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답변 좀 부탁드립니다.”
“(정색하며) 거 이상하게 이야기하면 나 바로 끊어버릴 거야.”
“개그콘서트에 있다가 얼마 전 웃찾사로 가셨잖아요?”
“(침묵 후) 네.”
“얼마 뒤 또 tvN ‘코미디빅리그’로 넘어가실 건지?”
“(이어폰 빼며) 잘 안 들립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니 사람들도 많은데 예의가 없어. 안 돼! 예의가 없어.”

지난 17일 첫 방송된 개그맨 김원효의 KBS ‘개그콘서트’ 복귀 코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는 정치인들을 가감 없이 풍자했다. 특히 지난 24일 방송분에선 6·13 지방선거 당일 논란이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 인터뷰가 개그 소재였다. 

이 당선인이 언론 앞에서 사생활을 질문하면 인터뷰를 먼저 끊겠다고 발끈하거나 “예의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표출한 장면을 김원효가 익살스럽게 묘사했다. 개콘을 대표하는 개그맨인 김원효는 지난해 SBS ‘웃찾사’로 이적했다가 이번 달 개콘으로 복귀했다.

▲ 지난 17일 첫 방송된 개그맨 김원효의 KBS ‘개그콘서트’ 복귀 코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는 개그맨보다 웃긴 정치인들을 가감 없이 풍자했다. 지난 24일 방송분에선 6·13 지방선거 당일 논란이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 인터뷰가 개그 소재였다.
▲ 지난 17일 첫 방송된 개그맨 김원효의 KBS ‘개그콘서트’ 복귀 코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는 개그맨보다 웃긴 정치인들을 가감 없이 풍자했다. 지난 24일 방송분에선 6·13 지방선거 당일 논란이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 인터뷰가 개그 소재였다.
이날 방송에서 파란색 모자를 쓰고 나온 김원효는 개그맨 유재석이 파란색 모자를 쓰고 투표에 참여한 일을 두고 한 극우 누리꾼이 “북으로 가라”고 우스꽝스런 질책을 했던 것도 풍자했다. 그는 파란색 모자가 두려운 듯 무대 뒤편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이 절반으로 섞인 모자로 바꿔쓰고 “저희한테 관심은 감사한데 패션은 건들지 말아주세요”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선거 기간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과 선거 참패 이후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현수막을 내걸고 무릎 꿇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겨냥해 “저희 개그맨들이 웃길 수 있게 유행어와 퍼포먼스는 자제해주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이 개그 밥상으로 올라왔다. 

첫 방송에서도 그는 대한항공 항공기와 땅콩 사진을 띄워놓고 “일가족이 쉴 틈 없이 빵빵 터뜨려주고 계신다”, “우리(개그맨)도 먹는 거 갖고 웃기기 쉽지 않은데 이분들은 땅콩 하나 갖고 웃긴다”며 촌철살인을 날렸다.

시청자 반응은 엇갈렸다. 개콘 시청자 게시판에는 “정치색을 띤 내용은 자제해 달라”, “개그콘서트가 언제부터 정치하기 시작했느냐”라는 비판 글이 게시됐다. “간만에 재밌는 프로네요. 오래 지속되길”이라는 응원 글도 있었다.

그러나 시원한 정치 풍자가 기대됐던 이 코너는 지금 존폐 기로에 있다. 이번 주까진 녹화 및 방송이 계속되지만 그 다음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개콘 제작진은 26일 통화에서 “확정되지 않았지만 (코너 폐지 여부를) 고민 중”이라며 “코너를 계속하려면 굵직한 시사 이슈가 계속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어려움과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선 정치 풍자에 ‘용기’가 필요했다. 지난 2015년 4월 첫 방송한 ‘민상토론’은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박근혜 정부의 미흡한 위기 관리 능력을 풍자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아야 했다.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소재로 했던 ‘대통형’이 두 달여 방송된 적 있지만 ‘개그보다 웃긴 정치 현실’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마저 종영되면 당분간 공영방송에서 정치 풍자 코미디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개콘 관계자는 “연기자가 더 못할 것 같다고도 하니 지금 분위기로선 길게 가기 어려울 것 같다. 제작진이 시사를 다루는 데 겁을 내지 않아도 개그 코너에서 시사를 해보겠다는 연기자가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풍자할 시대는 왔지만 개그 코너에서 시사를 다루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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