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안철수 지지율 초박빙

19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문재인(더불어민주당)·안철수(국민의당) 후보가 다자대결에서도 초박빙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다자대결 조사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도를 받았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23명을 상대로 벌인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선 문 후보와 안 후보는 홍준표(자유한국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후보와의 ‘5자 구도’ 지지율에서 37.7%로 동률을 기록했다.

한겨레는 안 후보의 지지도 상승을 이끈 것은 보수층의 ‘대이동’과 중도·진보층의 ‘중폭 이동’이었다고 분석했다. 안 후보는 보수층 지지율을 일주일 새 17.2%포인트(30%→47.2%)나 끌어올렸고, 중도층에서는 11.7%포인트(28.7%→40.4%), 진보층에서는 8.3%포인트(22.6%→30.9%) 지지율을 높였다. 문 후보는 보수층에서만 지지율이 소폭(12.8%→16.7%) 상승했을 뿐, 중도(46.2%→38.5%)·진보층(59.4% → 53.5%)에선 그보다 큰 폭으로 지지도가 하락했다.

한겨레는 “두 후보의 지지도 변화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의 부진으로 ‘갈 곳 잃은’ 보수표가 ‘전략적 대안’을 찾아 안 후보로 결집하고, 박근혜 대통령 구속 수감 뒤 문 후보가 강조해온 ‘적폐청산론’의 호소력이 감소하면서 중도·진보층 일부가 문 후보를 이탈해 안 후보에게 이동한 결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겨레 10일자 1면
한겨레 10일자 1면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7~8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5자 대결 여론조사에서도 문 후보(37.7%)와 안 후보(37.0%)의 지지율 차이는 오차 범위 이내인 불과 0.7%포인트에 불과했다.

한국일보는 “안철수 후보의 ‘안풍’이 양자 또는 3자 가상대결을 넘어 다자대결 구도에서도 확인되면서 안 후보가 문 후보의 지지율을 역전하는 ‘골든 크로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며 “문 후보는 이번 조사를 포함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0%의 천장에 갇힌 것으로 보인다반면 안 후보는 정당 지지율 급등을 바탕으로 무서운 추격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지층의 충성도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해 안 후보도의 급등세는 일시적 바람일 수 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문 후보 지지층의 74.5%는 문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매우 높다고 답한 반면, 안 후보 지지층은 42.4%만 당선가능성을 매우 높게 봤다.

한국일보는 안 후보가 여전히 수권능력 면에서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점도 한차례 지지율 조정의 요인으로 꼽았다. 국정역량 평가에서 문 후보는 52.7%의 긍정 평가를 받았지만 안 후보의 긍정 평가는 43.7%였다.

한편 조선일보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성인 2300명을 대상으로 주요 후보 6명에 대한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안철수 후보(34.4%)가 문재인 후보(32.2%)보다 오차 범위(±2.0%포인트) 내에서 높게 나왔다. 다음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5.7%, 심상정 정의당 후보 2.3%,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1.9%, 김종인 무소속 후보 0.6% 등이었다.

조선일보는 “전체 유권자와 적극 투표 의향층 모두 오차 범위 내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초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라며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맞대결을 펼치는 경우를 가상한 양자 대결 지지율은 안 후보 51.4%, 문 후보 38.3%였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10일자 1면
조선일보 10일자 1면
‘안풍’ 어디에서 부는지

경향신문은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을 ‘보수의 몰락’이라고 봤다. ‘박근혜 파면’ 후폭풍으로 당선 가능성 있는 보수 후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면서 보수층 표심이 변수로 떠오르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이끈 것은 중도·보수층이다. 대안을 찾지 못한 보수층이 안 후보 중심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면서도 “문제는 이런 흐름의 지속 여부다. 안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고, 중도·보수층에서 문 후보에 앞서 있지만 ‘느슨한 연합군’ 형태라는 평가가 많아 실제 투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문재인 정서’가 강한 중도·보수층이 안 후보를 차선으로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 보수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병존한다. 이준한 경향신문 대선보도 자문위원(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보수층이 결집하고, 특히 급박한 안보 상황이 보수 후보를 선택하도록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10일자 3면
경향신문 10일자 3면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은 “탄핵 국면에서 길 잃은 보수층이 안철수를 정박지 삼아 의사를 본격 표출하기 시작했다”며 “무당파층, 부동층으로 숨어 있던 보수층이 커밍아웃하기 시작했고, 안철수 지지도 상승이 보수층의 활성화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봤다.

한 센터장에 따르면 이번 한겨레 조사에서 안철수 지지층 37.7%의 이념성향은 중도 33.3%, 보수 30.1%, 진보 27.3%로 완전히 이질적인 삼분구도다. 5년 전만 해도 안철수 지지도는 20대, 30대, 40대 순으로 높았고 50대 이상은 무관심했다. 중도와 진보층에서도 문재인보다 높은 지지를 얻었는데 이제 보수의 대안으로 변신한 것이다.

