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다이 음식 재활용 이건 정말 배신감 느껴지는데... 목동점에 자주 갔거든요”
“특활비 가장 많이 받은 의원이 얼마 받은지 알아요? 6억2000만 원이래요”

지난 13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MBC 사옥 14층. MBC 14F 편집회의가 시작됐다. 14F는 MBC와 메디아티가 협력해 만든 디지털 뉴스 브랜드로 프리랜서 PD·디지털 저널리스트들이 주목해야 할 뉴스 4가지를 소개하는 ‘PICK’을 제작해 매일 밤 9시마다 올린다.

“공감대 있는 아이템이 있어요?” 회의를 지켜보던 윤성철 차장이 물었다. 그는 ‘결정’하지 않고 ‘질문’했다. 대답이 이어졌다. “터키 환율 급락 문제는 여행 가는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줄 수 있고 레거시한 느낌으로 이어져요.” “특활비는 분노할만한 포인트들이 있는데요.”

▲ '14F' B팀의 아이템 회의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 '14F' B팀의 아이템 회의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14F는 A팀과 B팀이 번갈아가며 콘텐츠를 만든다. 14F 사무실을 방문한 13일은 B팀이 아이템을 선정하고 녹화하는 날이다. B팀 5명은 26개 아이템을 발제했고 1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아이템 4개를 골라냈다. ‘특활비 폐지’ ‘터키 환율급락’ ‘비자림로 훼손’ ‘범고래 소식’이다.

회의를 끝낸 B팀 구성원들은 이슈를 정리해 출력한 후 자리를 떴다. 옆방에 있는 김경태 부장에게 검토 받으러 가는 길이라고 한다. 3분쯤 지나 사무실에 돌아온 B팀은 “복잡한 터키 이슈를 풀어내는 게 관건”이라는 ‘피드백’을 받고선 바로 스크립트 작업에 돌입했다. ‘까인’ 아이템은 없었다.

“기존 뉴스와는 많이 다르죠.” B팀을 담당하는 윤성철 차장은 보도국 소속 기자였다. 얼마전까지 ‘캡’(소속팀 반장)을 맡았던 그에게 14F의 업무 방식은 신선하다. “보통 데스크나 부장이 1차 컨펌 한 후 편집회의에서 최종결정하는 시스템인데, 여기는 발제부터 결정까지 20대 구성원들이 전담한다는 점이 다르죠.” 데스크가 주도하거나 거르는 일은 없다.

아이템을 고르는 기준이 뭘까. 14F는 사전조사를 통해 20대가 주목하는 이슈를 선별했다. ‘오피스 라이프’ ‘헬스뷰티’ ‘환경’ ‘다양성’ ‘브랜드’ ‘애니멀’ ‘스트리밍’ ‘여행’ ‘eat&drink’ ‘컬쳐’ ‘주거&홈’ ‘성(性)’ 그리고 ‘레거시’다.

김민영씨는 “뉴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슈가 우리에게는 가치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4F가 동물권을 다룬 뉴스에 주목하는 게 대표적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BMW 화재나 은마아파트 가격 변동 아이템은 청년들과 연관성이 높지 않아 ‘킬’됐다.

부장 검토가 끝난 다음 본격적으로 스크립트 작성 작업이 시작된다. 오후 4시30분 녹화 전까지 3~4시간 만에 스크립트를 써내야 한다. 팀원들은 각자 조사한 내용과 기존 언론 기사를 한쪽 모니터 화면에 켜 놓고 참고하면서 다른 모니터 화면에 스크립트를 썼다. 숫자로 이슈를 정리하며 요점만 옮겨졌다. 취재가 필요하면 기자인 차장들이 돕는다.

스크립트 작업의 핵심은 ‘압축’이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슈 4개를 설명해야 한다. 이수종씨는 “어려운 말은 다 뺀다”고 했다. 기무사와 관련한 개정된 조항 내용이나 주요 패스트푸드의 자동판매기 비율 등은 그래픽을 활용하고 ‘말’에 담지 않는다. 윤지원씨는 “세미나 같은 게 열리면 주최, 발표자가 기사에는 중요한데 우리는 빼요. 구구절절 설명해봐야 어차피 ‘TMI’(Too Much Information, 과도한 정보)”라고 말했다.

▲ 'PICK' 화면 갈무리. 모션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 'PICK' 화면 갈무리. 모션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제작진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TA’(타깃 오디언스)와 ‘레거시’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지만 주 독자층인 20대에게 어떻게 ‘레거시’ 이슈를 녹여낼지 고민을 이어가며 조금씩 변주를 주고 있다.

