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1년 정부 정책 소통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중구 유네스코회의장에서 열린 한국PR학회 주관 특별세미나에서다. 대내 개혁 커뮤니케이션과 대외 평화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구분해 문재인 정부 소통 전략이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한 소통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언론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 소통 전략을 처음으로 전면에서 다룬 점에서 눈여겨볼만한 대목이 많다.

발표자 신호창 교수(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는 우선 ‘촛불정부’ 문재인 정부 앞에 적폐청산과 시스템 복원, 정책 개혁과 같은 대내적 과제와 냉전 종식, 긴장 완화를 통한 평화 정책 완수라는 대외적 과제가 놓여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수행 능력이 문재인 정부가 지닌 운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적폐청산, 개혁, 냉전체제 종식 등의 과정에서 대내적으로는 적폐세력, 반대세력, 지지세력, 언론, 여론주도층, 공무원 등, 대외적으로는 세계 각국 특히 열강의 정부 지도자, 언론, 여론주도층 등을 이해시키고 문재인 정부의 대내외 정책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과거 정부의 소통 전략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소통 전략을 비교했다. 신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관련해 “정권 1년차 때 충분한 홍보 추진 시스템을 갖춰놓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국민의 정부는 공보처를 폐지하고 공보처 기능을 국무총리실 아래 공보실로 축소시킨 후 1년 뒤 국정홍보처를 부활시켰다는 점. 참여정부도 홍보의 중요성을 늦게 깨닫고 각 부처 정책기획과 홍보실을 통합해 정책과 홍보를 통합해 수행한 점을 꼽았다.

신 교수는 “이들 정권이 정부초기부터 이와 같은 홍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홍보 프로그램을 강화했다면, 초창기에 이미지 타격을 적게 받아 5년 내내 사뭇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다”면서 실패한 개혁 정책으로 언론 혁신, 보안법철폐, 사립학교법 개정 등을 꼽았다.

신 교수는 “당시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사전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미흡했고 그 결과 야당, 언론, 이익단체, 관련 공중 등의 저항에 부딪히고 그 벽을 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신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 현 정부의 내치를 돌아보면 대입제도 개편, 의료보험개선, 재정정책, 노동개혁, 검경수사권조정 등 각종 개혁 프로그램이 관련 공중들로부터 저항을 받거나 촛불시민 수준에 걸맞지 않게 추진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초기 정책홍보 시행착오를 다시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노후원전 가동 문제의 경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데 성공했지만 국가교육회의가 대입제도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것에 “원전정책에 적용해서 효과를 본공론화라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수십 년 간 시행착오를 겪고 단순하지 않은 정책의 개편에도 그대로 적용될 바람직한 방법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성과를 내재화시킬 국정홍보 시스템 변화를 동시에 추진하지 않는다면 역시 단발성 행사로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소통 전략의 대안으로 소통 주체를 장관, 대변인 뿐 아니라, 전 공무원으로 확대하고 정책홍보를 정책구상, 정책결정, 정책집행, 정책평가 단계별로 나눠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개혁 정책을 실행하기 전에, 이 정책이 왜 필요한지 국민의 이해를 먼저 구해야 하고 소득주도성장, 검경수사권조정, 공수처 신설, 최저임금인상 등이 왜 중요한지,예멘 난민을 인도적으로 대우했을 때 국익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를 국민이 잘 모른다면, 야당이나 정책 공중의 저항 앞에 추진동력이 쉽게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대학입시제도 개편, 최저임금인상, 52시간 근로 등은 설득하려다 우왕좌왕하고 멈칫거리는 형국이다. 전문가, 엘리트, 공무원 중심으로 정책 결정을 하면 정권에 따라 움직이는 한계가 있다”며 정책 집행자와 정책 공중이 정책결정 아고라에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대외 커뮤케이션 전략으로 “주변 4국이 한반도 통일이 자국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며 “전통외교(Foreign Diplomacy)에 더하여 열강의 여론을 움직이고 지지를 받는 공공외교(PublicDiplomacy)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공공외교(Public Relations+Foreign Diplomacy=Public Diplomacy)는 상대 국가의 주요 공중들(언론, 여론주도층, 전문가 등)과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우리 국가의 신뢰도를 높이고 우리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움직이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획득하는 과정을 말한다.

신 교수는 공공외교를 실현시키기 위해 외교부를 미 국무부와 같이 장관, 차관을 정치인으로 임명해 부총리급 조직으로 격상시키고 소프트 파워 창출 기능을 키우는 방안, 문화외교국, 해외문화홍보원과 과거 국가브랜드위원회를 하나로 묶어 대한민국의 평화, 통일, 번영을 위한 공공외교를 본격 추진하는 글로벌소통위(가칭)를 창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범정부 차원의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교육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우리 국민이 북한 사정을 제대로 알고, 통일의 의미를 충분히 받아들여 평화세력을 선택하고, 더 나아가 미래세대 번영을 위해 희생도 감수하도록 이해시켜야 한다”며 “초중고 교육에 북한학과 국제관계학을 묶는 과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는 핵우산과 비핵지대화, 유러시아 시대, 중국(TCR) 및 러시아(TSR) 철도망, 북한의 산업, 교육제도 및 기술 수준 등 통일과 번영으로 가는 주요 상황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PR학회는 세미나 취지를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지만 낮은 경제지표가 국민을 실망시키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국민 소통방향과 방법을 현실적으로 논의하려고 기획했다”고 밝혔다.

박현순 학회장은 “새 정부 경제정책인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은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 지표에 의해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새 정부 국정운영 1년이 지난 지금, 정부와 국민들 간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