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이 18일 사임을 표명하면서 일부 언론은 ‘대선출마’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직접 후보로 나서는 것 보다는 ‘싱크탱크’를 만들고 킹메이커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홍석현 회장은 지난 18일 사원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사의를 표명했다. 메일에서 홍 회장은 “우리 사회는 오랜 터널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과 혼란으로 치닫고 상생과 공멸의 갈림길 위에 서 있는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오랜 고민 끝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권행보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19일 보도된 중앙선데이 인터뷰를 보면 ‘싱크탱크’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사진=이치열 기자.
▲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사진=이치열 기자.

“올 들어 리셋코리아 활동에 몰두하면서 정치적 오해도 사고 있다”는 지적에 홍 회장은 “평소 나라 걱정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대선 출마설까지 나온 게 아닐까”라며 “월드컬처오픈(WCO)도 열린 문화운동을 해온 것이지 어떤 정치적 꿈과 연결하는 건 전혀 아니고, 그건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리셋코리아는 “민심이 대안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중앙일보와 JTBC가 새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그룹차원의 대형프로젝트다. 기획기사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들을 영입해 사실상 대권행보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에도 홍 회장은 “낭설이 퍼진 것 같다”며 대선출마를 부인한 바 있다.

중앙선데이 인터뷰에서 홍 회장은 “중앙일보·JTBC 회장직도 사퇴하고 경영에서 손을 뗄 생각이다. 열심히 고민을 해서 할 일을 한두 가지 찾았다”면서 향후 계획도 밝혔다.

그는 “교육, 청년실업, 기업의 지배구조, 한·중 갈등 분야에서 정부의 장관 혹은 부총리 이상 지낸 분을 좌장으로 모셔서 서너 명의 학자와 실제 현장에 있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태스크포스를 만드는 것”이라며 사실상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메일에서도 “재단과 포럼에서 나온 해법들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앙선데이는 19일 발행되는데 홍 회장이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낸 시점이 18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뷰 내용은 또 다시 불거질 대선출마 의혹에 대한 계산된 공식입장인 셈이다.

더군다나 모든 원내정당에서 대선 경선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특정 정당의 대선주자가 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지만 이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홍 회장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싱크탱크’를 만드는 건 어떤 방식으로든 대선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정책을 만들고 특정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 경우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홍 회장이 참여정부때 주미대사를 지냈고 남북대화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삼성가의 구성원이자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기업인이라는 점에서는 보수정당을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중앙일보와 JTBC의 논조도 일관되지 않았다.

한편 홍 회장의 출마가능성이 점쳐지자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호 전 MBC 기자는 18일 페이스북에 “저로서는 정말 우려하던 상황”이라며 “12년전 목숨 걸고 삼성X파일 보도하던 심정으로 마지막 기사를 준비해야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삼성 X파일은’ 참여정부 당시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 간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으로 삼성이 검찰 조직에 돈을 뿌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사건으로 홍 회장은 UN사무총장이 되려는 꿈을 접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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