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후보자 중 유일한 여성 후보인 이정옥 전 KBS글로벌전략센터장은 30년 넘게 KBS 취재기자로 있으면서 한국 최초로 여성 파리특파원을 지냈다. 이 후보자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KBS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에서도 이 같은 이력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4·19혁명 당시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한 내 아버지는 김주열 열사의 죽음을 특종 보도했다. 보도를 본 온 국민이 분노해 일어난 게 4·19혁명이란 얘기를 어릴 때 들었다”며 “나는 코소보·이라크·이란 등 세계 분쟁 지역과 사건·사고로 치열한 지역을 직접 방문해 취재해 보도하며 나라마다 각기 다른 시련의 역사를 가진 모습을 실감했다”며 말했다.

이 후보자의 부친은 4·19혁명 도화선이 된 ‘김주열 열사의 최루탄 사망 사건’을 보도한 이강현 전 동아일보 기자(초대 한국기자협회장)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자가 된 이 후보자도 KBS에서 이라크 전쟁, 코소보 내전, 예멘 피랍 사건 등을 취재했다.

그는 “우리 언론은 정치사회적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시련 겪었다. 언론의 권력에 대한 견제·감시, 진실보도는 그 사회 국민의 건전한 정치지형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명”이라며 “지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는 언론이 권력 견제·감시의 기본 소명을 다 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에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 이정옥 KBS 사장 후보자. 사진=KBS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 생중계 갈무리.
▲ 이정옥 KBS 사장 후보자. 사진=KBS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 생중계 갈무리.
이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했던 ‘공영방송을 정권의 목적에 따라 장악하는 정권도 나쁘나, 언론에도 많은 책임이 있다’는 말은 언론인에 아픈 지적”이라며 “지난 30년간 나는 스스로에게 시청자를 위한 올바른 역할 할 수 있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자신과 생각이 달라도 객관적 보도 할 수 있나 라는 질문을 던져왔다”고 술회했다.

이 후보자는 또 최근 ‘미투(Me Too)’ 운동이 KBS에서도 일어나 여성 언론인들이 내부 성폭력 문제를 폭로한 점에 대해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 핍박도 하나의 적폐”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직원 성희롱 문제는 내가 입사할 때부터 없어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며 “여성에 대한 인권을 존중하면서 지금까지 성적 수치심 느끼게 하거나 차별은 없었는지 다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KBS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도 사내에 ‘젠더전담상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KBS 적폐청산 방안에 대해선 어떤 정권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부끄러운 과거사를 청산해 조직의 갈등을 치유하고 구성원을 통합해야 한다”며 “사원의 총의 모으는 가칭 ‘열린혁신단’을 통해 인적 청산의 경중을 가리고 인적·제도적 청산으로 적폐의 뿌리를 뽑고, 각 협회와 함께 하나의 기록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자는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선 지난 1981년 이후 37년 동안 동결된 수신료를 올리려면 국민 부담을 최소한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정 외 영업장 수신료 누락분 추정치도 545만 대가량”이라며 “현재 수신료 수입이 6300억 원인데 영업장 누락 수신료만 거둬도 약 7000억 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상 처음으로 시민들이 KBS 사장 후보자를 평가하고 선출하기 위해 열린 정책발표회에서 시민자문단이 사장 후보자 3명에 대해 내린 평가 결과는 최종면접이 열리는 오는 26일 KBS 이사회에서 개봉한다. 자문단의 평가 결과는 최종 후보자 결정에 40% 비중으로 반영되며 이사회 평가결과 60%를 합산해 최종적으로 사장 후보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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