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아나운서들이 김장겸 MBC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6일 기명성명을 내고 “2012년의 170일 파업, 2010년의 39일 파업은 방송 장악을 기도하던 세력에 맞선 몸부림이었다. (이후 5년간) 부당함에 저항했던 발버둥은 지쳐 갔고 체념과 자조는 깊어졌지만, 지난 세월 제 목소리 제대로 내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시청자 여러분의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2012년 파업 이후 박혜진·최윤영·서현진·나경은·오상진·최현정·문지애·방현주·김경화·박소현·김정근 아나운서가 MBC를 퇴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측에 따르면 아나운서 11명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부당 전보조치를 받았다. 인사 공백은 계약직 사원들로 메워졌다. 익숙했던 MBC아나운서들이 사라지며 “얼굴이 사라진 유령 방송”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들은 “11명의 아나운서가 ‘그들은 안 된다’는 윗선의 지시로 방송에서 사라졌다. 또 다른 11명의 아나운서는 ‘방송이 하고 싶어’ MBC를 떠났다. ‘온 에어’ 직전까지 내용을 확인하고, 또박또박 뉴스를 전하던 MBC아나운서는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아나운서협회와 기자협호의 기자회견 모습. ⓒ이치열 기자
▲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아나운서협회와 기자협호의 기자회견 모습. ⓒ이치열 기자
▲ 2013년 2월 퇴사 이후 4년 만에 MBC에 출연한 오상진 전 MBC아나운서가 눈물흘리는 모습. ⓒMBC '라디오스타' 화면 갈무리.
▲ 2013년 2월 퇴사 이후 4년 만에 MBC에 출연한 오상진 전 MBC아나운서가 눈물흘리는 모습. ⓒMBC '라디오스타' 화면 갈무리.
이어 “(기존 아나운서들의) 그 자리에 계약직과 프리랜서가 들어섰다. 신입 아나운서는 단체행동이 어려운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최소한의 현업 인력으로 남겨진 아나운서들도 언론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유린당하며 단순 방송기능인 노릇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9년 신뢰도 1위 언론사였던 MBC는 어느새 순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MBC의 사시(社是)인 ‘자유, 책임, 품격, 단합’은 사라지고 군사정권 때 강요된 ‘음수사원(飮水思源)’이 버젓이 내걸렸다”고 개탄한 뒤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은 MBC 몰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나운서들은 이어 “언어폭력을 일삼고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은 물러나야 한다. 사측의 적극적인 하수인 역할을 한 대가로 제주MBC사장이 된 최재혁 전 국장, 이른바 ‘윗선’으로 아나운서를 비롯해 각 부문의 탄압을 주도한 백종문 부사장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아나운서 성명 전문. 

[아나운서 성명] 다시 시청자의 품으로

‘만나면 좋은 친구’는 어디로 갔을까요. 10명이 해고되고 80여명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200여명이 자신의 일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11명의 아나운서가 ‘그들은 안 된다’는 윗선의 지시로 방송에서 사라졌습니다. 또 다른 11명의 아나운서는 ‘방송이 하고 싶어’ MBC를 떠났습니다. 겁박이 횡행하는 ‘공포정치’를 견디기 힘들었다고 퇴사자들은 증언합니다. ‘공정방송’을 외친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경험과 열정, 신념을 바탕으로 방송 현장을 누벼야 할 아나운서들을 MBC에서 보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온 에어’ 직전까지 내용을 확인하고, 문장을 바루어 또박또박 뉴스를 전하던 MBC아나운서는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 계약직과 프리랜서가 들어섰습니다. 스포츠 주요종목의 캐스터는 본사 아나운서가 아닙니다. 신입 아나운서는 단체행동이 어려운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했습니다. 최소한의 현업 인력으로 남겨진 아나운서들도 괴로움을 호소합니다. 언론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유린당하며 단순 방송기능인 노릇을 강요받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불러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언론인의 역할을 저버리고 권력의 나팔수로 앞장 선 장본인들입니다. 그들은 사측에 빌붙어 MBC아나운서 5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허망하게 날려버렸습니다. 동료를 짓밟고 선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승진과 영전입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언어폭력을 일삼고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신동호 국장은 물러나야 합니다. 사측의 적극적인 하수인 역할을 한 대가로 제주MBC사장이 된 최재혁 전 국장, 이른바 ‘윗선’으로 아나운서를 비롯해 각 부문의 탄압을 주도한 백종문 부사장도 사퇴해야 합니다.

‘2009년 신뢰도 1위 언론사’였던 MBC는 어느새 순위권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MBC의 사시(社是)인 ‘자유, 책임, 품격, 단합’은 사라지고 군사정권 때 강요된 ‘음수사원(飮水思源)’이 버젓이 내걸렸습니다. 신뢰받던 방송을 추락시킨 세력의 중심에 전현직 사장인 김재철과 안광한, 김장겸 그리고 방문진 이사장 고영주와 일부 전현직 이사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은 MBC 몰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2012년의 170일 파업, 2010년의 39일 파업은 방송 장악을 기도하던 세력에 맞선 몸부림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때를 떠올립니다. 부당함에 저항했던 발버둥은 지쳐 갔고 체념과 자조는 깊어졌지만, 이제 우리는 지난 세월 제 목소리 제대로 내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시청자 여러분의 곁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두 눈 부릅뜬 방송으로 거듭나라’는 촛불민심의 준엄한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방송, ‘좋은 친구 MBC’로 돌아가기 위해서입니다.

2017년 6월 16일

MBC 아나운서 29명(사번 순)

변창립 강재형 황선숙 최율미 김범도 김상호 이주연 신동진 박경추 차미연 이정민 한준호 류수민 허일후 손정은 서 인 김나진 구은영 강다솜 이 진 오승훈 김대호 김초롱 김소영 이재은 박창현 임현주 차예린 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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