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가 통신사 LG유플러스와 제휴를 맺자 지상파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방송협회(협회장 양승동)는 17일 성명을 내고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제휴를 ‘부당한 제휴’로 규정하고 “미디어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훼손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한국방송협회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소속된 단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자사 IPTV에 넷플릭스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휴로 넷플릭스는 통신망을 저렴하게 제공받고 정체됐던 이용자를 늘리게 됐다. 콘텐츠가 부족한 통신사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으며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제휴가 성사되면서 KT와 SK브로드밴드도 넷플릭스와 제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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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와 LG유플러스가 제휴를 맺었다. ⓒgettyimagesbank
▲ 넷플릭스와 LG유플러스가 제휴를 맺었다. ⓒgettyimagesbank

넷플릭스와 통신사 간 제휴에 왜 갑자기 지상파 방송사가 반발할까. 지상파 방송사는 이번 제휴가 사업자를 차별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본다. 한국방송협회는 “넷플릭스 역시 LG와 계약하면서 콘텐츠 매출 분담률에서 국내 프로그램제공업체(PP)보다 유리한 조건일 뿐 아니라 캐시서버(cashe server)장착까지 추진돼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상파는 통신사에 VOD를 제공하고 수익을 나누는데, 넷플릭스는 지상파보다 수익배분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사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위해 통신사에 막대한 ‘망사용료’를 내는 반면 LG유플러스는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국내에 넷플릭스 ‘캐시서버’(국내에 복사해둔 서버)를 제공하고 대가를 낮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범인은 바로 너' 제작발표회. 사진=넷플릭스 제공.
▲ 넷플릭스 오리지널 '범인은 바로 너' 제작발표회. 사진=넷플릭스 제공.

무료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는 통신사 중심의 유료방송 강화를 견제하고 있다. 통신사인 SK텔레콤과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 과정에서 한국방송협회는 반발했으며 SBS 8뉴스는 SK와 CJ를 비판하는 보도를 23건이나 내보내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지상파의 잠재적 경쟁자이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지상파의 서비스 ‘푹(POOQ)’과 넷플릭스가 경쟁하고 있다. 지상파가 뭉친 다음 통신사를 상대로 콘텐츠 제공 대가 협상을 벌이던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등장은 장기적으로 지상파의 협상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넷플릭스 국내 진출에 따른 한국 산업의 피해를 부각했다. 한국방송협회는 “글로벌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는 국내 진출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미디어시장을 장악했다”면서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투자 감소와 그에 따른 저가 콘텐츠의 양산으로 귀결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방송협회는 “정부는 미디어산업 붕괴로 이어질 지도 모를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부당한 제휴에 적극 대응 및 조치하고,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 미디어산업을 보호하고 그 역량을 키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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