현재 쓰는 방식은 레거시 이슈와 가벼운 이슈를 섞는 것이다. 채반석씨는 자신의 브런치에 이 같은 방식을 ‘햄버거 세트메뉴’에 빗댔다. 메인인 햄버거가 있으면 이를 보조하는 감자튀김, 콜라가 있는 것처럼 강약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젊은 독자들이 레거시 이슈에 주목할까? “레거시도 우리 삶과 관련이 있고 풀어내는 방식이 중요하죠. ‘은산분리’ 이슈를 할 때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김민영씨의 말이다.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 같아요. 문희상 국회의장 소식을 다루면 ‘이 분이 이하늬 친척이래’로 시작하고 은산분리를 설명하기 위해 ‘카카오뱅크가 카카오의 것이 아니라네요’라는 식으로 시작해요.” 윤지원씨의 말이다. ‘구독 경제’를 발제한 이수종씨는 “제 또래는 집에서 맥주 한 캔씩 마신다”며 ‘맥주 구독’을 부각해 대본을 썼다.

윤 차장이 페이스북 구독자 시청 데이터를 뽑아 설명했다. “보시면 끝까지 영상을 보는 비율도, 도달률도 이 두개가 굉장히 높아요.” 그가 가리킨 날은 은산분리와 김기춘 석방 이슈가 부각된 때였는데 다른 콘텐츠보다 더 높은 숫자들이 보였다.

▲ '14F' 스크립트 제작 및 영상 편집 작업. 사진=금준경 기자.
▲ '14F' 스크립트 제작 및 영상 편집 작업. 사진=금준경 기자.

“가시죠” 오후 4시20분, 스크립트 완성 후 B팀 전원이 MBC 뉴스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스크립트 작성자가 진행을 맡은 강다솜 아나운서와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촬영 인력이 아니어도 스튜디오로 향한다. 풀어내기 힘들다던 터키 환율 폭락 이슈는 다양한 요인을 일일이 설명하는 대신 하나만 남겼다. “요즘 터키여행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터키 돈 리라화가 역대급으로 싸거든요. 그 이유가 여러 문제가 얽히고 설켜있는데 그 중에서도 터키가 미국인을 억류하고 있는 게 가장 큽니다. 트럼프가 그 사람 풀어달라며 관세를 2배로 올렸어요!”라는 내용이다.

도착한 스튜디오에는 강다솜 아나운서가 대기하고 있었다. 녹화하는 내내 대본 논의가 이어졌다. “이 문장을 빼는 건 어때요?” “자연경관? 자연으로 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요.” 강다솜 아나운서는 전달하기 쉬운 표현을 제안하거나 논쟁적인 이슈는 논의를 하며 톤을 조정한다. 윤지원씨는 이 과정을 두고 “어쩌면 우리가 ‘고인 물’일 수도 있는데 강다솜 아나운서가 이슈를 함께 고민하면서 퀄리티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 'PICK' 녹화 현장의 강다솜 아나운서. 사진=MBC 제공.
▲ 'PICK' 녹화 현장의 강다솜 아나운서. 사진=MBC 제공.

오후 4시30분, 녹화가 시작됐다. “제주의 명물 비자림 혹시 가보셨어요? 가는 길이 여기에서 이렇게 바뀌었대요.” “우리나라의 몇몇 국회의원들은 월급 말고 받는 돈이 있어요.” 기존 아나운서와는 다른 톤이 나왔다. 72초TV의 나레이션처럼 속사포랩을 하듯 말을 하는가 하면 원희룡 지사의 입장을 전할 땐 남성 목소리 성대모사를 했고, 특활비 문제를 다룰 땐 ‘분노’를 담았다.

“기존 방송과는 어휘가 다르고 인토네이션(어조)도 매우 달랐어요.” 강다솜 아나운서가 말했다. “귀에 박히도록 노력하는 편이에요. 뉴스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여서 감정을 담지 않지만 여기는 달라요.”

“이거 팔로우 해봐. 뉴스도 알기 쉽게 알려주고 아나운서 언니 목소리도 빠져들어”, “나 요즘 뉴스 이렇게 봐! 상식 느는 거 같아서 아주 좋아 시간 순삭이야ㅠ” 14F에 달린 댓글이다. 14F의 페이스북 팔로워(구독자)는 14일 기준 8098명. 큰 규모는 아니지만 입소문을 타고 있다. 14F는 데일리 이슈픽 외에도 ‘심층 해설’ ‘토론’ 프로그램도 제작하면서 20대에게 맞는 뉴스 실험을 이어갈 계획이다.