보수층이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한 센터장은 “안철수의 역량에 대한 신뢰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겨레 조사에서도 국정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안철수보다 문재인 지지가 더 높았다”면서 “안철수 스스로 외쳐왔듯이 ‘문재인을 이길 수 있는 대안’으로 안철수가 선택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 후보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과 관련해 “나는 이번 대선의 구도가 정권 전체를 바라는 촛불민심 대 정권 연장을 바라는 부패 기득권 세력간의 대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안타깝게도 안철수 후보가 지금까지는 정권 교체를 위해서 노력하는 후보라고 인식됐는데 지금 어느덧 정권 연장을 바라는 세력들의 대표선수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병우 구속영장 재청구, 이번엔 잡힐까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9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특별감찰관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검찰은 지난달 특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했다. 비록 청와대 거부로 강제 압수수색은 하지 못하고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았지만 우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제법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재직 시절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중앙정부 부처 인사에 개입해 특정 공무원의 좌천 등 부당한 지시를 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청와대 민정비서관 시절 세월호 사건을 수사하던 광주지검 검사에게 전화해 “해경 압수수색 범위를 축소하라”고 압력을 가한 것도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한다.

세계일보 10일자 11면
세계일보 10일자 11면
검찰은 또 우 전 수석이 지난해 의경 아들의 보직 특혜 논란과 가족회사 ‘정강’을 통한 횡령·탈세 의혹 등으로 이석수 당시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받았을 때 이 감찰관에게 “형사처벌을 받게 하겠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 등 협박성 발언을 하며 감찰을 방해한 정황을 포착해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묵인한 직무유기 혐의,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는데도 불출석한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 등도 있다.

세계일보는 “검찰은 지난달 특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했다”며 “비록 청와대 거부로 강제 압수수색은 하지 못하고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았지만 우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제법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구속된 박근혜씨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일보는 “전날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을 8시간30분가량 조사한 검찰은 10일 4차 구치소 조사를 이어간다”며 “검찰은 박씨가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엔 난항

세월호가 참사 3주기를 앞두고 1089일 만에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왔다. 해양수산부는 9일 오후 세월호 선체를 실은 특수이송장비 모듈 트랜스포터가 전남 목포신항 철재부두 위로 완전히 올라섰다고 밝혔다. 선체의 육상 거치가 완료되면 선내 미수습자 수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객실부 주변에 유류품 세척·건조를 위한 임시 보관실, 폐기물 분류·보관시설, 재활용 시설이 마련되고 약 9000평의 작업 공간에서 수색작업을 벌인다. 해수부는 해양경찰·소방대원 20여명 등 전문인력으로 수색수습팀을 구성했다.

이철조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장은 “세월호를 인양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미수습자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이라며 “안전 대책과 수색 작업을 원칙적으로는 따로 단계적으로 해야 하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의 염원을 감안해 동시적인 수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10일자 11면
경향신문 10일자 11면
지난 7일 오전 10시35분 세월호 선체 정리 업체 코리아쌀베지의 직원 4명은 세월호 선체 4층 선수 좌현 A데크 창으로 진입해 1시간10분 동안 내부를 사전조사했다.

경향신문은 “세월호 내부는 객실의 벽이 무너져 내리고 폐기물이 진흙과 뒤섞여 있는 모습이었다”며 “세월호가 왼쪽으로 누워 바닥이 된 좌현에서 위쪽 우현 방향으로 내부재가 쌓인 높이는 최대 6~7m에 달했다. 철제 파이프, 목재, 천장 구조물 등이 흩어져 있고 일부는 위쪽에 간신히 매달려 있어 수색 과정에서 안전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코리아쌀베지의 직원들이 객실과 매점이 있는 홀 형태의 공간을 탐색했지만 선체 내부재와 폐기물이 진흙과 뒤섞인 채 쌓여 있어 탐색을 제대로 못했다. 이날 작업은 1시간10분 동안 내부를 탐색하는 데 그쳤다. 24m까지 진입했지만 3m 두께의 벽을 뚫고 나갈 방법을 찾지 못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와 선체조사위는 생존자들의 진술과 선내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미수습자들의 위치를 추정하고 있다. 4층 선수에는 단원고 남학생 객실이, 선미에는 여학생 객실이, 그 바로 아래는 일반인 객실이 있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미수습자들은 무너져 내린 화물들 사이에 끼여 있거나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 물 위에 떠 있다가 화물들 맨 위에 그대로 내려앉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단 화물을 하나씩 드러내 수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체 결함, 과적, 조타수 과실, 내부 폭발설 등 사고 의혹 규명에 대한 선체 조사 작업도 곧 시작된다. 선체조사위가 자문하기로 한 영국 감정기관 ‘브룩스 벨’ 관계자 2명은 지난 8일 세월호를 싣고 온 운반선에 탑승해 선체 외관을 검증하며 증거 수집에 나섰다.

서울신문은 “사고 원인 규명에 중대한 단서가 될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 등의 데이터를 복원하는 일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며 “기기 내 저장장치가 특수 처리된 금속이라도 강한 염분에 장기간 노출되면 완전히 부식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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