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언론 혐오 논란이 시사주간지 ‘한겨레21’로 옮겨 붙었다. 한겨레21이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 얼굴 사진이 단독으로 실린 1162호(5월22일자 “새 시대의 문”) 표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하자 누리꾼들이 수백 개의 악성 댓글을 통해 비난을 퍼붓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누리꾼들은 “아무리 보기 싫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이런 사진을 쓴다는 건 너무 속이 들여다보이는 졸렬한 짓”, “머리 검은 짐승이라는 게 딱 이 언론사의 케이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나 권위주의적으로 보이길 원했으면 위로 올려다보는 구도로 찍은 사진을 썼나 싶네요”, “언론사인지 양아치인지 진짜 그렇게 문재인이 싫으면 걍 쓰지마세요”, “좋은 사진들 많더구만, 특히 문 대통령님은 눈이 생명인데, 쩝. 옛다-던져주듯이, 기분 그렇네요”, “타임지 팔리는 거 보니깐 돈은 벌고 싶고. 사진 이따구로 할꺼면 그냥 내지마세요. 어처구니가 없네” 등의 댓글을 달았다.

누리꾼 반응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한겨레21은 대선 기간 동안 이재명·안희정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와 남경필 바른정당 경선 후보, 같은 당 유승민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등을 단독 표지 모델로 실었으나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단독으로 실은 적 없고 두 번째 대통령 당선이 있던 주인 1161호 표지(“촛불이 대통령에게”)에도 문 대통령 사진이 실리지 않았으며, 세 번째 1162호 표지 역시 못마땅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길윤형 한겨레21 편집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번 표지 사진은 사진 부장과 함께 선택한 것인데 강인한 사진이라는 생각에 선택했다”며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 사진은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지도자의 결의와 고뇌가 느껴지는 것 같아 표지로 골랐다”고 말했다.

▲ 한겨레21 1162호 표지(왼쪽)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표지.
▲ 한겨레21 1162호 표지(왼쪽)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표지.
한겨레21측 설명에 따르면 1162호 표지 전까지 문 대통령 단독 사진이 없었던 까닭은 한겨레21 선거 보도 기획이 군소 후보에서 시작해 유력 후보로 올라가는 순서로 기획됐다는 데 있다. 시의성 측면에서 경선이 끝난 이후 경선 후보를 다루기 어렵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서로를 응시하는 그래픽 사진 표지(1160호)가 선거 직전에 실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월호 3주기 특집(1157호)과 국정원의 민간여론조작팀 ‘알파팀’ 특종(1158호)과 같은 이슈는 한겨레21만의 특종과 세월호 기획이었기 때문에 대선 기간 중에도 표지로 실렸다. 선거가 있던 주에 가판에서 팔렸던 1161호의 경우는 제작 시점이 대선 전이었다. 이 때문에 특정 후보 사진을 싣기보다 대선 이후 상황을 전망하고 촛불대선 의미를 되짚는 기획이 실렸다.

길 편집장은 “(1161호의 경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처럼 한국의 대선을 코앞에 두고 외신이 특정 후보를 표지에 싣는 것은 가능할 수 있으나 국내 주간지가 (선거 직전) 결과를 예측하고 특정 후보를 싣는 것은 아무래도 조심스럽다”고 말한 뒤 비난 여론에 대해선 “저희 입장에서는 더욱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겨레21 페이스북에는 누리꾼의 맹목적 비난을 비판하는 댓글도 있었다. 한 페이스북 유저는 “지금까지 한겨레 논조가 맘에 안 드시면 그걸 제대로 비판하시거나 아니면 명백한 오보가 났을 경우 그걸 비판하셔야 정당한 비판이죠”라며 “사진이 못 나왔다는 이유로 이렇게 달려들어서 용안이 어쩌고, 애정이 안 담긴 사진을 쓰면 어쩌고, 거기에다 혐오 발언, 차별 발언이 가득 섞인 비아냥들. 이것이 님들이 바라는 문재인의 나라입니까”라고 비판했다. 다른 유저들도 “문재인 아이돌이냐 뭐냐. 적당히들 해요”, “니들이 박사모랑 다른 게 뭐냐” 등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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