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보고서 공개와 대법원장 발언이 사법부 혼란의 원인

굳이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전 정부의 대법원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걸 놓고 세계일보는 11면 머리기사를 ‘판결부정 비화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이라고 제목 달아 보도했다. 국민일보도 11면에 ‘양승태 대법원, 특정 판사에 세월호 배당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어제 1심과 2심 법원에서 이기고도 대법원에서 패소해 13년째 복직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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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11면
쟁 중인 KTX승무원들이 대법원의 대법정을 10분가량 무단 점거하고, 대법원에서 노조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던 전교조도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대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전 정부 대법원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결과 국민들의 법 감정이 ‘판결부정으로 비화’됐다고 진단했다. 국민일보는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의 미공개 문건을 인용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특정 판사에게 세월호 사건을 배당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언론 대부분이 현재의 논란이 사법행정권 남용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좀 달랐다. 조선일보는 1면에 ‘흔들리는 사법부’란 제목으로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문건 여과 없이 공개하는 바람에 전교조 등 곳곳서 판결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고, KTX 해고 직원들이 잠시나마 대법원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언론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비판하는데

조선일보는 사법부가 흔들리는 원인을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문건을 여과 없이 공개한데서 찾았다. 언론 대부분이 판결부정의 원인이 양승태 대법원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탓이라고 보는 것과 사뭇 다르다. 조선일보는 이런 독특한 시선으로 오늘 법조 출입기자의 기자수첩을 그대로 사회면(12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이 기자수첩은 지난 25일 밤 10시20분쯤 대법원 산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법원 온라인 게시판에 187쪽짜리 조사보고서를 올렸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조선일보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가 만든 문건은 대부분 검토로 끝났고 실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고발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결론 내린 걸 김명수 대법원장이 28일 출근길에 고발할 것이냐는 기자질문에 “그런 부분까지 모두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한마디 한 게 이 사달을 불렀다는 것이다. 조사단의 문건 공개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말이 화근이란 뜻이다.

조선일보도 국민들의 분노하는 법 감정을 의식해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행정처에서 만든 문건을 보면 권한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이 없지 않다”고 전제를 깔았다. 조선일보 12면 기자수첩 제목은 ‘대법원장 한마디에 ... 190쪽 조사결과가 뒤집혔다’였다.

14년전 언론은 KTX승무원을 ‘지상의 스튜어디스’로 미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조선일보는 12면에 ‘이런 식으로 판결 불복땐, 모든 재판 정당성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법조계의 주장을 관련기사로 실었다. 조선일보는 특조단의 성급한 보고서 공개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이 혼란을 자초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른 신문과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 조선일보가 지키려는 게 국민들의 법 감정보다는 과거 재판의 결과임이 분명해 보인다.

조선일보는 옛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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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승무원 채용 당시 조선일보 기사
을 지키기 위해 어제 대법정을 10분 점거했던 KTX승무원을 비난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14년전 2004년 1월 KTX 개통에 맞춘 승무원 채용에 응시한 취준생을 ‘지상의 스튜어디스’로 미화하고, 350명 모집에 4651명이 지원했고, 석박사 학위자가 43명, 외국유학 경력자도 30명에 달했다고 철도청(지금의 코레일)발 미담기사를 썼다. 그들은 철도청 간부들이 면접관으로 나온 시험을 치고 입사했지만, 대법원은 그들을 향해 철도청 직원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1,2심 하급심 모두 철도청 직원이라고 판단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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