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진보 언론들이 고민에 빠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검증 기사 등을 놓고 지지자들이 격하게 반응하면서 부수나 후원이 빠지는 현상에 봉착한 것이다.

대표적인 언론사가 한겨레다. 지난 10일 한겨레가 “문재인-안철수 나란히 37.7%…보수층, ‘안’으로 대이동”이라는 기사를 1면에 실으면서 문 후보 지지자들이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겨레 내부에서는 보도 이후 하루에 200부 이상의 부수가 빠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한겨레 측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 한겨레 10일자 보도 1면.
▲ 한겨레 10일자 보도 1면.
김진철 한겨레 미래전략부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 수준으로 부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DJ 유훈통치와 ‘놈현’ 관 장사를 넘어라”라는 기사로 절독 사태가 벌어졌을 때 만큼이나 격한 항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겨레 측은 논란이 된 여론조사에 대해 13일 인터넷 한겨레를 통해 입장을 밝혔으며 최근 독자에게 항의 받는 것과 관련해선 독자들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을 돌려볼 계획이다.

뉴스타파도 대선 국면에서 후원자 2000여명이 빠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스타파는 유력 대선 후보인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을 두루 검증해왔다.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13일 “모든 후보들을 검증하고 있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다”면서도 “탐사보도 전문매체가 검증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보다 엄밀하게 검증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인의 경우 야구선수 고 최동원씨를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비유한 만평이 논란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적절하지 못한 비유’라고 반발하고 있다. 

고제규 시사인 편집국장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호(501호) ‘편집국장의 편지’에는 만평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될 것”이라며 “예기치않게 고 최동원 선수 유족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문재인 캠프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문재인 캠프
오마이뉴스도 지난 1월 문 후보를 인터뷰하며 나온 사드 배치 관련 질문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논란이었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진행자인 장윤선 기자가 “문재인 대표가 안보 우클릭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표 입장이 바뀐거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고 말하자 문 후보가 “내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 오마이뉴스까지 그렇게 왜곡해서 질문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하며 논란이 인 것이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측은 후원자가 빠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0만인클럽 관계자는 “일부 후원이 빠진 것은 사실이나 최대한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전화도 돌려보고 설득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디어오늘 역시 문 후보 검증 보도를 할 때마다 악성 댓글이나 이메일 폭탄을 받는 등 적지 않은 비난을 받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의 사명은 진영과 상관없이 검증하고 비판하는 데 있다”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검증한다고 후원이나 부수를 무기로 사용한다면 저널리즘 가치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진보 언론이라고 진보 진영은 약하게 검증하고 보수 진영은 세게 검증한다면 언론 본연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진보 진영이 비판하는 조중동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