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생존장병들이 다들 북한 어뢰 폭침이라고 생각했다‘는 일부 생존자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실제 이들의 사고 직후 진술서엔 ‘폭발’ 뿐 아니라 ‘충격음’, ‘외부 충격’ 등 진술이 제각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극소수를 제외하고 이들 대다수는 함내에 있었고, 함교, 견시 근무자 역시 물기둥과 화염, 불기둥을 본 사람이 없었다. 더구나 일치하지도 않는 이들의 진술 만으로는 사건의 본질을 단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건 당시 조타수로 당직근무를 한 최광수 병장(당시 계급)은 최근 한겨레21, CBS 등과 인터뷰를 통해 천안함 사건이 폭침이라고 주장했다. 최씨 지난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쾅’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으로 배가 얼마간 붕 떠올랐다”며 “앞으로 붕 떠올랐다가 바로 ‘콰쾅쾅’하는 철골들이 아마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오른쪽으로 90도 이상으로 기울어졌다. 몇 초 안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거는 그냥 폭침이구나’라고 다들 똑같이 생각을 했고. ‘전쟁이 났구나. 이제 전쟁이겠구나’라는 생각을 다들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와는 달리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이 내놓은 공식 보고서인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합조단 보고서)만 보더라도 최씨의 주장처럼 모든 생존장병들이 똑같이 어뢰폭침이라고 진술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합조단 보고서는 “함장 등 생존 승조원 중 26명이 ‘꽝! 꽈-아앙’ 하는 폭발음과 함께 정전이 되면서 몸이 30cm~1m 떴다가 우현쪽으로 떨어졌다고 진술했다”고 썼다. 그러나 합조단이 자신들이 쓴 보고서(122~126쪽)에 실은 58명의 생존장병 주요 진술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폭발음이라고 진술한 생존자는 26명이 아니다. 모두 58명의 생존자 진술내용 가운데 명시적으로 ‘폭발음’이라 진술한 생존자는 9명에 불과하다. 다만 이와 별도로 ‘어뢰라 생각한다’고 진술한 생존자도 9명이었다(폭발음이라 진술한 이들중 어뢰라 진술한 장병은 제외). 반대로 ‘충격음·외부충격·뭔가에 부딪힌 것 같다’ 등을 진술한 생존자는 12명이었다. 폭발음이 아닌 충격음 또는 외부 충격이라고 진술한 이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꽝’하는 소리가 났다고 진술한 생존자는 27명, ‘쾅’하는 소리로 진술한 생존자는 3명, ‘쿵’하는 소리가 났다는 생존자는 7명이었다. 기타로는 ‘콰과광’, ‘콰~아앙’, ‘땅과 쿵의 중간소리’라고 진술한 이들이 각각 한 명 씩이다.

폭발음이라 진술한 생존자 9명… 어뢰·북한이라 생각한다 9명(중복제외)

폭발음을 청취했다고 진술한 대표적인 생존자는 최원일 천안함장이다. 그는 “함장실에서 KNTDS 확인, 작전 및 일과계획 확인 중 갑자기 폭발음과 동시에 몸이 30~40cm 부양되었다가 우현으로 떨어진 후 부하들에 의해 구출”이라고 진술했다. (최 함장은 사고 다음날 최초 기자회견에서는 충돌음이라는 표현을 썼다.) 기관장이었던 이아무개 대위는 “기관장실에서 업무중, 폭음과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다가 부장의 목소리를 듣고 세면대와 문턱을 딛고 탈출후, 구조작업을 함”이라고 썼다.

▲ 호주 토렌스함이 지난 1999년 6월14일 태평양 해상에서 잠수함 판콤함이 실험발사한 중어뢰 MK-48(Mark-48)의 선저 비접촉 수중폭발로 침몰하고 있다. 사진=파워쇼닷컴 영상 갈무리
▲ 호주 토렌스함이 지난 1999년 6월14일 태평양 해상에서 잠수함 판콤함이 실험발사한 중어뢰 MK-48(Mark-48)의 선저 비접촉 수중폭발로 침몰하고 있다. 사진=파워쇼닷컴 영상 갈무리
이밖에도 병기장 오아무개 상사는 “병기행정실에서 업무중, ‘꽝’하는 폭발음과 동시 정전이 되면서 몸이 공중으로 떴다가 떨어졌으며~”라고 진술했고, 병기부사관 송아무개 중사는 “포술부 침실에서 취침중, 폭발음이 났으며 화약 냄새는 없었으나 기름냄새는 맡았다”고 진술했다. 병기부사관 김아무개 하사도 “포술부 침실에서 음악을 듣던중, 폭발음 1회후 전원이 나갔다”고 했고, 전탐부사관 전아무개 하사도 “작전부 침실에서 취침중, ’꽝’하는 폭발음이 1회 들린 후 정전이 되면서 침대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고 진술했다.

