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전문기자로 활동해 온 박수택 전 SBS 기자가 경기도 고양시장 정의당 후보로 나섰다. 그는 지난 2월 33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SBS에서 정년퇴임했다. 박 후보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17년 고양시민으로 살면서 환경운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기자로서 문제를 취재해 보도하기도 했지만 시민의 삶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보다 못해 이 자리에 섰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박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고양시갑) 제안으로 고양시장에 출마하게 됐다. 심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가는 민주당에 맡겼으니 고양시와 고양시장은 박수택 후보에 맡겨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박 후보를 만났다.

박 후보는 ‘엄마들의 눈물’이 출마의 계기라고 밝혔다. 그는 환경 전문 기자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다가 자연스럽게 고양시장 후보에 나서게 됐다. “7년간 논설위원실에 있다가 현장으로 나갔죠.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더라고요.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정부나 지자체에 대책을 촉구하는 운동이 있어 관찰하게 됐죠.”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인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는 7만여 명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로, 활발하게 환경부·교육청 등에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박 후보는 역시 미대촉에 참여하고 있다.

▲ 박수택 정의당 경기도 고양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미디어오늘과 만나고 있다. 사진=강성원 기자
▲ 박수택 정의당 경기도 고양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미디어오늘과 만나고 있다. 사진=강성원 기자

지난달 말 시민들이 크게 실망한 사건이 있었다. 미대촉 회원들은 고양시청에서 경기도 교육청 공무원들과 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취재진이 미대촉 회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왔다. 하지만 이 자리를 주선한 한 여당 도의원이 ‘허가 없이 취재하러 왔다’며 카메라를 막았고 결국 간담회가 열리지 못했다. 이 자리에 박 후보도 있었다.

박 후보는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맞대는 의미 있는 자리였는데 취재를 막으니 기자 출신으로 모욕감을 느끼기도 했고 시민들도 많이 상심했다”며 “주로 어린 아이가 있는 학부모들이었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시민 의견을 외면했고, 도리어 시민들이 정부와의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손바닥 비비며 애태우는 게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올해 지방선거가 있으니 내가 시의회에 진출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기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결정에 미대촉 회원들도 환영했다.

미대촉 회원들과 연대해온 김혜련 정의당 고양시의회 미세먼지대책 특별위원장이 박 후보와 접촉해 정의당과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심 의원이 박 후보를 찾아 시장 후보로 나서줄 것을 부탁했다. 심 의원은 박 후보에게 “이 지역은 정의당 지지자들이 꽤 있고, 정의당이 서민·노동자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정당이니 뜻을 강하게 펼치려면 시장직에 도전해달라”며 “자유한국당 계열, 민주당 계열이 고양시장을 두 번씩 했지만 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이 이 울분을 승화해 시정을 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현장 기자 경험을 시정에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주말에 자전거와 도보로 고양시 전역을 다녔다. 신도시를 만들면서 난개발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환경이 악화했다. 시민들은 소음·진동·먼지 속에서 살고 있다. 폐기물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말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인가 싶다. 법을 위반한 부분도 많다. 쓰레기 문제, 미세먼지 문제 등 숨 쉬는 것조차 힘든데 시민들의 삶의 질은 어떻겠는가. 담당 공무원도 몰랐던 조례들을 찾고, 전문가 자문을 받았던 기자 경험을 살려 고양시를 바꾸고 싶다.”

그는 시민 일상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겨울 고양시 홈페이지에는 눈을 치워달라는 민원 글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올라왔다. 박 후보는 “고양시장과 공무원들이 한 달만 시민들과 함께 걷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보면 금방 해결된다”며 “고양시 버스 체계도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시장부터 관용차 없애고 버스를 타면 된다”고 말했다.

▲ 경기도 고양시 홈페이지. 고양시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경기도 고양시 홈페이지. 고양시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고양시정 홍보 역시 개혁 대상이다. 박 후보는 “시정 홍보지를 보면 시정 홍보인지 시장 홍보인지 구분이 안 된다. 한 예로 고양시를 찾은 관광객이 1000만 명이 넘었다는 내용이 나오지만 이는 관광객·고양시민 구분도 없이, 중복 인원 확인도 안 된 허위 과장이었다”며 “서울시처럼 지역의 문화 예술인을 발굴해 소개하거나 시정을 지적하는 ‘비판지’ ‘민주 언론’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정의당 후보로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방선거가 보통 현 정권에 대한 평가라고 인식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시민들이 선택한 것이고 나도 문 대통령을 존경한다. 정의당과 큰 방향에서 같다고 본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편승해, 또 민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선 안 된다. 건강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고양시민들은 자유한국당 8년, 민주당 8년을 겪었다. 그동안 그들이 시민의 삶을 얼마나 헤아렸는지 봐야 한다. 일할 기회를 정의당에도 줘야 한다. 나라는 문재인 대통령·민주당 정부에 맡겼으니 고양시는 정의당에 맡겨 달라.”

박 후보는 정년퇴임까지 현장을 지킨 기자다. 1984년 MBC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은 기자 동기다. 직종은 다르지만 백종문 전 MBC 부사장(PD)과 MBC 동기다. “동기들과 연수 받으면서 ‘우린 끝까지 현장에 남자’고 약속했다.” 고 한다. 박 후보가 일본 특파원으로 있을 때 같이 일본에 있었던 언론인들은 이낙연 총리(동아일보),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동아일보), 전여옥 작가(KBS), 송희영 전 주필(조선일보) 등이다. 

박 후보는 이명박 정권인 2010년부터 SBS 환경 전문 기자직에서 해임돼 논설위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줄이기 위한 경영진의 조치였다는 평가다.

또한 대주주인 윤세영 전 SBS 회장이 박 후보의 4대강 비판 보도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지난해 SBS 노동조합을 통해 폭로됐다. 이는 SBS 노조가 방송사 최초로 ‘사장 임명동의제’를 쟁취하게 된 출발점이었다.

그가 기자 시절부터 현장을 고집한 건 그곳에 ‘사람’이 있어서였다. 그는 취재할 때 항상 다음 7가지를 유념해 기사를 썼다. △불의에 맞서는 의식 높은 시민 △다수를 이루는 보통사람 서민 △정치권력의 원천인 유권자 △경제생활의 주체인 소비자 △국가·지자체 살림을 받쳐주는 납세자 △땀과 시간을 바치는 노동자 △더불어 살아가야 할 소외 계층 등이다. 그는 앞 글자를 따 ‘시서유소납노소’를 외우고 다닌다며 “시장이 돼서도 이분들을 중심으로 시정을 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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