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 들어 북한 언론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언론의 기본 기능인 보도 기능을 북한 언론이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주 교수(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는 26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린 2018년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해 ‘김정은의 등장과 북한언론이론의 변화’라는 글을 발표하고 “북한 언론활동의 근본적 원칙은 변함이 없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북한 언론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에서 출판 공동물은 온 성원의 김일성 주의에 입각한 유력한 사상적 무기이고 이것을 주체 언론 이론이라고 부른다”면서 “2011년도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동생 김여정이 제1부부장이 되면서 젊은 친구들이 굉장히 언론을 잘 한다”고 말했다.

북한 언론의 변화상을 볼 수 있는 일례로 노동신문을 들 수 있다. 노동신문은 기존 6면으로 구성돼 있었다. 1면은 정치면, 2면은 공산주의 정치 사상면으로 채워진다. 3면은 경제면, 4면은 공산주의 교양‧문화면에 해당한다. 5면과 6면은 각각 남조선 정세와 국제정세 내용을 다룬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노동신문 1면~2면은 사상 교양적 기능을 하고 3면은 조선식 사회주의 건설을 하기 위한 동원자적 기능을 한다. 4면은 ‘주체의 피가 흐르는 공산주의 새인간’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교양적 기능을 하고, 5면과 6면은 대외 선전의 무기로서 기능을 갖는다.

이 같은 노동신문의 면 배치와 기능이 김정은 시대 들어 변화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5개의 노동신문 기능론은 김정일 시대까지 얘기이고, 2011년도 들어 1면에 보도적 기능이 들어가고 4면이 문화‧교양이 빠지고 모두 5면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 기능이 강화되면서 노동신문에 특정 날짜를 명시해 사실을 전하는 일이 많아졌다. 2015년부터는 북한의 4대 신문이 칼러로 바뀌고 체육전문매체인 ‘체육텔레비죤방송’이 설립된 것도 큰 변화상이다.

김 교수는 “노동신문에 신속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북한 전역이 물바다가 되거나 아파트가 무너진 것까지도 보도했다”며 “기능과 역할은 달라진 것 같지 않지만 보도적 기능을 중요시해서 빠른 보도를 내는 것은 남한 언론과 진배가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공연에 참가한 남측 가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지난 4월 2일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것도 파격에 가까웠다. 

▲ 지난 4월 2일자 노동신문 1면
▲ 지난 4월 2일자 노동신문 1면


최고지도자에 대한 보도 내용도 바뀌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의 심부름꾼이지만 자신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고 이 같은 내용을 지난해 신년사에 담아 언론에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무결점의 수령론에 입각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자라 양식장에 가서 방방 뛰며 질책하는 것이나 다리를 절고 있는 모습이나, 손에 붕대를 감은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로 보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여정에 있다고 지목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언론 관리를 김여정이 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 시장인 ‘장마당’이 종합시장화된 것도 북한 언론 변화의 주요 배경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장마당이 종합시장화됐다는 것은 시장개혁을 도입했다는 것”이라며 “북한에서 실리 사회주의라고 한다. 북한 언론이 바뀐 것은 시장경제 도입과 맞물려서 비공식적인 정보가 흘러넘쳐 공식적인 언론 통제가 통하지 않은 것과도 맞닿아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변하면서 우리 언론도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남한을 바라보는 것과 남한이 북한을 바라보는 인식의 격차가 크다”며 “아직도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 사람들이 쥐를 잡아먹고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남북이 평화체제로 가면 남한 사람들이 북한의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한데 언론이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언론인 교류가 인적 교류에 머물렀다면 현재 높은 수준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인곤 교수(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는 “북한 뉴스와 관련해 우리 언론이 너무 미국이나 핵에 매달려 있는 것은 문제”라며 “우리 언론만이라도 핵 문제를 떠나 교류가 시작됐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둬야 한다. 독일이 통일된 배경에 70년대 중반 700명 언론인 교류가 있었고 방송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교수는 “우리 언론은 정상회담 이후로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약간만 이슈가 나오면 확 쏠리고 북한 전망 보도가 없다. 통일 지향적 보도는 물론 크로스체크도 없고 제대로 된 전망도 없다”며 “변호사가 나와서 전문가인 척 하는데 전문가다운 사람을 골라서 방송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확한 진단이 된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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