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이사회에서 새 사장으로 최남수 전 머니투데이방송 대표이사를 내정한 데 대해 언론노동자들과 사회 각계에서 이를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0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남수 사장 내정자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한국전력 앞을 찾은 이유는 한국전력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전KDN이 YTN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한전KDN은 YTN의 지분 약 21%를 소유한 1대주주다.

YTN노동조합은 최남수 신임 사장 내정자를 부적격인사로 보고 있다.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회사에 기여하라고 연수를 보냈더니 삼성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 한 짓이 2008년 3월 권력이 YTN를 장악해 조직의 생사가 눈앞에 있는데 보도채널 만든다는 방송사(머니투데이방송)에 가서 보도본부장, 부사장, 사장까지 하고 다시 YTN에 오겠다는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0일 서울 을지로 한국전력 앞에서 최남수 신임 YTN 사장 내정자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0일 서울 을지로 한국전력 앞에서 최남수 신임 YTN 사장 내정자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오정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도 “IMF 외환위기 시절 모든 사원이 고통을 감내하며 공정방송을 지켜온 보도채널인데 최남수 사장은 그 시절 회사를 저버렸고, 9년의 질곡의 세월에 또 한 번 떠났던 사람”이라며 “YTN 내부 구성원들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 최남수 사장 내정 철회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언론 정상화를 위해 해고자 6명을 비롯해 YTN 구성원들의 투쟁이 있었고, 조준희 전 사장이 지난 5월 회사를 떠나며 YTN이 달라질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최남수 내정자를 보고 ‘각설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며 “어느 집이 밥상 차려놨는지, 어디에 잔치상이 차려놨는지 파악하는 게 각설이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9년 세월 피눈물 흘려 차린 밥상인데, 차리는 동안 도망가 있던 사람이 이제 숟가락을 얹고 있다”고 비판했다.

▲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 사진=YTN
▲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 사진=YTN

최남수 전 머니투데이방송 사장이 무노조 경영을 이끌어온 이력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한대광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은 “머니투데이 회사 소개 안내문에 보면 ‘머니투데이는 언론계 유일하게 무차입·무어음·무노조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라고 돼 있다”며 “무노조는 어떤 일을 만들어내고 있느냐면, 삼성 출신이 만든 포커스뉴스에서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3일 만에 폐업해 기자들을 쫓아냈다”고 비판했다. 또한 “머투 그룹이 인수한 뉴시스는 10개월째 노사교섭을 사실상 거부해 언론노조가 이를 회부해 교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지부장은 “30년 만에 대량 해직 사태가 벌어진 2008년 10월6일이 언론장악 반대 투쟁의 첫날이었다면 (최남수 사장이 이사회에서 내정된) 2017년 11월5일은 적폐 잔당들에 대한 적폐 청산 투쟁 첫 날이 될 것”이라며 “YTN의 변화는 생존의 문제이자 숙명이다. 다시 신발끈을 묶으려 한다”고 말했다.

언론계 외부에서도 연대 메시지가 있었다. 변희영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공공기관은 국민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곳”이라며 “공영방송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10년 전 MB 특보가 YTN을 장악하고 수많은 노동자의 눈물과 민주주의가 왜곡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라며 “최남수 내정은 공공 부문 적폐와 YTN 적폐, 언론 적폐 연장”이라고 비판했다.

최남수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서울경제신문, SBS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95년 YTN에 합류해 경제부장과 경영기획실장 등을 지냈다. 2008년 머니투데이방송으로 옮겨 보도본부장을 거쳐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YTN은 오는 12월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최남수 내정자를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언론노조는 이날 YTN 대주주인 한전KDN의 모기업 한국전력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다른 대주주인 한국마사회, KGC 인삼공사 앞에서도 최남수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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