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명씩 사장님이 도망간다. 월급과 퇴직금을 주지 않고 야반도주했다. 사장님이 남긴 마지막 말은 “체불임금은 체당금으로 받으라”는 것이었다. 한숨에 욕이 섞여 나온다. 잠을 못 자겠다. 우리 조합원들은 이런 일을 매년 겪는다. 전국팔도에서 LG유플러스 IPTV, 초고속인터넷, 사물인터넷을 설치하고 수리하고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은 이런 대접을 받고 산다.

LG유플러스의 상품과 서비스를 설치하고 수리하고, 고객을 상담하는 노동자들 중 LG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홈서비스센터의 경우, 하도급구조다. 원청 LG와 하청업체들은 일 년 단위로 계약한다. 심지어 6개월짜리도 있다. LG는 업체들을 실적을 기준으로 업체들을 줄 세우고, 하위권 업체들을 바꾼다. 2, 3년 버티는 업체를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우리는 십년 동안 같은 지역에서 같은 일을 해도 매년 신입사원이 된다. 근속도 경력도 연차도 모두 사라진다.

문제는 ‘나가떨어진’ 업체들은 노동자들에게 월급과 퇴직금을 주지 않고 도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억대 연봉의 원청 임원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겠지만 당신들이 관리하는 전국 70여개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에서는 매년, 매월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긴다.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예전 사장은 도망쳐버렸다. 새로 들어온 업체 사장은 “예전 업체 일이니 나와 상관없다”고 한다. 원청 LG유플러스는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하나 묻고 싶다. 우리 노동자들은 누구에게 월급과 퇴직금을 달라고 해야 하나. 노동부를 찾아가도 체불임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한다. 우리는 공무원보다 더 빨리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한다. 상담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 LG유플러스 광고화면 갈무리
▲ LG유플러스 광고화면 갈무리

그래서 우리가 찾아가는 곳이 바로 원청 LG다. 우리는 LG유플러스 상품과 서비스를 설치하고 AS하고 상담하고 영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지사장들이 월급을 들고튀어도, 그래서 우리가 월급을 못 받는 기간에도 우리는 LG에 돈을 벌어다주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바로 우리를 LG유플러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임금을 못 받은 동료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다. 글을 읽다 가슴이 미어졌다. 눈물이 났다. 노조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감시하는데, 현장 조합원들이 열심히 싸우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겼다.

“‘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LG유플러스 관악·동작서비스센터… 7월 말까지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한다고 했다. 기다려 달라 했다. 우리는 참 착하게 기다렸다. (중략) 그런데 그 돈을 사장놈이 다 가져갔다. 하늘이 무너진다. 마이너스통장에 잔액 40만원 있는데… 차에 기름 넣을 돈이 없다. 사장놈은 ‘돈 없으니 체당금으로 받아가라’고 했다. 밤새 운 것인지, 밤을 꼬박 세운 것인지… 퀭한 눈을 하고 넋이 반이 나간 얼굴로 출근한 동료형님을 보니 가슴이 찢어진다. 지독한 폭염에 땀을 폭우처럼 쏟으며 일한 대가이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중한 돈이다. 너무 잔인하다. 배 째라는 사장놈 잔인하다. 수수방관하는 원청 LG유플러스는 더 잔인하다. 지회 사람들 볼 면목도 없고 너무 힘들다. 돈으로 사람 목줄 잡고 장난하는 놈들, 너무 잔인하다.”

우리가 엄청난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월급 밀리지 않고 달라는 것이고, 경력 인정해 달라는 것이고, 휴일에는 쉬고 싶다는 것이고, 안전장비를 지급해 달라는 것이고, 충분한 시간 동안 고객을 만나도록 쥐어짜지 말라는 것이다. 2014년 노동조합 만들고 나서 지금까지 우리가 외친 구호는 “노동자도 인간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원청도 하청도 우리를 “말려죽이겠다”고 한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물론 LG는 고객와 언론 앞에서는 우리 같은 협력업체 노동자도 ‘가족’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뒤에서는 차갑고 냉소적인 표정을 짓고 우리의 이야기를 한 귀도 듣고 한 귀로 흘릴 뿐이다. 아니, 적극적으로 무시한다. 우리를 소모품으로 생각한다. 자신들은 사용자책임 하나 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악덕 사장들에게 중간착취의 기회를 나눠준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이익만 7천억이 넘었고 올해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한다. 잘 나간다고 착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당신네 상품을 설치하고 수리하고 상담하는 우리 노동자들은 LG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LG유플러스가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만들고, 노동자를 위험한 현장에 내모는 매우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고객과 시민들에게 알려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LG가 직접 책임지고 직접 고용하라. 지금껏 LG는 ‘진짜사장 LG가 직접 고용하라’는 우리 요구에 “협력업체와 상생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왔다. “우리는 LG전자 문제도 있어서 그룹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상시지속업무 노동자를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라는 것은 ‘상식’이다. LG보다 덩치가 작은 딜라이브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원청 직고용으로 전환하고 있고,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를 만들어 외주화 정책을 폐기했는데 LG는 아직도 이 모양 이 꼴이다. 이러니 만년 꼴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