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출입기자단이 언론 대응에 문제가 있다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면담하고 입장문을 냈다.

언론 문제와 관련해 기자단이 부처 대변인실과 협의하고 문제제기는 많이 하지만 부처 수장을 상대로 입장문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개각을 앞둔 시점이라 기자단의 문제제기가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25일 오후 송 장관과 면담하고 “최근 국방부의 언론대응과 관련해 상당한 변화가 있어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출입기자단은 입장문에서 “국방부는 최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연기나 군사회담의 개최 등 굵직한 현안과 관련해서 일방적 통보만 있을 뿐 추가 설명이나 소통이 부족하다는 게 국방부 기자단의 현실 인식”이라고 밝혔다. 출입기자단은 정작 중요한 현안에 설명은 없고 홍보성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양상이 계속된다면서 “우리 기자들은 정보의 제한을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뒤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등 구체적 훈련 중단을 예측하는 기사를 내놓자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다’,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만 내놓고 사실이 아닌 근거를 내놓지 못한다는 게 출입 기자단의 주장이다. 출입 기자단은 “기자와 언론사의 해석까지 오보라고 치부하며 보도의 확산을 선제 차단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 출입기자는 “현재 한미 해병대의 훈련까지 중단되는 상황이다.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고 이에 따라 훈련 중단을 예상했는데 훈련이 취소되는 건 아니라고 오보라는 것은 예측도 하지 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입기자단은 최근 국방일보에 등장한 ‘팩트체크’라는 코너도 강경 언론대응 조치라고 문제제기했다. 보통 정부 부처는 관련 보도에 입장을 밝힐 때 홈페이지에 입장자료나 해명자료를 발표해왔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 같은 절차를 건너뛰고 국방일보의 팩트체크 코너로 특정기사를 언급하며 언론 보도를 직접 반박하고 있다. 이에 출입기자단은 “군의 입장이 사실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은 정부의 주장일 뿐”이라며 국방일보의 팩트체크가 국방부의 강압적 통보 창구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출입기자단은 “국방부는 기자를 취재원으로부터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보도가 나간 뒤 군 수사기관까지 동원하며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려는 시도를 목격한 게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입장문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군 수사기관을 동원한 취재원 색출은 용산 한미연합사가 이르면 올해 국방부 영내로 이전한다는 보도와 지난 5월 북한군 소좌와 민간인 1명이 서해로 귀순했다는 보도와 관련돼 있다.

출입기자단은 관련 보도가 나온 뒤 기자와 통화하는 등 기자들 취재에 응했던 담당 정훈장교들을 국방부가 기무사를 통해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정훈장교는 기자들과 소통 창구로 통하는데 이를 막는 것은 언론 통제에 해당된다는 게 출입기자단의 주장이다.

출입기자단에 따르면 북한군 소좌와 민간인 1명이 서해로 귀순했다는 보도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 2명이 귀순했다고 정리 됐는데 이에 대한 확인 문의를 받은 군 공보실 관계자가 조사를 받았다. 이에 출입처 한 기자는 “최초 북한군이 귀순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국방부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거짓말 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출입기자단은 “이런 일련의 사태가 인사청문회의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송영무 장관의 인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기자단 판단”이라며 “송 장관은 취임 당일에도 기자실을 찾아 ‘융단 폭격을 받았다’는 말을 전하더니 지난달 말에는 자신의 SNS에서 인사청문회 당시를 회상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7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7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송 장관은 지난 5월29일 페이스북에서 “평가 자체를 하지 않았는데, 국방부가 총리실 부처평가에서 꼴찌를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계속된다. 이런 왜곡보도의 목표는 결국 하나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를 흔들고, 지휘권을 흔들어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정책을 좌초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장관은 “언론은 사회의 공기(公器)라고들 한다.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진실성이 담보되어야 사회적인 신뢰를 가질 수 있다. 그 신뢰 위에 언론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출입기자단은 “해당 기사(국방부 부처평가 꼴찌)가 정말 국방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한 의도로 작성된 것인지 팩트체크는 됐는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국방부는 국방개혁 2.0 발표 유예에 공식적인 설명 한 번이 없었다. 그러나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반박하는 모양새라 장관의 지적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송영무 장관은 잇따른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다. 5·18 특별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다 정정했고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방남에 “군 입장에서는 불쾌한 상황”이라고 말해 정부와 엇박자를 냈다.

그리고 지난 5월 중앙일보는 익명의 핵심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국무총리실에서 최근 정부 부처 전체를 대상으로 업무 평가조사를 했다. 그 결과 법무부, 국방부, 환경부, 여성가족부가 하위 4개 부처로 꼽혔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보도했다.

출입처 기자는 “정부 부처 개각 시기에 맞물려 입장을 냈다는데 개각은 정부가 할 일이지 우리의 뜻이 아니다. 출입기자단은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분위기가 크게 바뀐 상황에서 국방부가 정보를 주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줘야하는데 무조건 언론보도를 부인하고 일방으로 통보하는 바람에 문제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출입기자단의 이례적 입장문 발표에 외부로 공개되길 꺼리는 모습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외부로 얘기할 사안은 아니다. 저희는 내부에서 기자들 얘기를 충분히 들었고 향후 기자단과 소통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