무처장 시절 원안위 관료중심 운영을 추진하다 신임 이은철 원안위원장에 의해 2013년 5월 퇴출된 이유를 두고 “원안위 운영의 전횡을 우려한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 손재영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사진=원자력안저기술원
▲ 손재영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사진=원자력안저기술원
손 원장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동기인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7일 “킨스(KINS)는 전문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원장에 전문가 출신이 돼야지 굳이 공무원 출신을 임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킨스 원장을 아무나 해도 된다는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손 원장의 성향을 두고 “교육과학기술부 시절부터 원자력업계에 깊숙이 개입했던 사람이다. 원전 진흥 쪽 마인드를 갖고 있다. 규제기관은 원전 진흥 마인드보다는 중립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향후 상위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킨스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손 원장은 박종운 교수 뿐 아니라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장과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동기이다. 강 위원장은 손 원장과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사무처 주요 인사들이 손재영 원장과 같은 시절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 포진돼 있다. 박 교수는 “과거에도 사무처와 원자력안전위원장 간 업무를 두고 갈등을 빚는 사례가 있었는데, 강 위원장과 손 원장과 잘 안 맞으면 강 위원장이 고립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원자력유관기관의 한 연구원도 “원안위에 손 원장과 가까운 사람이 많다는 것은 업계에서 다 아는 얘기”라며 “주로 원자력 진흥쪽 사람과 교류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던 사람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원자력안전위원 출신인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7일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제시하는 방향대로 잘 나가면 문제 없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우려스러울 수 있다. 강 위원장이 손 원장 등에 휘둘려서 원안위 역할을 못하고 과거 정부와 비슷하게 움직이면 시민사회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손재영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7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저기술원
▲ 손재영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7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저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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