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가 충북 제천 화재 참사를 홈쇼핑 형식으로 방송해 문제가 된 프로그램 ‘이니 특별전’을 폐지했다.

지난 26일 KTV는 ‘정책홈쇼핑K’라는 프로그램 속 코너 ‘이니 특별전’을 통해 제천 화재 참사를 다뤘다. 

정책홈쇼핑K는 정부 정책을 시청자들에게 쉽게 전달·홍보하는 데 목적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코너인 ‘이니 특별전’은 주로 문재인 대통령 행보 등을 소개했다. 이날 방송은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박명희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방송은 문 대통령이 참사 현장을 방문한 영상을 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메시지를 내보냈으나 이후 화면에 홈쇼핑 방송 형태의 ‘L자 자막바’가 등장해 논란을 키웠다. L자 자막바에는 ‘이니 특별전’, ‘눈물의 성탄절’, ‘제천 주민 생업 포기’ ‘추모 행렬 참여’ 등의 글귀가 채워졌다.

▲ KTV가 충북 제천 화재 참사를 홈쇼핑 형식으로 방송해 문제가 된 프로그램 ‘이니 특별전’을 폐지했다. 사진=KTV 화면 캡처
▲ KTV가 충북 제천 화재 참사를 홈쇼핑 형식으로 방송해 문제가 된 프로그램 ‘이니 특별전’을 폐지했다. 사진=KTV 화면 캡처
“‘공지’ 방송평 올리면 선물이 따라온다?!”, “2만 원 상당 모바일 상품권 증정” 등의 하단 자막바가 전파를 탄 것도 논란이었다. 진행자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유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지만 방송 이후 비난 여론은 매우 거셌다.

한 시청자는 KTV 방송 게시판에 “정책을 손쉽게 홍보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제천 참사 현장 보도까지 이렇게 다뤄야 했느냐”며 “사람까지 죽은 참사를 마치 엔터테인먼트 형식으로 보도하다니 화가 나다못해 어이가 없다. 정책 방송이 일개 대통령 홍보 방송인 줄 아느냐. 이게(화재 참사) 무슨 즐길 거리, 볼거리인가”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KTV는 사과 방송과 함께 이니 특별전을 폐지했다. 정책홈쇼핑K 진행자인 노정렬씨는 27일 “어제(26일) 방송됐던 ‘이니 특별전’에서 제천 화재 방송 내용이 여러분 심려를 끼친 점,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노씨는 “이니 특별전 코너는 정책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행보를 통해 이번 참사 현장을 짚었다”며 “방송 내내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전문가 분석과 진상규명,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 대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해드렸는데 그 과정에서 홈쇼핑 형식의 (자막)바가 떠 있었고 일부 불편을 끼쳐드렸다.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진행자인 한유진씨는 “이니 특별전은 오늘부로 폐지토록 하겠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TV 관계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초 기획 의도는 정부 정책이 딱딱하고 어려워 국민들과 소통이 안 되다보니, 홈쇼핑이라는 콘셉트를 차용해 보다 쉽게 알리기 위함”이라며 “대통령 철학이나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드리자는 취지였다. 사전에 제천 화재 참사와 어울리지 않는 형식을 유의하지 못한 점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방송 제작자 책임 조치’ 등에 대해 “그런 부분을 포함해 사전 심의 절차 등 전반적인 것을 내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희 불찰로 인해 유가족에게 슬픔을 안겨드린 데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있자 야당 3당은 “국민 재난과 참사마저도 ‘이니 띄우기’를 위한 홍보용”(자유한국당), “문재인 정부 쇼통이 도를 넘었다”(국민의당), “지지율에 취하고 ‘쇼통’에 중독되다 보니 청와대가 이제 국민의 희생마저 쇼에 활용하기 시작했다”(바른정당) 등의 논평을 내놓으며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정책방송원 KTV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현재 원장은 KBS 부사장 출신 류현순 원장이다. 문체부는 지난 2015년 2월 류 원장을 한국정책방송원장에 임명했다. 

류 원장은 2014년 6월 세월호 보도 통제 논란을 부른 길환영 전 KBS 사장이 해임된 뒤 사장직무대행을 맡으며 차기 KBS 사장 후보로 나섰지만 조대현 전 KBS 사장에 밀린 뒤 KTV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언론노조 KBS본부는 류 후보를 ‘부적격 후보’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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