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 중 기본권 및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오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대통령 개헌안 중 일부 내용을 확정해 발표하면서 본격 개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조국 민정수석은 20일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번 개헌은 기본권을 확대하여 국민의 자유와 안전, 삶의 질을 보장하고,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 국민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헌이 되어야 한다”며 대통령 개헌안의 취지를 밝히고 개헌 내용을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 개헌안 중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 등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공식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쟁이 예상된다.

조국 수석은 “국회의원은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권력의 감시자로서,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조국 수석은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 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입법발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예로 들며 국민발안제 도입 배경을 밝혔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국민발의 및 소환의 요건에 대해 “국회가 논의해서 법률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회의원 직을 (국민이)직접 박탈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스스로 수용할 수 있겠다라는 기준을 마련하면 좋겠다. 국민 발의 역시 국회 입법부의 법률안 발의권을 국민에게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모여서 국민 발의 조건이 되는지 국회가 판단토록 하는 게 좋겠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국 수석도 “(요건이) 낮게 하게 되면 의회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높게 하면 실현 불가능한 제도가 된다.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실행 제도는 국회가 마련해야 한다고 공을 돌렸다.

청와대는 국민소환제에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대통령 개헌안의 핵심 내용이라고 소개했지만 야권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며 반대하는 주장이 나온다. 의원직 상실에 버금가는 행위가 발생했을 때 형사소송법에 따라 처벌을 할 수 있고, 자격이 미달되면 차기 선거에서 낙마시키는 게 대의민주주의 취지인데 국민이 직접 의원직을 박탈해버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면 삼권분립에 어긋날 뿐더러 혼란이 가중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민주제를 대폭확대해 대의제를 보완”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오히려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치의 부패도 허락하지 않은 깨끗한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통령 개헌안 중 국민소환 및 발안제는 이를 구현할 핵심 조항이면서 향후 벌어질 논쟁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내용에 해당된다.

국회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반발이 일면 문재인 정부는 국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조항이 마련돼 있음을 강조하면서 국민 여론에 거스르는 부당한 행위를 저지르고, 여론이 압도적인 입법 사항에 대해서는 이를 국민이 직접 시정할 수 있도록 국회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 전문 개정안에 4. 19 혁명과 부마항쟁 그리고 5. 18 민주화운동, 6. 10 항쟁까지 포함시킨 것도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맞닿아있다. 다만 촛불시민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전문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조국 수석은 “현재 진행중이라는 말은 촛불 정신이 지금도 우리 사회의 바탕이고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신을 구현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는 조항도 마련했다. 조국 수석은 헌법 조문에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천부인권적 성격에 해당되는 기본권의 경우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반면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와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의 주체는 기존 표현인 국민으로 두기로 했다. 국적과 관계없이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권리의 경우 사람이라는 표현을 써서 보다 명확히 민주주의 기본권 취지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공무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구체화했다. 헌법에 나온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고,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국가에 부과하는 내용이다.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 내용을 신설하는 조항도 마련 됐다.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공무원에게 노동 3권을 인정하지만 현역 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제한하도록 했다.

조국 수석은 “현행 판례에 따르면 임금 인상을 위한 단체행동권엔 문제가 없지만 정리해고에 대한 단체행동권은 불법화가 된다. 정리해고에 대한 단체행동권은 노동자 생존의 근본 방식인데 일정하게 단체행동권을 확대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정해구 위원장(오른쪽)으로부터 국민헌법자문특위 자문안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정해구 위원장(오른쪽)으로부터 국민헌법자문특위 자문안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밖에 ‘선거운동은 관할 선관위의 관리 하에 법률에 정하는 바에 할 수 있다’고 참정권을 제한한 규정(헌법 제116조)을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만 필요한 경우 법률상 제한을 둘 수 있다’로 수정해 참정권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선변호사 선임권 인정을 형사피고인에서 피해자로 확대하는 방안, 체포 구속 시 변호인 선임권 뿐 아니라 진술거부권까지 포함해 고지하는 방안, 일반 국민이 범죄를 저지르면 원칙상 군사재판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민참여 재판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행 헌법에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도록 돼 있어 국민참여재판의 헌법적 권리가 축소돼 있었는데 ‘법원’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로 수정했다.

조국 수석은 “미국이 인정하는 배심재판의 경우 (우리나라 현행 헌법)헌법적으로 불가능한데 배심원 결정에 대해서 권고 효력을 높여 국민참여재판이 미국식 배심 재판으로 갈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둔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권과 안전권, 정보기본권 등은 새로 신설됐다. 생명권과 안전권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명시하고 재해 위험으로부터 국가가 보호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현행 헌법에는 재해예방 및 위험으로부터 보호 ‘노력’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삭제하기로 했다. 헌법에 영장청구주체권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 밖에 없다는 점, 영장청구 주체와 관련된 내용은 헌법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삭제키로 했다.

다만 검사 영장청구권 조항이 헌법에서 삭제된다고 하더라도 현행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내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조국 수석은 “국회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마련돼 있고 논의를 하게 될 것이다. 논의 끝에 개정되면 주체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해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하는 것도 국회의 몫으로 돌렸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내부 이견이 있었는지에 대해 “매우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이 있었다. (이날 발표한)기본권 확대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해 천부인권적 권리로 한 것은 (대통령의) 확고한 소신이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2일까지 지방분권, 정부 형태 등 헌법기관의 권한과 관련된 개헌안 요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26일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못 박은 이상 개헌은 되돌릴 수 없는 시계가 됐고 국민에게 개헌안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 개헌안이 이날 최초 공식 발표되면서 야권은 전면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개헌안 각론에 대해서도 야권은 반대 논리를 펼치면서 밀어붙이기식 개헌은 안된다는 주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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