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와 JTBC가 자사 메인뉴스를 통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JTBC ‘뉴스룸’이 박근혜 탄핵 촉구 촛불집회 당시 국방부가 위수령을 검토했다고 지난 20일 보도한 것을 SBS ‘8뉴스’가 반박한 뒤 양 언론사의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사활을 건 ‘보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위수령은 긴급 사태라고 판단할 경우 육군참모총장의 승인이나 국회 동의 없이도 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령이다. 20일자 JTBC 보도는 군이 국민을 진압할 목적으로 병력 동원을 검토했다는 것으로 해석돼 국방부에 대한 전 사회적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방부는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비난 여론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SBS가 JTBC 보도에 대해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청에 의해 국방부가 위수령을 검토한 것인데 JTBC가 ‘국회의원 요청’이라는 핵심 전제를 빠트렸다”고 지적하면서 JTBC 보도는 도마 위에 올랐다. JTBC가 군이 위수령을 검토했다는 근거로 제시한 두 개의 국방부 문건(‘위수령에 대한 이해’,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이 실은 이 의원 요청에 의해 지난해 2월 작성된 것이라는 게 SBS 측 주장이다.

▲ 26일자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 26일자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는 지난 24일 SBS 반박에 대해 “JTBC가 보도한 문건은 지난해 이 의원의 요청과는 관련 없는 병력 출동에 관한 문건이고 또 모두 최근 국방부 감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SBS는 25일 다시 “이 의원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2016년 11월과 2017년 2월 위수령 폐지 검토를 국방부에 요청했고 국방부는 2017년 1~3월 세 차례에 걸쳐 답변서를 보냈다”며 “특히 JTBC가 촛불 위수령 증거라고 보도한 두 문건은 작년 2월 이 답변서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성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언론사들의 상호 비평·비판 보도는 지난 26일까지 계속됐다. JTBC는 이날 수도방위사령부가 지난 2016년 11월9일 병력 증원과 총기사용수칙이 포함된 ‘촛불 집회 대비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 의원이 2주 뒤인 11월23일 위수령 폐기 논의 연혁과 관련한 국방부 입장을 처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 질의 이전에 이미 군이 병력·무기에 대해 검토했다는 것이다.

▲ SBS 위수령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 SBS 위수령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21일 “시위대가 군사시설 안으로 진입하는 우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수도방위사령부 차원의 질서 유지 관점의 대비 계획 성격의 문서”라면서도 “동 문건에는 대비 개념으로 예비대 증원 및 총기사용수칙을 포함하고 있어 당시 군이 촛불 집회 참가 시민을 작전의 대상으로 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JTBC는 국방부가 위수령 폐기와 관련해 논의를 했음에도 이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논의 자료는 없다”고 답하는 등 미온적이고 사안을 은폐하는 듯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자신들의 논지를 강화했다. 또 JTBC에 따르면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지시로 작성된 문건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 등은 이 의원 요청과 반대되는 움직임에 다름 아니었다.

반면 SBS는 지난 8일 군 인권센터가 탄핵 촛불집회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이 무력진압을 논의하는 회의를 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직접 이 의원을 찾아 문제의 두 문건을 전달했다고 밝히며 문건을 숨길 의도가 전무했다고 주장했다. SBS는 “이 의원뿐 아니라 청와대 국방비서관실, 국정상황실에도 이 문서는 배포됐다”며 “이 문서들은 이 의원이 위수령 폐지 검토 질의에 대한 국방부 답변 과정에서 만들어진 내부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 측의 자료를 받아 병력 출동, 무기 사용 관련 언급을 들어 촛불 위수령 증거라고 보도한 JTBC가 사안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 JTBC 26일자 뉴스룸 화면 갈무리
▲ JTBC 26일자 뉴스룸 화면 갈무리

JTBC가 26일 SBS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히면서 JTBC 차원에서 관련 보도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양 언론사 보도를 일일이 모니터링해온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27일 통화에서 “양쪽 보도에 조금씩 미흡한 점이 있다”며 “JTBC가 이 의원의 위수령 검토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누락하면서 시청자들이 국방부 스스로 군 개입을 검토한 것처럼 인식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SBS 보도 역시 국방부가 이 의원 요청과 무관한 내용을 검토했다는 등의 맥락을 전달하지 않아 오해의 소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김 처장은 “오랜만에 상호 비평이 방송사에 등장한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라며 “상호 보도 비평을 통해 각 방송사의 보도 취약점이 개선될 수 있고 시청자들은 논쟁 과정에서 더 많은 정보와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방송사들의 보도 비평 프로그램이 재건되고 활성화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보도 비평을 통해 보도가 개선되는 것이 최선인데 중재위까지 이르게 된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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