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여성신문의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라는 제목의 기고글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현민 행정관은 형사소송은 하지않고 3000만원의 민사 소송만 냈다고 전했다.

앞서 탁 행정관은 자신의 저서에서 여러 차례 여성 비하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특히 2007년 펴낸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중학생과 성관계를 했고, “친구들과 공유했다”고 써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일자 “픽션”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여성신문은 7월24일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라는 기고를 게재했다. 해당 기사는 탁 행정관이 묘사한 내용과 비슷한 상황을 겪은 한 여성의 고백이었고 제목은 비유적으로 사용된 것이었다. 이후 마치 탁 행정관과 실제 관련인물인 것처럼 읽힐 수 있다며 비난을 받았고 다음날 여성신문은 ‘그 여중생은 잘못이 없다-탁현민 논란에 부쳐’라고 제목을 수정했다. 여성신문 측은 3일 미디어오늘에 “아직 소장을 받지못했다”며 소송관련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 25일 여성신문이 처음 낸 기사를 소개한 페이스북 화면.
▲ 25일 여성신문이 처음 낸 기사를 소개한 페이스북 화면.
탁현민 행정관의 여성신문 소송은 두가지 쟁점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소송 제기가 정당한지, 둘째는 여성신문의 기사가 명예훼손 요건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점검이다.

우선 탁현민 행정관의 여성신문 소송은 개인적으로는 제기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정부 요직에 해당하는 공인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신을 정권의 개혁에 찬성하는 사람으로 소개한 언론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여성신문의 1차보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자연인으로서 탁현민 행정관이 피해를 봤다고 보이기에 민사 3000만원 정도는 걸 만하다”라면서도 “다만 단순한 자연인이 아닌, 권력을 가진 국가 기관 공무원으로서 언론사에 소송을 거는 것은 언론에 재갈 물리기, 표현의 자유 억압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특히 문재인 정권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책이나 태도에 대한 오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선택을 한 것인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픈넷 자문변호사인 손지원 법률사무소 이음 변호사 역시 정부 측 공인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은 건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지원 변호사는 “정부 측 공무원이 언론을 상대로 법적 수단을 가지고 대응하겠다는 것은 적극적인 대응이며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며 “또한 언론중재위원회를 활용한 합의를 할 수 있음에도 바로 소송으로 대처한 것은 강경함을 보여주겠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고 밝혔다.

여성신문의 기사가 명예훼손 요건을 충족하냐는 점에서는 입장이 갈렸다. 손지원 변호사는 “제목이 상징적이고, 기사 전체를 읽어보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며 “탁현민 행정관이 특정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는 허위사실의 적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인정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기사를 모두 읽으면 이해되는 맥락이라도 해당 기사로 탁 행정관이 피해를 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 요건에 해당될 수 있다”며 “3000만원 전부를 배상받기는 힘들지 몰라도 일정액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여성신문 측이 제목과 일부 본문을 수정한 점에서 감책이 될 수는 있겠지만 완전한 면제 사유는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명예훼손 소송판례를 살펴보면 제목이 본문 내용과 현저히 동떨어져 있다면 명예훼손이 성립된다는 사례가 있다. 2006년 법원은 “제목만을 따로 떼어 본문과 별개로 다루어서는 안 되고, 제목과 본문을 포함한 기사 전체의 취지를 전반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며 “제목이 본문 내용으로부터 현저히 동떨어져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별개의 독립된 기사로 보지 않을 수 없는 경우에는 제목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있다”(2006다60908)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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