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호남권 기초단체장 선거로 눈을 돌리면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다. 특히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략 공천했던 지역에서 초라한 성적표가 나오면서 지역에선 추 대표 책임론이 제기된다.

대표지역은 신안군수 선거다. 신안군수는 7번 무소속 박우량 후보가 30.7% 득표율로 당선됐다. 6번 무소속 고길호 후보가 28.6% 득표해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14.4% 득표를 얻는 데 그친 기호 1번 천경배 민주당 후보였다.

민주당 후보가 전남권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2위 후보 득표율 절반 정도에 그친 건 치욕에 가깝다. 배경엔 추미애 대표가 있다. 지역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가까운 인물을 전략공천하면서 선거를 망쳤다는 것이다.

신안군수 선거는 공천부터 잡음이 일었다. 민주당은 경선 컷오프 자격심사를 하면서 “경선 불복경력자, 당의 공천권을 무력화한 자 등은 공천을 배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개정했고, 이에 따라 박우량 후보가 컷오프됐다.

박 후보는 2006년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뒤 재선했지만 2014년 지방선거 도중 중도 사퇴했다. 박 후보는 암 투병 중인 배우자의 병간호를 위해 불출마를 결정했다지만 세월호 사건의 유병언 연루설이 제기돼 불출마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박 후보의 배우자는 지난 2015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민주당은 박 후보의 2014년 중도사퇴를 공천권 무력화로 보고 컷오프 시킨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자신을 향한 것으로 보이는 원포인트 당규 개정에 따라 경선에서 떨어지자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결국 민주당은 신안군수 후보로 천경배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전략공천에 따라 탈락한 임흥빈 후보는 “온 국민의 시선이 두 정상을 향해 TV에 쏠려 있는 사이 발표된 전략공천은 백번을 양보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로 승복하기 어렵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천경배 후보의 전략공천을 비난하는 여론은 청와대 게시판에도 등장했다. 자신을 신안군에 사는 청년이라고 소개한 이는 “신안지역에서 연고도 없는 알지도 못하는 천경배라는 사람에게 공천을 주려고 한다. 추미애 당 대표의 독재와 독선이 도를 넘은 것 같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젊고 유능한 인물에게 주는 청년전략 공천임을 강조했지만 임흥빈 후보는 “신안군은 노인인구가 34%를 오르내리는 농어촌으로 청년전략의 어떤 정당성도 찾기 어려운 곳이다. 청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공정경선이 가능했음에도 공정한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은 공천폭거”라고 반발했다.

천경배 후보의 전략공천에 추미애 대표가 거론되는 이유는 천 후보가 추 대표의 비서실에 근무해서다. 천 후보는 신안 압해도 출신으로 목포고와 중앙대를 졸업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 강운태 의원 보좌관, 성남시청 대외협력팀장을 지냈다. 선거 직전 추미애 대표의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추 대표는 선거기간 천경배 후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군수 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추 대표를 포함해 이개호 전남도당위원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후보 등이 총출동했다. 이 자리에서 추 대표는 “아마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자신이 발탁한 추미애가 신안까지 온 것을 보고 싱글벙글 웃고 계실 것”이라며 “산안이 이기면 다 이긴다. 추미애가 믿고 내려보낸 천경배 후보가 김대중 정신으로 섬 곳곳을 누빌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선거 내내 여론조사상 신안군수 선거는 민주당에서 컷오프된 박우량 후보와 무소속 고길호 후보의 접전 양상으로 흘렀고, 뚜껑을 연 결과에서도 천경배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서 자존심을 구기는 초라한 성적표를 얻었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당선인들이 6월15일 오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 실현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 선포식’을 열었다. 사진=노컷뉴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당선인들이 6월15일 오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 실현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 선포식’을 열었다. 사진=노컷뉴스

지역 정가는 당원과 지역민들을 무시한 전략공천을 밀어붙이면서 선거를 망쳤다며 추미애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전남권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도 민주당을 눌러버린 곳이 속출했다. 전남권 22개 기초 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14곳, 평화당은 3곳, 무소속은 5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민주평화당은 송귀근 고흥군수, 명현관 해남군수, 이윤행 함평군수 당선자를 냈고 무소속은 권오봉 여수시장, 유두석 장성군수, 정현복 광양시장, 정종순 장흥군수가 당선됐다.

민주평화당과 무소속 후보의 당선에 ‘이변’이라는 딱지를 붙이지만 민주당 소속 후보들의 공천에 문제가 많아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앙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경쟁력 떨어지는 후보를 공천했고 민심은 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오만함’으로 여기고 심판했다.

추미애 대표는 15일 “승리에 도취해 자만하지 않겠다.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개혁과 혁신을 통해 지방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호남권 지역 민심을 살피겠다는 뜻을 에둘러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전남북에서 투표 전부터 민주당 후보가 고전하고 특히 비민주계 기초단체장이 경합을 벌이는 지역이 많았다. 신안군수 후보는 추미애 대표 시절 비서실에 근무했던 사람을 단수 공천했는데 선거 내내 10% 언저리 지지율을 보이면서 3위를 했다”며 “민주당 광풍이 불어닥친 선거에서 당의 핵심지지 기반인 기초단체장 선거 지역에서 패배한 것은 뒤돌아봐야 한다. 중앙당 지도부와 전남북 지도부의 책임론이 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평화당 소속 캠프 관계자는 “호남에서 표 분석을 해보면 알겠지만 아쉽게 민주당 후보에 진 지역도 많다. 예를 들어 목포시장은 150표차로 졌고, 남원시장도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가 일찍 이뤄졌더라면 접전이었을 거라는 예상도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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