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가 오는 17일부터 사회부 소속 이준희 기자에서 정치부 천현우 기자로 교체된다. 하지만 이 기자가 지난 8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재판 관련 리포트와 관련,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아 갈등이 있었다는 주장이 등장해 보복성 인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문 전 장관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위해 이 기자는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자는 특검과 검찰에서 문 전 장관이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을 통해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챙겨보라’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보고 있고, 박근혜 정부가 삼성 합병을 돕는 대가로 삼성이 정유라씨의 승마지원 등 뇌물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또한 법원이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연결점을 인정한 만큼 향후 재판에서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는 내용도 기사에 포함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이 복수의 MBC 기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 기자는 데스크로부터 문형표 재판 결과와 박근혜 재판의 연관성을 삭제하도록 지시받았고, 이 기자는 이를 거부했다.

이날 실제 해당 내용은 김지만 기자가 대신 보도했다. 김 기자의 리포트는 법원이 문형표 재판을 통해 박근혜와의 연관성을 판단하지 않았고, 이날 판결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김 기자는 “오늘(8일) 재판은 같은 삼성 합병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과 직접 관련은 없다”며 “원칙적으로 오늘 판결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재판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천현우 MBC 기자. 사진=MBC
▲ 천현우 MBC 기자. 사진=MBC

이후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았던 이 기자가 하차했고, 이 자리를 천현우 기자가 대신할 예정이다. 이 기자를 대신해 리포트한 김 기자와 새로 앵커자리를 맡게 된 천 기자는 모두 2012년 MBC 파업 이후인 2013년 입사한 경력기자 출신이다.

천 기자는 최근 정부여당의 공영방송 정상화 요구에 대해 지난 9일 “언론통폐합을 앞세워 언론을 장악했던 5공 군사정권과 닮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등의 보도를  했다. MBC 내부에서는 ‘회사 말 잘 듣는 사람을 주요 위치에 배치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문호철 MBC 보도국장에게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준희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오후 8시44분 이준희 MBC기자 입장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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