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종합일간지 새해 첫 1면에 한겨레만 삼성광고가 빠졌다.

2일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한겨레를 제외한 8개 종합일간지에는 1면에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 새해가 더 따뜻해졌습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서로가 있어 행복합니다. 2017년에도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 나누는 한 해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라는 문구와 한 아이사진이 있는 삼성 광고가 실렸다.

이날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아주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등 경제신문과 한국스포츠, 스포츠경향, 스포츠동아,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등 스포츠신문 1면에도 삼성광고가 게재됐다.

▲ 2일자 종합일간지 1면

▲ 2일자 종합일간지 1면

왜 한겨레 1면에만 삼성광고가 없을까. 한겨레 광고국 관계자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삼성에서 광고가 들어왔는데 한겨레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거부 이유에 대해서는 “광고탄압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논조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갈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하며 “(오늘 한겨레 1면에) 박정희와 이병철, 박근혜와 이재용을 잘 매칭해 기사를 썼다”고만 말했다.

한겨레는 이날 삼성광고 대신 1·3·4·5·6면에 걸쳐 ‘강남 땅투기·삼성공화국·노동탄압·지역주의’의 근원이 박정희 정권에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1961년 5·16쿠데타 이후 박정희가 이병철 전 회장을 풀어주고, 삼성이 최초 노조인 제일모직 노조설립을 주도한 나경일을 회사에서 쫓아내고 그를 박정희가 체포해 감옥에 가두는 등 노조탄압을 벌인 사실, 노조탄압이 국가 이데올로기가 돼 박근혜-이재용의 정경유착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지적했다.

▲ 2일자 한겨레 1면

삼성이 이날 대대적으로 신문사들에 광고를 뿌린 배경에는 최순실 측이 삼성으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돈을 받고 삼성이 국민연금을 동원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다. 박영수 특검이 승마협회 관계자로부터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삼성이 정유라를 지원하는 이유는 (최순실 측이) 합병을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말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 가운데 국내 최대 광고주인 삼성그룹이 ‘언론관리’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해 삼성이 언론을 관리하려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삼성물산은 주주총회를 앞둔 7월 13일 주요 일간지 등 전국 약 100여 개 신문 1면(혹은 주요면)에 일제히 광고를 실었고 대표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에도 비슷한 내용의 배너 광고, 8개 증권방송과 4개 종편채널, 2개 보도전문채널에서도 비슷한 광고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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