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가 구독료로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 신문을 찍을수록 적자라고 하지만 지면을 계속 찍어내야 광고 단가를 유지할 수 있다. 광고는 그 자체로 돈이 오간 흔적이다. 광고가 ‘기사형 광고’, ‘광고형 기사’ 등으로 변형을 거치며 거래 흔적을 지우고 있고, 이젠 음지에서 이뤄지는 협찬과 후원이 늘고 있다. 협찬·후원은 보통 언론사 주최로 열리는 행사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6년 10월1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통일부 29초 영화제’ 시상식이 열렸다. 통일부와 한국경제신문사(한경)가 공동 주최한 이 영화제의 주제는 ‘○○○, 그래서 통일입니다’ ‘통일은 나에게 ○○○이다’ ‘하나가 된다는 것’ 등 세 가지로 총 221편이 출품됐다. 한경은 다음날인 10월20일 33면에 관련 기사 4건을 실었다.

미디어오늘이 정부 부처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 얻은 자료를 보면 해당 기사 4건은 통일부가 1억2000만원을 주고 요청한 기사다.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통일 주제 29초 영화제 개최 및 홍보” 명목으로 취재 기사 1건과 인터뷰 기사 3건을 요청했다.

▲ 2016년 10월20일자 한국경제 33면 기획기사
▲ 2016년 10월20일자 한국경제 33면 기획기사

 

취재 기사는 영화제 시상식 관련 내용과 수상작·출품작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인터뷰 기사는 일반부 대상 수상자 인터뷰, 청소년부 대상 수상자 인터뷰,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 인터뷰 등 3건이었다.

홍 장관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통일부는 같은 달 21~25일을 ‘통일문화주간’으로 정해 통일을 소재로 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등 여러 행사를 준비했다. 홍 장관은 “(영화제에 제출된 영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통일에 대한 열정을 갖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이런 노력이 바로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이 대가로 1억2000만원을 지급했다. 한경 기사 어디에도 돈을 받았다는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다. 한경이 통일부와 공동 주최했으니 충분히 다룰 수 있는 기사지만 실제 돈 거래 내역을 확인하면 협찬·후원 성격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자료를 보면, 통일부는 다음날인 2016년 10월21일 조선일보에 ‘통일문화주간 2016 광고(경제섹션 2면 5단통)’를 게재했다. 홍 장관이 한경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통일부는 광고료로 1100만원, 한경에 지급했던 돈의 10분의 1도 채 지급하지 않았다. 통일부가 한경 측에 단순한 광고 이상의 효과를 기대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한경 측은 ‘행사를 위한 비용’이라고만 답했다. 유근석 전 편집국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9초 영화제’는 상금도 2000만원 이상 드는 등 행사비가 2억원 가량 들어간 행사로 기억하는데 통일부 예산이 그 정도(1억2000만원)였던 것 같다”며 “(행사비가) 정상가보다 저렴했고, 통일이라는 의미가 있는 행사여서 통일부 장관도 한경에서 진행한 시상식에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부, 두 번에 걸쳐 2000만원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는 한경에 2016년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000만원을 주고 기획 기사를 부탁했다.

▲ 2016년 10월25일자 한국경제 10면 기사
▲ 2016년 10월25일자 한국경제 10면 기사

 

한경은 10월25일자 1면과 10면에 “정부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농업법인으로 등록하곤 다른 사업을 하는 ‘무늬만 농업법인’을 농림부가 적발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농림부는 전날인 24일 “1999년 정부가 영농조합법인을 지원하기 시작한 지 17년 만의 첫 실태조사”라며 “실태조사 결과 5만2293곳 중 1만1096곳을 적발해 시정 및 해산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내용은 24일 연합뉴스 “농업법인 21% 시정 및 해산명령 필요”, 시사포커스 “농업법인 절반 이상 ‘엉터리’, 각종 혜택만 받아”, 이투데이 “농림부, 가짜 농업법인 무더기 적발…대대적 정비 추진” 등 다른 언론에서도 다뤘다. 정부가 정당하게 행정권을 발동했다는 내용을 발표해 다수 언론사에서 보도했는데 특정 언론사에만 돈을 지급한 것이다.

▲ 2016년 12월23일자 한국경제 10면 기사
▲ 2016년 12월23일자 한국경제 10면 기사

 

같은 해 12월23일 한경 10면에 배치된 “식품까지 韓流(한류) 열풍 농식품 수출 ‘사상최대’”란 기사도 한경과 농림부 간 거래가 이뤄진 보도다. ‘올 들어 전체 수출이 감소했지만 농산물 및 가공식품 수출은 지난해보다 증가세를 지속했다’는 내용의 농림부발 기사다.

한경은 “신흥 국가 수출이 늘었다는 건 교민이 아니라 현지인이 한국 농식품을 산다는 의미”라며 “한류 영향 등으로 한국 식품에 관심이 높아졌고 그 관심이 확대되는 것 같다”는 농림부 관계자의 멘트를 실었다. 해당 기사들 역시 농림부로부터 기사의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 전 국장은 해당 보도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2016년 말 당시는) 현안이 많았을 때인데 국장이 일일이 관여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기사 가치도 있어 보이는데 농림부에서 왜 굳이 협찬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사 대가로 돈 받은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돈을 받았더라도 2000만원 받았다고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돈 받고 기사 쓴 언론 ①] 국방부 정책 홍보 기사 써주면 1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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