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이낙연 총리에 ‘색깔론 시비’를 건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작심 비판했다. 이 총리의 의례적 연하장을 두고 “사회주의 경제 냄새” 등의 표현으로 비난한 김광일 논설위원을 “비판이 공감을 얻으려면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24일 오후 ‘이낙연 총리의 연하장을 보고 질문한다’라는 칼럼에서 이 총리의 연하장 메시지를 비판했다. 이 칼럼은 ‘포퓰리즘 정책을 예고하는 이낙연 총리의 연하장’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업로드된 김 위원의 논평(콘텐츠 이름 ‘김광일의 입’)을 텍스트로 풀어 쓴 것이다.

▲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24일 오후 ‘이낙연 총리의 연하장을 보고 질문한다’라는 칼럼에서 이 총리의 연하장 메시지를 비판했다. 이 칼럼은 ‘포퓰리즘 정책을 예고하는 이낙연 총리의 연하장’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업로드된 김 위원의 논평(콘텐츠 이름 ‘김광일의 입’)을 텍스트로 풀어 쓴 것이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24일 오후 ‘이낙연 총리의 연하장을 보고 질문한다’라는 칼럼에서 이 총리의 연하장 메시지를 비판했다. 이 칼럼은 ‘포퓰리즘 정책을 예고하는 이낙연 총리의 연하장’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업로드된 김 위원의 논평(콘텐츠 이름 ‘김광일의 입’)을 텍스트로 풀어 쓴 것이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이 총리 연하장은 크게 세 문단이다. 이 총리는 연하장에서 “전쟁의 걱정을 딛고 평화의 희망을 보았다”, “사람 중심의 번영으로 가려는 여러 노력이 시작됐다”고 올 한 해를 평가한 뒤 “흔들림 없는 평화와 고루 누리는 번영을 향해 착실히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은 칼럼에서 연하장 가운데 “전쟁의 걱정을 딛고, 평화의 희망을 보았다”라는 대목 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우리는 2018년 전쟁의 걱정을 극복했는가. 평화가 가시권에 들어와 확실히 보이는가”라고 반문한 뒤 “이 총리의 연하장을 받은 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사임했다”고 주장했다.

‘강한 동맹’을 강조하고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반대했던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결정에 최근 항의서한을 공개하고 사임했다. 

이와 관련 국내 보수 언론들은 매티스 장관 사임 소식에 ‘주한 미군 철수’ 군불을 지피는 등 안보 불안감을 부추겨 왔다.

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은 “매티스 장관이 떠난다면 한미동맹과 주한 미군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국내 안보 위기를 부추겼고 ‘9·19 남북 군사합의’에도 “전방에 GP 없애고, 임진강 근처 철책선 없앴다. 간첩 내려오라고 길 닦아준 셈”이라고 혹평했다. 

▲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문제 삼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연하장. 사진=정운현 페이스북
▲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문제 삼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연하장. 사진=정운현 페이스북
이어 이 총리를 겨냥해 “‘전쟁의 걱정을 딛고 평화의 희망’을 보았을지 모르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은 연말부터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안보에 걱정이 더 늘어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보다 민족 공조를 우선시하는 문재인 정부이기에 더욱 걱정”이라고 했다. 국내 안보가 이처럼 위태로운데 이 총리는 지나치게 한가롭다는 취지로 읽힌다. 

또 김광일 위원은 이 총리 연하장 가운데 “사람 중심의 번영”이라는 표현을 두고 “혹시 이 총리가 ‘사람 중심’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기업 중심의 번영’ 그리고 ‘시장(市場) 중심의 번영’에는 소홀히 하거나 반대한다는 뜻이 숨어 있는가”라고 확대 해석했다. “고루 누리는 번영”이라는 연하장 표현에도 “수정 자본주의를 넘어서서 사회주의 경제의 냄새가 배어 있는 것 같다”고 트집 잡았다.

그러자 정운현 비서실장은 2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리의 연하장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국민들께 드리는, 다분히 의례적인 인사”라고 반박했다. 

정 비서실장은 “매티스 장관의 사임이 우리 안보 문제에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는 저로선 단언할 수 있는 식견이 부족해 언급을 자제하겠다. 다만 하나 분명한 것은 총리의 연하장은 이보다 훨씬 이전에 작성됐으며 매티스 장관이 사임할 당시 총리는 북아프리카 3개국을 공식 방문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왼쪽)과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정운현 페이스북
▲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왼쪽)과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정운현 페이스북
정 비서실장은 김 논설위원이 ‘고루 누리는 번영’이라는 표현을 “사회주의 경제의 냄새가 배어 있는 것 같다”고 해설한 것에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체제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논평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씀드린다. ‘고루 누리는 번영’이 이런 식으로 이념화해 비판받을 내용인지 저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비서실장은 “일국의 총리가 이와는 반대의 얘기, 즉 ‘특정 집단만이 누리는 번영’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일까. 비판이 공감을 얻으려면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김 위원 칼럼 아래에는 “평화가 싫으냐”, “이것도 글인가”, “혼자 누리는 번영이 자본주의 대한민국의 가치냐” 등 김 위원을 비난하는 여러 댓글이 달렸다.

지난달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된 정운현 실장은 친일파 등 근·현대사 전문가로 유명하다. 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서울신문 문화부 차장,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등 지난 20여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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