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30일 ‘자유한국당 정책, 국민과 소통하고 있는가? 경청위원회가 진단한다’(경청위원회 위원장 송희경)는 세미나를 열어 각계의 쓴소리를 들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기자, 청년단체 대표 등이 나와 한국당에 비판의 소리를 냈는데 한국당을 출입하는 한국경제의 한 기자는 홍 전 대표의 태도에 “꼰대”라고 말하고, 당의 분위기를 “권위주의적”이라고 꼬집었다.

당 안팎에서 한국당에 ‘국민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작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할 지도부는 세미나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았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시간이 넘게 진행된 해당 세미나에 30여분만 얼굴을 비췄고, 김성태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다른 일정도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당이 ‘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작 국민 감정에는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사례는 또 있다. 최근 故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죽음에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는 발언이 논란이 됐는데, 김병준 위원장은 이 발언에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모습이었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한국당이 30일 개최한 ‘자유한국당 정책, 국민과 소통하고 있는가? 경청위원회가 진단한다’ 세미나에선 각계에서 쓴 소리가 날아왔다. 특히 한국당을 출입하는 박종필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한국당에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종필 한국경제 기자는 “홍 전 대표가 대표 시절인 작년 추석에 전술핵 관련 외교를 위해 방미한 적이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야당인 시절, 비슷한 행동을 했을 때는 비판하신 적이 있다’고 질문을 했는데 홍 전 대표가 갑자기 화를 내시더라”라며 “그 이후로 저는 대표실을 출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매체에서 홍 전 대표 인터뷰가 있었는데, 저보고는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다”며 “출입금지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6개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박 기자는 “그 사건 이후, ‘꼰대’라고 생각했다. 심하다고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박 기자는 “또한 당의 비공개 회의를 할 때도 보좌관이나 사무처 직원이 회의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당이 권위주의적이라고 느꼈다”며 “당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청위원회(위원장 송희경)에서 한국당이 '쓴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청위원회(위원장 송희경)에서 한국당이 '쓴소리'를 듣고 있다. 박종필 한국경제 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한국당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하고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그러나 이런 비판이 나오는 시간에 정작 김병준 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다. 김병준 위원장은 2시간 동안 진행된 세미나에서 약 30분 정도만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났다. 정작 박 기자의 말을 김병준 위원장을 듣지 못했다. 

다만 경청위원회 위원장으로 행사진행을 본 송희경 한국당 의원이 토론에 참석한 토론자들에게 “쐐기를 박는 말씀 감사하다”며 “쓴소리를 과감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고 오늘 나온 발언들을 정리해서 보고해 피드백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국민과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또 있다. 지난 주말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이 故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는데 김 위원장은 큰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故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죽음과 관련해 “그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며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썼다. 홍 전 대표는 “자살은 생명에 대한 또 다른 범죄”,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의 자살은 그래서 더욱 잘못된 선택”이라고도 했다.

홍 전 대표의 말에 ‘막말’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홍 전 대표는 또다시 “같은 말을 해도 좌파들이 하면 촌철살인 이라고 미화하고 우파들이 하면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고 쓰면서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홍 전 대표뿐 아니라 곽상도 한국당 의원도 노회찬 의원의 죽음에 “이중성을 드러내도 무방한 그 곳에서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노 의원의 죽음 이후 전국에서 7만 여명이 와서 추모하는 등 애도의 분위기가 퍼졌는데 이런 ‘국민 감성’을 공감하지 못했다.

이에 김병준 위원장은 30일 오전 기자들에게 홍 전 대표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제가 이것저것 얘기해드릴 상황은 아니다”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자살이 미화되는 사회는 안 된다”며 “자살이 미화돼선 안 된다는 거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홍 전 대표가 얘기하시니까 그거에 대한 비판이 따르는 것 같은데 그건 아마 개인의 캐릭터에 따른 것 같다”며 “제가 얘기할 건 아닌 거 같다”고 전했다. 홍 전 대표의 발언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은 없었다. 많은 이들이 비판하는 지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홍 전 대표의 캐릭터 때문”이라는 안일한 인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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