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의 방송 장악으로 부당하게 해고됐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 17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 명예 조합원이 됐다.

KBS 새노조가 노조 창립 30주년을 맞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연 행사에서 정 전 사장은 “KBS에 봄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여한은 없다”고 화답했다. 정 전 사장이 KBS에 발을 디딘 것은 지난 2008년 8월 해고된 후 10년 만이다.

행사에 앞서 양승동 KBS 사장과 정 전 사장은 KBS 본관 6층 사장실을 함께 둘러봤다. 손관수 비서실장은 “정연주 사장은 강제 해직된 분으로, 정 사장에게 달라진 KBS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차원에서 두 분이 만남을 가졌다”며 “정 사장은 양 사장에게 ‘진정성을 믿고 있고 잘하실 것’이라고 덕담을 하셨다”고 전했다.

▲ MB 정부의 방송 장악으로 부당하게 해고됐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 17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명예 조합원이 됐다. 정 전 사장은 이날 오후 열린 행사에서 “KBS에 봄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여한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KBS 새노조
▲ MB 정부의 방송 장악으로 부당하게 해고됐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 17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명예 조합원이 됐다. 정 전 사장은 이날 오후 열린 행사에서 “KBS에 봄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여한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KBS 새노조
이어진 행사에서 KBS 새노조는 “2008년 8월8일 광기의 권력이 KBS를 짓밟던 그날, 깊게 새겨진 상처를 견디며 싸워온 우리의 투쟁 속에서 당신(정연주)은 KBS 사장이기 전에 영원한 선배였고 동지였고 친구였다”며 “새 봄이 찾아온 오늘 국민의 방송 KBS를 만들기 위한 길 위에서 영원히 함께 할 것을 믿는다”며 조합원 2200명 이름으로 명예 조합원 임명장을 전달했다.

정 전 사장은 “KBS 건물에 발을 들여놓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며 “여기 오기 전 양 사장의 특별한 배려로 10년 전 제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본관 6층 사장실을 둘러봤다. 꼭 10년 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나라에도 새 봄이 왔고, 민족과 한반도에도 봄의 기운이 가득 넘치고 있다. 제게 제2의 고향과도 같은 KBS에도 마침내 봄이 와 여러분들과 함께 이 자리에 서게 됐다. 저는 이제 여한이 없다”고 감격했다.

▲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장실 앞 복도에서 10년만에 돌아온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맞고 있다. 사진=김비서 페이스북
▲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장실 앞 복도에서 10년만에 돌아온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맞고 있다. 사진=김비서 페이스북

정 전 사장은 “저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KBS 새노조 동지 여러분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 자세히 알고 있다”며 “특히 지난 파업 때 오랫동안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고 싸워온 것을 무한히 존경하고 사랑한다. 오늘 KBS에 봄이 오게 한 핵심 동력은 우리 새노조 여러분들이 10년 동안 지치지 않고 줄기차게 싸워온 힘에 있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정 전 사장은 “특히 제가 오늘부터 KBS 새노조 명예 조합원으로서 복직하게 됐다”며 웃음을 보였고 행사에 참석한 KBS 언론인들과 언론·시민단체 관계자 300여명은 박수로 화답했다.

정 전 사장은 박정희 유신 정권에 맞섰던 동아일보 해직 기자 출신이다. 지난 2003년 시민과 언론단체 추천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명으로 KBS 사장에 취임했다. 한 차례 연임했지만 MB 정부의 방송 장악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2008년 8월 강제 해임됐다.

▲ MB 정부의 방송 장악으로 부당하게 해고됐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 17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명예 조합원이 됐다. 정 전 사장은 이날 오후 열린 행사에서 “KBS에 봄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여한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KBS 새노조
▲ MB 정부의 방송 장악으로 부당하게 해고됐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 17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명예 조합원이 됐다. 정 전 사장은 이날 오후 열린 행사에서 “KBS에 봄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여한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KBS 새노조
MB 정권은 그를 KBS 사장에서 쫓아내기 위해 감사원·검찰·국세청 등을 동원해 없는 ‘배임죄’를 만들어 해임했다. 보수언론은 정 전 사장을 도마 위에 올려 물어뜯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KBS 새노조가 지난 2010년 출범했던 배경에는 정 전 사장 강제 해임 사태가 있다. 2008년 8월8일 KBS 이사회의 정연주 해임 제청 의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자·PD·아나운서 등 KBS 언론인들이 기존 노조에 반발해 새노조를 결성했다. 이들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창립한 ‘KBS 민주노조’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지난달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는 ‘정연주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섰던 언론인 등에 대한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을 진상 조사하기로 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는 지난달 정 전 사장 배임 사건을 검찰권 남용 사건으로 분류해 사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고 대검 진상조사단은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장실에서 양승동 KBS 사장과 만남을 가졌다. 사진=김비서 페이스북
▲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장실에서 양승동 KBS 사장과 만남을 가졌다. 사진=김비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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