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경찰이 삭제 요구한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등 유튜브 영상을 제재하지 않은 가운데 시민단체가 ‘지지’ 입장을 밝혔다.

오픈넷은 지난 3일 논평을 내고 “이번 결정은 정부, 여당의 과도한 가짜뉴스 대응에 제동을 걸고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근본적 의미를 숙고한 것으로써 환영할 만하다”고 밝혔고 언론인권센터는 4일 논평을 통해 “적절했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냈다.

[관련기사:[단독] 경찰, ‘문재인 치매설’ 유튜브 영상 삭제 요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등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 및 게시글 삭제 요청을 심의한 결과 ‘해당 없음’ 또는 ‘각하’ 처리했다. ‘해당 없음’은 심의 결과 제재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고, 각하는 해당 영상이 이미 삭제돼 심의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 경찰이 삭제요청한 유튜브 '신의 한 수' 영상 화면 갈무리.
▲ 경찰이 삭제요청한 유튜브 '신의 한 수' 영상 화면 갈무리.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등 건강이상설 △문재인 대통령이 간첩이라는 주장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공작이라는 주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방에서 칩거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선일보 보도 인용 △유류저장소 사고가 북에 보낸 정유를 은폐하기 위해 저지른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담은 유튜브 영상 및 인터넷 게시글을 삭제 요청했다.

경찰은 해당 영상과 글이 허위라고 규정하고 통신심의규정 가운데 ‘사회질서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해당 표현물이 문제가 있는 건 맞지만 사회 질서를 현저히 위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의견을 모았다.

오픈넷은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 역시 ‘표현 내용의 타당성을 차치하고 국가기관이 ‘허위사실’이나 ‘사회질서 위반’을 판단하여 표현물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의견을 모은 것은, 정치적 견해를 떠난 진정한 진보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정부 때 정부여당 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이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드와 관련한 루머성 게시글에 시정 요구 제재를 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언론인권센터는 삭제요구를 한 경찰에 “정부의 강력한 대응 방침에 대한 과잉충성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개인 방송에 대해 경찰 및 행정기관은 무분별한 심의요청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언론인권센터는 “공권력이 앞장서서 허위 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시민사회가 자율적으로 정보공개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언론이나 개인의 무분별한 보도에 대해서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은 시민사회의 역량강화를 지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응을 시사하자 언론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치적 의혹제기와 허위조작정보의 기준이 불분명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허위가 사실이 되는 경우도 있는 등 허위성 판단이 쉽지 않고 △사업자에 콘텐츠의 진위를 판단하게 할 경우 오남용 소지가 크고 △정부를 비롯한 심의기구에서 판단할 경우 정치적 악용 우려가 있고 △소수자나 약자가 아닌 언론 등 소통창구를 확보한 공인을 위한 대응은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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