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사건’ 수사 결과 발표로 파면 대통령 박근혜씨의 참사 당일 일정이 일부 소명됐으나 여전히 5시간 가량이 해명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검찰은 “세간의 시술 의혹은 명백히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당일 박씨의 구체적 행적에 대해선 언급을 삼갔다.

서울중앙지검이 28일 발표한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및 대통령훈령 불법 변개 등 사건’ 수사 결과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20분 경 박씨의 업무 행적이 최초 확인된다.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과 이영선 전 행정관이 관저 내실을 방문해 박씨를 만난 시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대통령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말을 전달받고 직접 관저를 찾아갔다. 10시20분 전 박씨는 ‘연락두절’ 수준의 상태였다. 김 전 실장이 사고 상황보고서 1보 및 신인호 전 위기관리센터장의 구두 보고를 받은 오전 10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주범 비선실세 최순실이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592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첫 정식재판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주범 비선실세 최순실이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592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첫 정식재판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박씨는 이 시간 관저 내실에 있는 자신의 침실에 있었다. 안 전 비서관 등이 직접 침실 앞을 찾아가 박씨를 수회 불렀고, 이 소리를 들은 박씨가 오전 10시20분 경 침실 밖을 나왔다.

10시20분은 위기관리센터 상황병이 완성한 상황보고서 1보를 전달하기 위해 관저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이기도 하다. 검찰은 상황병이 10시19~20분 경 관저 내 경호관을 통해 내실 근무자인 김아무개씨에게 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씨는 이를 통상적으로 해왔듯이 박씨의 침실 앞 탁자 위에 올려뒀다.

박씨가 해당 보고서를 즉시 읽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실제 읽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것을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은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 뿐”이라고 밝혔다.

오전 9시부터 10시20분 경까지 확인되는 박씨의 행적은 ‘침실에 있었다’는 것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조사가 진행됐느냐는 질문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계가 없다”며 “또한 물리적으로 알아 볼 방법은 본인이 조사를 거부해서 없었다”고 답했다.

최순실씨는 이날 오후 2시15분 관저를 방문했다. 박씨의 행적이 확인되는 오전 10시 20~30분 경부터 최씨 방문 전까지 박씨의 업무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씨는 안 전 비서관 등으로부터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한다’는 보고를 받고 10시22분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다.

박씨는 곧 이어 10시30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통화를 해 ‘특공대를 투입하여 철저히 수색하여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게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

이후 확인되는 박씨의 행적은 ‘의료용 가글을 받았다’는 것 외엔 없다. 10시41분 청와대 의무실 소속 신보라 간호장교가 관저를 방문해 의료용 가글을 전달했다.

지난 2016년 12월 경엔 의료용 가글 전달을 두고 ‘시술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당시 국회 청문회 등에서 “의료용 가글은 주로 필러 시술때 권고해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당시 (박씨가) 인후염을 앓고 있어 가글을 처방했다’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시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실제로 컨디션이 어땠는지는 파악해서 말한 건 아니다.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침실에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올 때까지 계속 침실에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씨 방문 후의 행적은 비교적 밝혀진 편이다. 최씨는 입실 후 박씨 및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과 회의를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회의는 오후 2시53분 전후로 끝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전추 전 행정관은 오후 2시53분 박씨의 미용을 담당했던 정아무개씨 등에게 “출발하시면 전화부탁드린다. 많이 급하시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정씨 등 미용관리사는 이날 오후 3시22분 관저에 들어와 4시37분 관저를 나갔다. 박씨는 오후 4시33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을 가기 위해 관저를 나섰다. 검찰은 이와 관련된 행적에 대해 “머리를 만진 시간도 분명 있을거고 경호상 대통령이 외부로 나갈 때는 준비해야 될 기본적인 일들이 있다”며 “갑자기 하게 된 준비로 인해 필요한 시간도 있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박씨는 이날 오후 5시15분 중대본에 도착해 회의를 소집한 후 저녁 6시 관저에 복귀했다.

박씨가 이날 청와대 본관이 아닌 관저에 있었던 이유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4월 무렵부터 정호성 전 비서관으로 하여금 수요일엔 공식 일정을 잡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 대해 검찰은 “전달인 3월 하순에 유럽순방 일정이 있었고 순방을 갔다와서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비서관 등이)얘기를 한다”면서 “월·화에 일정이 있었고 피로감이 있었으니 수요일은 가급적 일정은 안 잡았으면 좋겠단 취지의 말이 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박씨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유로 각종 시술 의혹 등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검찰은 “세간에서 말하는 시술 이런 것들은 분명히 아니”라며 “당일이 아닌 전날의 일을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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