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 해임 소식은 13일자 주요방송사 메인뉴스와 14일자 조간신문에 보도됐다. 이날 보도에선 단순히 김 사장이 해임됐다는 사실만 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해임 사실뿐 아니라 해임의 이유를 함께 제시해야 했다. 그러나 이날 해임 이유를 충분히 전하지 못한 언론사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김 사장 해임이 현 정부의 방송장악이라고 주장하는 매체도 있었다.

이날 뉴스의 당사자이기도 한 MBC는 메인뉴스에서 해당 1분50여초 간 한 꼭지로 전했다. 특이하게도 리포트에 인터뷰가 없었다. 해당 리포트는 김 사장 해임에 반대했던 이사의 주장과 찬성했던 이사의 주장, 김 사장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입장, 여권과 야권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전할 뿐이었다. 국민여론 다수가 김 사장 해임이 MBC정상화의 일환이라고 답했지만 기계적 균형보도로 여론을 왜곡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공영방송을 전리품으로 챙기려는 폭거”라고 밝힌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마치 국민 절반의 입장인양 반영됐다. KBS 보도 또한 MBC와 유사했다.

▲ 11월 13일자 MBC메인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 11월 13일자 MBC메인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반면 JTBC와 SBS는 방문진 이사회 현장과 방문진 앞 MBC본부의 집회 현장을 생생하게 전했다. 두 방송사 리포트는 다른 방송사와 달리 MBC 파업 언론인들이 김 사장 해임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현장을 전했다. 김 사장 해임과 총파업의 이유도 비교적 명확히 전했다. SBS는 최강욱 방문진 여권 이사가 김장겸 해임 사유와 관련, “공정성과 자율성이 침탈된 결과”라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JTBC는 앵커멘트에서부터 “김장겸 MBC 사장이 부당 노동행위 등의 이유로 사장직에서 해임됐다”며 해임 이유를 설명해줬다. 김연국 MBC본부장이 김 전 사장 해임 직후 “신뢰받는 방송을 재건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JTBC와 SBS 리포트에선 등장했다. 반면 TV조선 보도에선 MBC본부가 왜 김 사장 사퇴를 요구했는지가 언급되지 않았다. 채널A는 이 소식을 단신으로 전했고, MBN은 아예 다루지 않았다.

종합일간지에선 김장겸 해임을 둘러싼 시각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의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프레임 대결이 공영방송 정상화 작업에도 반영됐다. MBC ‘정상화’를 MBC ‘장악’으로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신문은 ‘정상화’에 손을 들어줬지만 조선일보는 이를 ‘장악’으로 보고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향신문·국민일보·서울신문·한겨레·한국일보는 이날 해임을 MBC 정상화로 봤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더 이상 ‘부패 권력 부역방송’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공정성 확보 장치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1면과 3면 전체에서 MBC·KBS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왜곡·편파 보도와 노조원들에게 가해진 보복성 인사 등으로 신뢰도 추락을 거듭해온 문화방송이 ‘언론 정상화’의 궤도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11월14일자 조선일보 사설.
▲ 11월14일자 조선일보 사설.
반면 조선일보는 1면과 8면 및 사설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며 ‘방송 장악’이란 프레임을 강조했다. 8면 기사 “이사회 끝나자마자 주총까지...野 ‘군사 작전하듯 MBC사장 해임’”에서 김광동 야권 이사의 말을 빌려와 김 사장 해임을 비판했다. 사설에서는 한층 더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 신문은 “적폐 청산한다면서 더 큰 적폐를 쌓는다”며 “5년 뒤 이 방송 장악에 대한 청산 소용돌이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달리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이 사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사설도 쓰지 않았다. 13일 방송사 메인뉴스와 14일 주요 종합일간지 보도 가운데 ‘방송장악’을 주장한 언론사는 사실상 조선일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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