[관련기사: 레거시미디어의 혁신 실험 시리즈]


 “14F PICK은 뉴미디어판 뉴스데스크”
[인터뷰] 김경태 마봉춘미디어랩 부장

“비디오머그를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디오머그의 카운터파트는 ‘엠빅뉴스’죠.”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김경태 마봉춘미디어랩 부장을 만났다. 김 부장은 뉴미디어 뉴스제작부장을 지냈고 스타트업 미디어 지원기관인 메디아티와 함께 기획한 20대를 위한 뉴스 브랜드 ‘14F’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클립 영상을 만들기 위해 ‘14F’를 만든 게 아니다. 그건 ‘엠빅뉴스’가 더 잘 한다. 우리는 젊은 세대에게 맞는 ‘뉴스’를 전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14F’를 기획한 계기는.

“MBC도 뉴미디어를 해왔다. 그러나 PC,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유통망이 나오면서 거기에 따라 가공을 해 콘텐츠를 내보내는 데 그쳤다. 시청자가 아닌 매체 중심의 사고였다. 제작방식도 스브스뉴스가 나오면서 따라간 것이지 특정한 목적을 갖고 계획을 세우지 못 했다. 타 매체와 격차가 벌어졌다. MBC의 재건은 뉴미디어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14F’는 타 매체 뉴미디어 브랜드와 무엇이 다른가.

“SNS에서 뉴스가 사라지고 콘텐츠만 남았다. 우리는 콘텐츠가 아니라 뉴스를 지향한다. ‘엠빅뉴스’는 클립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지만 ‘에디토리얼’ 개념이 없었다. 고민 끝에 스타트업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타깃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뉴스를 제공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한 달 가량 서비스 했는데 독자 반응은.

“다수 구독자가 18~35세로 나오는데 의외로 ‘하드한’ 뉴스 수용도가 높다. 레거시, 경성뉴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가 타깃으로 설정한 20대의 젊은 시청자들도 어려운 이슈를 알고 싶어 한다.”

-‘14F’는 페이스북 중심 활동인데, 페이스북이 알고리즘 정책을 바꾸면서 언론사 페이지가 성장하기 쉽지 않다.

“그 점에서 고민이 많다. 다만, 성장세가 둔화된 것일 뿐 여전히 페이스북이 중요하다. 유튜브가 인기 많지만 ‘아젠다 세팅’ 면에서는 페이스북이 더 유리한 조건이다. 유튜브는 검색을 통해 콘텐츠를 찾아야 하는 서비스라 특정한 아젠다를 세팅하기 힘들지만 페이스북은 이슈를 던지기 적합하다. 우리는 동영상이 아니라 뉴스를 하고 싶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의미 있다.”

-짧은 시간에 압축하니 깊이 전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물론, 깊게 들어가면 이용자 이탈이 우려돼 딜레마를 느낄 것 같다.

“보완을 고민하고 있다. 9월까지 ‘링크 앤 익스플레인’이라는 이름의 ‘롱포맷 뉴스’를 선보일 것이다. 예를 들어 강다솜 앵커가 ‘PICK’을 통해 ‘은산분리’를 설명할 때 아래 링크로 ‘우리가 자세한 설명을 준비했다. 이거 보시면 된다’는 식으로 콘텐츠를 연결한다. 그걸 클릭하는 순간 유튜브로 이동해 시간이 긴 해설 콘텐츠가 나온다.”

-또 어떤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인가.

“’PICK’이 데일리 뉴스로 뉴미디어판 뉴스데스크라면 ‘링크 앤 익스플레인’은 ‘시사매거진2580’이다. 이제 ‘100분 토론’이 남았다. ‘PICK’을 하다가 격하게 찬반양론이 대립되는 이슈가 나오면 토론 프로그램을 연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숏다큐멘터리도 하고 싶다. 물론, 이걸 다 하려면 보도국이나 외부와 연계가 필요하다. 5060에 맞는 뉴스 포맷도 필요하다. 극단적 유튜브 콘텐츠의 중장년층 구독자가 크게 늘었다. ‘가짜뉴스’가 시장에서 선택받지 않도록 중장년층을 위한 양질의 뉴스 공급이 필요하다.”

-독자적 브랜드로 생존하려면 수익모델이 필요하다.

“네이티브 애드(기사형 광고)와 브랜디드 콘텐츠(콘텐츠 형식의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내보냈던 소식 가운데 파리바게뜨에서 조식을 4000원에 준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이런 이슈는 브랜드와 연계도가 높다. 영상을 보며 쇼핑으로 넘어가는 방식의 (커머스)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 광고라 하더라도 20대에게 필요한 내용이라면 가치 있는 정보가 될 거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방송광고와 연계해 제작하고자 한다. 뉴미디어 채널을 본 채널과 분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우리는 온-오프라인을 통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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