같은 전탐부사관인 박아무개 하사도 “작전부 침실에서 취침중, 큰 충격음과 폭발음 등이 뒤섞인 소리”가 났다 했고, 전탐병 김아무개 상병은 “전투상황실에서 R/D 근무 중 ‘쾅’ 하는 폭발음과 동시에 몸이 50cm 정도 공중으로 뜨면서 정전이 되었”다고 했다. 조타병 정아무개 상병은 “전부침실에서 세면 준비중, 엄청난 폭발음이 났다”고 진술했다.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최원일 함장과 병기부사관, 전탐부사관, 조타병 등의 경우 어뢰 공격, 또는 어뢰로 사료된다고도 진술했다고 기록했다.

‘꽝’ 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생존자 가운데 어뢰라고 진술했다는 장병은 천안함 부장 김덕원 소령, 정다운 전투정보관, 김수길 전탐장, 김기택 음탐사, 홍승현 음탐사, 조타사, 갑판병 등이었다.

충격음·외부충격·부딪히는 소리 12명

이에 반해 사고순간 ‘충격음’음을 들었다거나 외부 충격에 의한 사고라거나, 철판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한 생존자도 12명에 달했다. 보고서에서 포술장 김광보 중위는 “41포 R/S실에서 동료들과 대화중, ‘쿵’하는 충격음과 함께 정전이 되었고, 기름냄새가 났으나, 사고원인은 판단이 되지 않는다고함”이라고 진술했다.

▲ TOD 동영상에 잡힌 천안함이 2010년 3월26일 밤 사고 직후 표류하고 있다. 사진=TOD동영상 갈무리
▲ TOD 동영상에 잡힌 천안함이 2010년 3월26일 밤 사고 직후 표류하고 있다. 사진=KBS 추적60분의 TOD동영상 갈무리
조타장 김아무개 원사(진)는 “침실에서 부사관 능력평가대비 공부중, ‘쿵’하는 소리와 함께 정전, 화약 가스냄새는 없었으며 외부의 어떤 충격으로 사고 발생한 것으로 판단”이라고 썼다.

갑판장 김아무개 상사도 “CPO침실 2층 침대에서 취침중, 외부에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3층 침대에 부딪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고…외부 충격에 의한 사고로 판단”이라고 썼다. 조타부사관 조아무개 중사는 “항해부 침실에서 취침중, ’쿵’하는 충격음이 있은 후, 기름 냄새가 났다”고 했고, 전탐사 김아무개 중사는 “전투상황실 부직사관 근무 중 갑자기 큰 충격음과 함께 몸이 우현 격벽으로 튕겨져 나갔다”고 진수했다. 통신부사관은 “작전부 침실에서 취침 중 외부 충격으로 우현 격벽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했고, 사통부사관인 서아무개 하사는 “당직근무중이었고, 사고당시 기절하여 동료들에게 구조되어 밖으로 나왔고, 내부소행 같지는 않으며 외부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밖에도 “작전부 침실에서 취침중, 충격이 온후, 배가 기울어지면서~”(전탐부사관 진아무개 하사), “포술부 침실에서 독서중, ’꽝’하는 충격음이 1번 들린후”(유도부사관 김아무개 하사), “항해부 침실에서 세면 준비중, ’꽝’하면서 뭔가 때리는 듯한 느낌, 엄청난 무게감을 느꼈고 동시에 배가 갑자기 흔들(좌우측)리면서 우현으로 기울어졌고~”(갑판병 김아무개 병장) 등의 진술이 있었다.

특히 통신병인 최아무개 병장은 “당직근무중, 철판끼리 부딪치는 묵직한 충격음이 난 후, 배가 바로 기울어졌으며 갑판에 나왔을때 기름냄새가 약간 났고, 외부 갑판으로 나왔을때 함교 부분이 1/3정도 잠겨 있었음”이라고 진술했다. 통기병 전아무개 이병은 “세탁후 탈수기로 가던중, ‘땅’과 ‘쿵’의 중간소리를 내며 철판에 무언가 부딪치는 느낌을 받은 뒤 배가 떠오르는 느낌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를 두고 최초 사고순간 들은 소리가 폭발음인지, 충격음인지에 대한 진술도 확연히 엇갈리기 때문에 이들의 진술만으로 사고원인을 특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 책임연구위원을 맡았던 노종면 YTN 보도국 기자는 23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규모가 큰 사건이 어뢰 폭발이었다면 적어도 생존자 증언은 일관되게 나왔어야 한다”며 “그런데 ‘폭발음’, ‘충격음’, ‘쾅’ 등의 진술이 나왔다는 것은 합조단 스스로도 이들의 진술에 기대어 (어뢰폭발을) 주장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노 기자는 “(이런 불일치한) 진술로 사안의 본질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반대의 결론을 내는 것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 기자는 “천안함을 둘러싼 증거들은 이미 8년 전에 합조단의 결론이 참이 아닌 거짓임을 보여줬다”며 “합조단의 결론이 틀렸다는 데엔 지금 나와있는 판단 근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은 당연히 재조사하고 재판단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10년 4월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천안함 침몰사고 원인 규명 민군 합동조사단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생존 병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2010년 4월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천안함 침몰사고 원인 규명 민군 합동조사단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생존 병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연합뉴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