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오늘(11일) ‘송영무, 계엄령 문건 알고도 뭉갰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실었다. 반면 조선일보는 같은 1면에 문 대통령이 ‘인도 순방 중에…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 수사 지시’했다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두 신문을 종합하면 지난 3월 실체가 알려진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을 놓고 외국순방 중인 대통령이 왜 넉 달이나 지났는데 인도 현지에서 급하게 ‘수사를 지시’했는지가 나온다. 한겨레는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지난 3월 기무사령관으로부터 해당 문건을 보고받고도 수사 지시 등 후속조처를 전혀 하지 않았고, 청와대가 군 검찰을 통한 수사를 요구했는데도 제도개선이 우선이라며 국방부장관이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이번에 국방부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 군 독립수사단이 해당 문건과 세월호 유족 사찰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 조선일보 11일자 4면
▲ 조선일보 11일자 4면

반면 조선일보는 1면 스트레이트 기사부터 인도 순방 중에 갑자기 대통령이 수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한데 이어 4면 전면과 사설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4면 전면을 털어 ‘기무사 문건의 전말과 의혹’이란 문패를 달고 ‘계엄 문건, 군이 실행 목적으로 기획? 민주 의원 질의에 작성?’이란 큰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요즘 언론은 제목에 ‘?’를 자주 넣어 독자를 유인하거나 열린 전개로 무리한 일반화의 오류를 피해가지만, ‘?’를 남발하는 건 제대로 취재되지 않은 팩트로 불순한 결론을 유도하기 쉽다.

조선일보가 이날 4면에 사용한 2개의 ‘?’는 모두 부정(NO)의 뜻을 담았다. ‘군이 실행 목적으로 기획?’이란 제목은 탄핵 판결 후 극단적 치안 불안을 가정해 작성했지 결코 실행목적으로 문건을 만들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 질의 때문에 ‘계엄 문건’ 작성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4면 기사제목의 두 번째 ‘?’는 너무 나갔다. ‘민주 의원 질의에 작성?’이란 두 번째 ‘?’는 해당 문건이 이철희 의원이 계속 내놓으라고 질의하고 요구하자 군이 만들어서 내놨다는 뜻을 품고 있다. 실제 조선일보 기사도 이런 결론을 유도하게 작성돼 있다.

“이 의원은 2016년 11월23일과 2017년 2월14일‧23일 세 차례에 걸쳐서 ‘위수령 폐기’와 관련해 국방부에 질의하고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민구) 전 장관은 당시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 위수령에 대한 법리 검토를 시켰다. 이때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이 한 전 장관에게 ‘우리도 위수령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제안하자, 한 전 장관이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위 조선일보 문장을 읽으면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하도 요구해서 전 정권의 국방부와 기무사가 해당 문건을 만들어 본 것일 뿐이라는 말이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 물타기도 이런 물타기가 없다.

조선일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날 ‘탄핵 찬반 세력 국가 전복 상황 때 군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사설도 실었다.

사설 제목부터가 ‘(그럼) 군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문건 작성의 정당성에 힘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적어도 군의 입장에선 국가 전복‧마비 상황이 실제 벌어질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과 법적 절차 등을 검토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수 있다”고 썼다.

적어도 조선일보가 우리 헌법에 보장된 언론‧출판‧결사의 자유를 신봉하는 집단이라면 군의 계엄령 검토조차도 문제 삼아야 마땅하다. 100년도 안된 헌정사에 두 번씩이나 군사쿠데타를 당한 나라의 언론이라면.

미 대통령 운전기사도 소송… 한국에선 재벌임원 기사 계약해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직 운전기사 노엘 신트런(59)씨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 4억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신트런씨는 25년간 트럼프 차를 몰면서 매일 오전 7시부터 주당 50시간 넘게 일했는데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트런은 최근 6년 동안 초과근무수당 2억원과 벌금, 이자, 변호사비까지 포함해 4억원을 요구하는 소장을 뉴욕주 법원에 제출했다.

한편 한국에선 대한항공 서울여객지점에서 임원의 수행기사로 일했던 파견업체 소속 노동자가 최근 대한항공의 요청으로 업체가 감시단속직으로 전환을 요구한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해고) 통보를 받았다.

▲ 왼쪽은 한겨레신문 11일자 13면, 오른쪽은 조선일보 11일자 20면
▲ 왼쪽은 한겨레신문 11일자 13면, 오른쪽은 조선일보 11일자 20면

대한항공과 파견업체는 주 52시간제를 피해 가려고 이 운전기사에게 장시간노동이 허용되는 감시단속직으로 전환을 요구했다. 운전기사는 감시단속직 전환을 받아들이면 무제한 근무를 할 것이란 생각에 서명을 거부했다. 그러자 업체는 기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포괄임금제와 감시단속직 강요는 장시간 노동을 방지하려는 근기법 원칙을 훼손하기에, 정부가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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