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대선일인 5월9일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15일 합의했다. 이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 유력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도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를 만들기 위해 대선과 개헌 동시 투표를 3당이 밀어붙이고 있다.

개헌 투표 가능성 없나?

경향신문은 “5월9일 개헌투표 가능성 ‘0’”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국회 개헌특위가 개헌 방향을 논의 중인 와중에 3당은 개헌 일정을 앞당기려고 별도의 논의 테이블을 운영해왔다”며 “하지만 3당 뜻대로 개헌이 추질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 16일자 경향신문 만평
▲ 16일자 경향신문 만평

개헌안을 5월9일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최단 기간을 설정해도 개헌안을 3월30일 발의하고 공고를 3월31일하면 이후 일정이 4월20일 본회의 의결-국민투표 5월9일 등의 일정을 밟아야 한다. 즉 40여일이 걸리는데 권력구조는 물론 자치분권, 기본권 확대 등 개헌의 실질적인 내용에 대해 국민적 토론과 여론수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경향신문은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5개월간 논의했던 1987년 개헌보다도 못한 ‘밀실 개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헌정족수를 확보할지도 의문이다. 이 신문은 “3당은 개헌 정족수(200석)는 물론 개헌안 발의 정족수(150석)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며 “3당 의석수를 합하면 165석인데 이탈표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민주당 의원 35명 이상이 합류해야 개헌안 처리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때 개헌투표하는 쪽으로 최근 의원총회에서 가닥을 잡았고, 3당합의를 국민의당이 당론으로 채택할지도 미지수기 때문이다.

3당은 왜 무리하게 이를 밀어붙일까? 경향신문은 “대선용 정략적 개헌”이라고 단언했다. 이 신문은 “개헌을 고리로 반문재인 세력을 결집해 대선에서 문 전 대표와 일대일 구도를 형성하려는 속셈”이라며 “3당이 현실성 없는 일을 벌이는 것 자체가 정략적 성격을 방증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3당 의도대로 개헌이 추진될 경우 대선 이슈는 개헌 이슈와 포개질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파면으로 조성된 개혁정국은 개헌정국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고 지적한 뒤 “국정농단 책임이 있는 자유한국당은 ‘개혁 대상’에서 ‘개헌 주도세력’으로 탈바꿈해 면죄부를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역설적으로 3당의 개헌 논의가 오히려 개헌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있다. 경향신문은 “개헌 논의 자체에 정략적, 부정적 이미지를 씌움으로써 ‘좋은 개헌 논의’의 활성화도 봉쇄하는 역설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 역시 사설 “‘대선·개헌 국민투표’ 동시 주장은 억지 중의 억지”에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정략적 이해에 따라 개헌을 입에 담는 정당과 국회의원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촛불 명예혁명’으로 중도 퇴진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국회 역시 국민의 호된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16일자 한겨레 만평
▲ 16일자 한겨레 만평

세계, 양비론 통해 개헌론 지지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개헌이 필요하지만 “당리당략 접근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국민이 배제된 개헌은 반문세력 결집수단으로 비칠 수 있어 여론 지지를 받기 힘들다”면서도 “그렇다고 리셋이 절실한 권력 체제의 개편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통령제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님에도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세계일보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으로 ‘제왕적 권력’의 분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제1당인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때로 개헌 국민투표를 미루자는 입장”이라고 민주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개헌을 들고 나온 3당과 민주당을 둘 다 비판하는 입장이다. 세계일보는 개헌을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아무론 공론화 과정도 없이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민주당과 유력 대선주자들처럼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양비론을 폈다. 사실상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비슷한 의견은 더 있다.

동아, 개헌 필요하지만…

동아일보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사설 “반드시 해야 할 개헌…그러나 야합은 안 된다”에서 “3당 합의에도 개헌안 마련에 국민 의견은 어떻게 수렴할 것인지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다”며 “그러니 민주당을 의도적으로 뺀 ‘신3당 야합’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무리한 추진은 정치권이 정략적 ‘권력 나눠먹기’에만 몰두한다는 인식만 낳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과제를 마냥 미룰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헌재 결정문도 인용했다. “안창호 헌법재판관도 탄핵심판 결정문에 ‘권력공유형 분권제’ 개헌을 제안하면서 ‘개헌이 정치세력 간 권력투쟁이나 담합의 장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경계한 바 있다”

▲ 16일자 동아일보 사설
▲ 16일자 동아일보 사설

개헌, 정치인이 실명 밝히고 서명하라

조선일보 역시 모호한 입장이다. 사설 “대선 전 국회 개헌안 제시, 2018년 투표가 현실적이다”에서 “개헌을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선 국가와 국민을 앞세우고 ‘정치’를 빼야 한다”며 “개헌을 너무 서두르다보면 국가와 국민 아닌 뭔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대선 전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신문은 “개헌은 20대 국회의 존재 이유나 마찬가지”라며 “대선 전에 개헌안을 만들어 국민 앞에 제시하고 여기에 의원 개개인이 실명으로 서명까지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선주자들도 국회 개헌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구체적인 개헌 일정을 확실하게 공약할 필요가 있다”며 “2018년에 대한민국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 대선 후보들이 내년 6월 지방선거때 국민투표를 하자는 입장이고 이게 보다 현실적일 수는 있지만 3당이 대선 때 개헌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역대 대통령들이 개헌 공약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조선일보는 봤다. 대통령이 권력을 온전히 휘두르는 데 개헌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다음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오히려 개헌을 무산시키기 위해 갖은 뒷공작을 벌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사설을 통해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 동시 주장에 비판적이면서도 지지한 것에 비해 중앙일보는 조금 더 적극적이다. 중앙일보는 8면에서 리셋코리아를 통해 진행하는 ‘2017 이슈배틀-1 정부형태, 어떻게 바꿔야하나’라는 코너를 통해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 대해 다뤘다. 박영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김세건 강원대 인류학과 교수 등 10명의 전문가들을 모아 대담을 가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대통령 파면 날 토론을 했는데 당시 대통령제 유지에 대해 9명 중 6명이 찬성했고 2명은 내각제, 1명은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토론이 진행뒤고 2명의 대통령제를 지지했던 전문가가 생각을 바꿔 한명은 이원집정부제로 한명은 내각제 지지로 돌아섰다고 했다. 두 차례에 걸친 토론 뒤 전문가들은 ‘대통령제 5 : 의원내각제 3 : 이원집정부제 1’의구도가 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권력구조를 당장 고쳐야한다고 인식하지 않았다는 결과다.

다음은 16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통령 선거일 5월9일 확정…황교안 ‘불출마’“
국민일보 “‘피의자’ 박근혜 21일 檢 앞으로”
동아일보 “D-54 또 사라진 보수 1위”
서울신문 “황대행 불출마…5월9일 ‘장미 대선’”
세계일보 “5월9일 ‘장미대선’ 황교안 ‘출마 안 해’”
조선일보 “5월9일 대선…황교안 불출마”
중앙일보 “황교안도 불출마, 보수표심 다시 표류”
한겨레 “D-54 유력 보수주의자 안보이는 첫 대선”
한국일보 “韓 때리고 美달래는 中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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