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의 몰락이 여론조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MBC PD수첩팀이 지난 5~6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MBC에 대한 국민 이미지는 ‘무한도전만 보는 채널’(22.6%) ‘엠X신’(20.7%) 등 부정적인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긍정적인 뉘앙스의 ‘만나면 좋은 친구’는 13.3%, ‘마봉춘’은 4.4%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5.3%에 달했다.

MBC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배경에는 이명박근혜 정부 때 망가졌던 ‘뉴스’가 있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국면에서 가장 신뢰하지 않은 뉴스는 MBC(36.8%)였다. 이어 JTBC(19.8%), TV조선(16.1%), KBS(11.4%), MBN(4.3%) 순이다. MBC 뉴스는 2위보다 2배 가까이 높은 불신도를 보였다.

방송사 자체에 대한 불신도는 MBC가 20.2%로 나타나 TV조선(3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가장 신뢰하는 방송은 JTBC가 50.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KBS(10%), MBC(7.9%), YTN(6.4%), TV조선(5.2%) 순으로 나타났다.

▲ M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 M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국면에서 MBC를 불신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응답자 중 62.4%는 ‘박근혜 정부 편향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많은 기자에 대한 해고 및 징계’가 20.6%, ‘당시 정국관련 새소식 부재’가 10.3%로 나타났다.

국민이 가장 믿는 재난뉴스채널은 JTBC(44.9%)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19.4%로 JTBC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공영방송인 MBC를 ‘재난뉴스채널’로서 믿는다는 응답은 5.4%에 그쳤다.

뉴스 앵커 불신도 조사 결과 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인 배현진 앵커에 대한 불신(28.4%)이 가장 높았다. 이어 손석희(24.8%), 신동욱(17.2%) 순이다. 반면 신뢰도 조사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61.2%로 압도적인 신뢰도를 보였다.

국민이 가장 믿는 ‘제보 프로그램’이 PD수첩이라는 응답은 6.7% 뿐이었다. 반면 JTBC ‘뉴스룸’이 42.7%,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18.7%, KBS 뉴스9이 10.4% 순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이었던 PD수첩의 몰락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MBC가 지상파방송이자 공영방송이라는 특성, 그리고 매체의 역사와 영향력을 감안하면 다양한 지표에서 종편인 JTBC에 밀려 사실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JTBC는 신뢰도 조사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반면 불신도 조사에서도 높은 순위를 보였다는 점이 독특하다. 응답자 중 영남, 강원지역과 50대 이상 층에서 JTBC에 대한 불신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한 층이 JTBC에 대한 반감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2일 방영된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 지난 12일 방영된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이 같은 여론조사 내용 중 다수는 지난 12일 PD수첩 방송을 통해 발표되기도 했다. 이날 방송은 무너진 MBC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성과 정치권력에 부역한 과거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방송에서 손정은 아나운서는 “공영방송 MBC는 국정원 문건이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라 차근차근 권력에 장악돼 갔다”면서 “사회적 공기였던 공영방송이 사회적 흉기가 돼 버린 것이다. MBC 몰락의 가장 큰 책임은 구성원들에 있다.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M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남녀 2009명을 대상으로 지난 5~6일 이틀동안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다. PD수첩팀은 “MBC가 처한 냉정한 현실을 돌아보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