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서한으로 무산되는 듯했던 북·미 회담이 다시 재개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미 회담 취소 의사를 담은 서한을 보낸 뒤, 남·북 정상은 긴급 회담을 가졌다.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장 등 북·미 실무진은 양국 정상회담 관련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은 28일자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
국민일보 “文 통해 손 내민 金…북·미 정상회담 ‘본궤도’”
동아일보 “성김-최선희 판문점 접촉…6·12회담 본궤도”
서울신문 “소통의 文…북·미 ‘비핵화·체제보장’ 이끈다”
세계일보 “북·美회담 궤도 복귀…CVID 여전히 ‘넘어야 할 산’”
조선일보 “美성김·北최선희, 어제 판문점 비밀협상”
중앙일보 “판문점 통일각서 북미 접촉”
한겨레 “다시 만난 남북, 북미회담 살려냈다”
한국일보 “성김 대사, 판문점서 북미 정상회담 조율”

▲ 5월28일자 한겨레 1면.
▲ 5월28일자 한겨레 1면.

文 대통령, 기자들 앞에서 직접 2차 회담 결과 발표

‘롤러코스터 외교전’이 펼쳐진 지난 한 주,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사이에서 보인 역할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변동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난 26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비밀리에 판문점 북측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 정상의 만남은 25일 오후 북측 제의가 온 뒤 반나절 만에 이뤄졌다. 김 위원장의 회담 요청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문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측 동향을 살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회담은 소수 참모들만 아는 상태에서 극비리에 진행됐으며 일부 실무자는 청와대를 출발할 때까지 본인이 판문점으로 이동하는지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회담 다음날인 지난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을 방문해 회담 결과 및 경위를 설명했다. 대통령의 공식 브리핑 참여는 취임 이후 네 번째다. 정상회담 발표문만 읽으려던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 기자단 요청에 따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미정상회담→남북미 종전선언→평화협정 구축’ 로드맵을 밟겠다는 의지 또한 밝혔다. 북측이 취소했던 남북 고위급 회담은 오는 1일 재개될 전망이다.

▲ 5월28일자 한국일보 1면.
▲ 5월28일자 한국일보 1면.

북·미 관계에 긴장감이 돌았던 가운데 이뤄진 2차 회담은 문 대통령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 받은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경향신문은 “(이번 회담은) 한국이 북한을 가장 잘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에 알린 것”이라고 봤다. 경향신문은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의지를 재차 확인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되살리면서 (중재자 역할 회의론 등) 그런 의구심을 불식했다”며 “문 대통령 역할이 경시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도 “70년 가까이 대치해온 남북의 정상이 하루 전 협의만으로 전격 회담을 한 것은 상호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번 회담은 남북 정상이 신뢰에 기반을 둔 긴밀한 소통으로 지혜를 모은다면 난관을 헤치고 나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초석을 닦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호평했다. 경향신문은 28일자 신문 1면에서 8면(7면 전면광고 제외)을 모두 한반도 정세 관련 소식으로 채웠다.

한겨레 사설은 북·미 정상회담을 무산 위기에 빠뜨린 근본 원인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졌다는 것이 2차 회담의 의미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해법이 ‘완전한 비핵화’에 미치지 못하는 어설픈 결말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데 반해, 북한은 미국의 일괄타결식 해법이 북한 체제를 보장해주지 못할까 걱정해왔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미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경제협력을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함과 동시에, 김 위원장으로부터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약받은 것은 큰 성과”라는 것이다.

불만 내비친 보수언론 “文, 어설픈 중재 역할 말라”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이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에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미·북 간 확인할 일”이라고 답한 것과, 문 대통령이 중재자가 되기보다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말은 우리 특사단을 만났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1차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나왔던 말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25년 전에도 했던 말”이라며 “북한이 진짜 핵 포기 의지가 있다면 자신이 보유한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전부를 빠른 시일 내에 없애겠다고 대상과 시기를 못받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금은 한·미가 한몸이 돼서 북을 설득하고 때로 압박해 가면서 빠른 시일 내 핵 폐기를 결심하도록 해야 할 때”라며 “미·북 중간에 서서 어설픈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은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에 앞서 주어진 시간을 기자들과 대화에 쓰거나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일을 두고 “북·미 간 연결자로서 문 대통령 신용에 옐로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만한 신호들”이라고 규정했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석을 계속 유지하면서 비핵화와 평화를 달성하려면 미국과 강력한 한 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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