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언론이 후보자 검증에 실패해 발생한 참사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시절과 육영재단·영남대 이사장 시절 그의 의정활동과 재단운영 리더십 행태를 통해 그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예측할 수 있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불출마 이후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의원시절 의정활동과 당 대표 때의 성적을 살펴본 이유다. 문 전 대표는 공약이행률, 법안 발의 및 통과 수, 당 대표시절 선거결과 등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약완료율 16%

비영리법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매니페스토)는 19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공약이행여부를 확인하는 자체평가표를 제출받았는데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문 전 대표(부산 사상구 의원)의 평가표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12개 공약 중 2개를 완료(16.7%)했다. 매니페스토가 밝힌 19대 국회의원 공약 완료율은 평균 51.2%였다. 문 전 대표의 공약완료율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경남 남해군 남해읍 전통시장을 방문해 한 상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문재인 측, 포커스뉴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경남 남해군 남해읍 전통시장을 방문해 한 상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문재인 측, 포커스뉴스

문 전 대표 측은 5개는 추진중(미완료)이라고 답했고, 1개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나머지 4개 “사상역 복합환승센터추진”, “복합물류의 수송거점으로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 “강서지역에 해양과 대륙의 유라시아관문 복합터미널 구축”, “해양수산부 부활” 등에 대해서는 ‘총선공약아님’이라고 밝혔다. 유권자들에게 제공되는 19대 총선 선거공보물에는 기재됐지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측에는 4가지에 대해 ‘총선공약아님’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는 유권자들을 속인 행위가 된다. 매니페스토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당공약’일뿐 의원 자신의 선거공약이 아니라고 답한 경우로 ‘정치인의 페이크(거짓)’”라며 “정당공약을 자신의 선거공보물에 표현을 했다는 것은 일정부분 이에 기여를 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해양수산부 부활”,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 등은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지역 공약에 있었다. “사상역 복합환승센터”와 “유라시아관문 복합터미널”은 정당공약집에도 없다.

매니페스토 관계자는 “현재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공약 서식이 법제화돼있는데 이 조항에 국회의원은 빠져있다”며 “의원 자신의 공약이 아닌 정당공약이라는 표현을 (공보물에) 명확히 하도록 법제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 측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지키지도 않을 정당공약을 선거공보물에 포함한 것이다.

의정활동성적 최하위, 법안 통과 0건

머니투데이 the300·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가 19대 국회의원 의정활동에 대해 종합평가한 결과를 보면 19대 국회 문재인 의원의 의정활동 성적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문 전 대표는 19대 국회 4년 동안 4건의 법안만을 대표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서 의원 1인당 평균 법안발의는 47.7건이다. 문 전 대표는 다른 의원들에 비해 10분의1도 안 되는 비율로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문 전 대표가 발의(대표발의·1인발의)한 법안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부담금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4가지인데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특히 문 전 대표는 2014년 6월 기존 상임위(기재위)에서 “국방과 안보의 중요성을 느꼈다”며 국방위로 옮겼다. 당시 차기 대권을 위해 안보이미지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후 실제 국방관련 대표발의한 법안은 없었다.

19대 의원들은 1인당 12.5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문 전 대표가 대표발의한 법안 중 통과된 법안은 단 한건도 없다. 법안통과가 0건인 의원은 문 전 대표를 포함해 총 291명 의원 중 8명뿐이다.

▲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대리인 자격으로 문재인 전 대표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은 김 의원이 제출한 등록 서류. 사진=포커스뉴스
▲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대리인 자격으로 문재인 전 대표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은 김 의원이 제출한 등록 서류. 사진=포커스뉴스

문 전 대표의 상임위 출석률 역시 61.7%에 불과했다. 법안발의·통과 및 출석률과 같은 성실도, 다면평가 등을 종합한 문 대표의 점수는 29.3점으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30.7점)보다도 낮았다. 본회의 출석률 271위, 상임위 출석률 283위, 법안대표발의 284위 등 문 전 대표의 성적은 민주당 최하점에 해당한다.

당 지도부라는 핑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유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총 16건의 법안을 발의해 이 가운데 5건이 국회에서 처리됐다. 상임위 출석률은 79.9%로 종합점수 40.1점을 받았다. 이종걸 당시 원내대표가 총 71건의 법안을 발의해 지도부 가운데 가장 많은 입법실적을 기록했다. 이 중 처리된 법안도 15건에 달해 평균 이상의 법안 성과를 냈다. 각각 거대 정당 지도부들이지만 문 전 대표보다 점수가 높다.

평균 이상의 성적은 거둔 당 지도부 의원들도 있다. 이춘석 당시 원내수석은 총점 53.8점으로 평균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상임위 출석률도 91.9%로 의원 전체 평균 출석률을 뛰어넘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40건의 법안을 발의해 5건을 통과시키며 51.1점의 종합점수를 받아 의원 평균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당 대표 문재인

당 대표로서 문재인의 성적은 어땠을까? 그가 대표로 있던 시절 치른 선거는 모두 패배했다. 2015년 4월29일 재·보궐선거 직전에 ‘성완종 리스트’가 터졌다. 당시 여당에겐 악재였지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전통적인 야당 텃밭인 광주와 27년간 야당만 당선됐던 서울 관악을에서도 패배하는 등 4곳 중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물론 패배 원인이 문 전 대표의 리더십 뿐 아니라 오래된 야당 내부 분열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전통시장을 방문해 어묵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문재인 측, 포커스뉴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전통시장을 방문해 어묵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문재인 측, 포커스뉴스

같은해 2월 전당대회에서 문 전 대표는 “이번에 당 대표가 안 되어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그 다음 제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취임 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야당 대표로선 처음으로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인정해 당내 저항을 받아온 문재인 체제가 두 달 만에 위기를 맞았다. 같은해 7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표가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3%나 나왔다.

같은해 10·28 재·보궐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이 압승했다. 당시 24곳 중 새누리당이 15곳에서 승리했고, 새정치연합은 2곳, 무소속 후보는 7곳에서 당선됐다. 광역의원(9곳) 선거는 여야 의석이 이전 3대6에서 7대2로 역전됐다. 기초 14개 선거구 중에서 새정치연합은 한석도 얻지 못했다. 당시 재보선은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일뿐이며 여야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집중해 주목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문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자신의 지역구 성적도 좋지 않았다. 당시 문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서 치러진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패했다. 부산 사상구 20대 총선 선거에서 문 전 대표가 불출마하고 그 자리에 같은당 배재정 전 의원(35.9%)이 출마했는데 패배했다. 당시 보수진영 후보가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26.6%)와 무소속 장제원 전 의원(37.5%)으로 분열해 야당에 유리한 상황이었고, 부산에서 민주당이 5명의 의원을 당선시키며 바람을 일으켰으나 사상구에서만 패배했다. 이후 이어진 당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그는 자신의 전권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넘기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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