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사의 지상조업을 도급받은 자회사 ‘(주)케이에이’(이하 KA)의 한 여직원이 ‘흡연을 했다’는 이유로 심한 질책을 받고 매니저들로부터 퇴사 협박까지 당했다. 근로기준법상 ‘남녀 평등 처우’ 원칙에 반하고 선배 직원의 집단적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회원관리를 담당하는 KA 소속 여직원 A씨는 지난달 13일 근무 중 담배를 피고 돌아온 뒤 매니저 B씨에게 ‘여직원은 담배피면 안되는 거 모르냐’며 질책을 들었다. A씨는 불합리한 지적이라는 생각에 ‘남직원한텐 이런 문제로 말한 적이 없는데 왜 저한테만 이러시느냐’고 대꾸했다. 매니저 서너명이 이 대답을 ‘태도불량’으로 찍어 일주일 여 A씨에게 ‘공개사과 하지 않으면 퇴사하라’고 강요했다.

당시 A씨는 10분 남짓 자리를 비웠다. A씨는 회사 다니는 4여 년 동안 흡연을 해왔고 그 동안 승객에게 항의민원을 받은 적은 없다. A씨는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고 냄새가 남지 않도록 청결에 신경써왔고 흡연 횟수도 하루 평균 2~3번 정도였다.

▲ 과장을 포함한 매니저들은 '사표쓸 각오'를 언급하며 A씨를 퇴사시켜야 한다고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단체로 모의했다. 이들은 흡연에 대한 질책을 듣고 A씨가 반발을 한 것을 '매니저의 위신을 깎아내렸다'고 간주했다.
▲ 과장을 포함한 매니저들은 '사표쓸 각오'를 언급하며 A씨를 퇴사시켜야 한다고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의견을 주고 받았다.  


과장 등 매니저급 직원들은 A씨가 즉시 반성하지 않은 태도가 잘못됐다며 “스스로 나간다고 한 말 지키라”며 퇴사를 강요했다. 질책 당시 B매니저가 ‘흡연하다 걸리면 제적당할 수 있다’고 말하자 A씨가 ‘그게 맞다면 팀장님께 보고하고 퇴사 하겠다’고 답한 걸 문제 삼았다.

A씨는 세 차례 매니저 B씨를 찾아가 사과 했으나 B씨는 ‘공개사과를 하라’거나 ‘너의 태도는 죄송한 태도가 아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C과장은 지난달 16일 A씨를 만나 “너 담배 핀거 나한테 처음 걸렸을 때 담배 피지 말라고, 유니폼 입고 피지 말라고, 버스 타는 데서 피지 말고 피고 싶으면 집에 가서 피라고 그렇게 얘기했다”면서 “(직원들 앞에서) 공개 사과하고, 앞으로 똑같은 하극상 일어나면 그땐 두말없이 그만둔다고 싸인(서약)하라”고 했다. C씨는 “너가 안 그만두면 내가 그만둔다”며 퇴사 요구를 듣지 않는 A씨에게 “지X하네” “진짜 욕나오네” 등의 폭언도 했다.

이들의 질책과 달리 KA엔 ‘흡연을 하면 징계받는다’는 규정은 없다. KA 관계자는 “금연은 직원 의무조항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했다.

원청인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금연회사인 것은 맞지만 이 규정을 협력업체에 요구하거나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여행객이 아시아나항공 창구를 방문해 항공권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여행객이 아시아나항공 창구를 방문해 항공권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수의 KA 직원들은 남자 직원이 이런 질책을 들은 경우는 못 봤다고 밝혔다. 한 직원은 “팀장들이 시간이 빌 때 남자 직원들에게 ‘한 대 태우고 오라’고 말하는 걸 종종 본다”고 했다. 한 남자 직원도 “3일에 한 갑 정도 피우는데 일이 힘들다 보니 1층 계류장이나 직원 쉼터에서 눈치 보지 않고 흡연하는데, 공용구역에서 유니폼 입은 채 흡연하는 건 금한다”고 했다. 당시 A씨도 공용구역이 아닌 직원 쉼터에서 담배를 폈다.

여직원 흡연만 문제 삼은 것에 김민아 노무사는 “담배를 피면 제재를 가한다는 취진데, 여자라는 이유로 제재가 하나 더 있는 셈”이라며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로 하여금 성별을 이유로 차별 대우를 못하게 한다. 관리자의 차별 대우를 회사가 묵인하는게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배 직원들이 집단으로 공개사과나 퇴사를 강요한 행위와 관련해 오진호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류될 것”이라면서 “잘못 하지 않았는데도 시말서나 사유서를 쓰라고 강요해 썼을 경우 헌법 상 양심의 자유 침해가 돼 문서의 효력이 없다고 본 판례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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