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제일간지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의 시민참여단에 제출한 공사 반대측(시민단체) 자료집 내용을 비판한 보도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는 25일자 1면 ‘“세계 풍력·태양광 비중 24.5%” 원문엔 5.5%…탈원전 단체, 통계 ‘뻥튀기’’에서 “신고리 공론화위의 시민참여단 478명의 학습교재로 쓰일 자료집에 세계 태양광·풍력발전 현황과 발전량 통계를 과장한 내용을 실어 논란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자사가 24일 입수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자료집을 보면 건설 반대 측인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세계적으로 풍력과 태양광을 앞세운 재생에너지는 급속도로 늘어나 2016년 전체 발전량의 24.5%를 차지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한국경제는 해당 수치가 프랑스 재생에너지 분야 비영리단체인 ‘21세기 재생에너지 정책네트워크(REN21)’의 ‘2017년 세계 재생에너지 동향 보고서’(지난 6월)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보고서 원문에는 24.5% 가운데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4%, 태양광은 1.5%라고 돼 있다고 보도했다. 수력 발전이 16.6%로 재생에너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바이오에너지가 2%였고, 파력(波力)·태양열·지열발전이 0.4%였다고도 이 신문은 전했다.

또한 한국경제는 시민행동의 자료집에 “2016년 신규 발전설비 중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5.3%로 절반이 넘었다”고 나온 부분을 들어 “하지만 세계스마트그리드연합회(GSGF)가 발간한 ‘2017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 동향’에 따르면 55.3%라는 숫자에는 쓰레기를 태우는 폐기물 발전, 폐목재 등을 태우는 바이오매스 발전 등도 포함됐다”고 썼다. 이 신문은 “폐기물과 바이오매스는 석탄화력발전보다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해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는 발전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시민행동은 25일 오후 성명을 내어 “한국경제의 보도는 무리한 왜곡 짜깁기 기사”라고 반박했다. 시민행동은 “시민행동 자료에는 ‘재생에너지는 2016년 세계 전기생산량의 24.5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대수력 제외 7.9%)’라고 기재되어 있다”며 “한국경제가 기사에서 언급한 ‘세계 풍력·태양광 비중 24.5%’는 존재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시민행동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준과 분류를 국제적 기준에 의거해 해당 자료를 작성하였으나 한국경제는 자의적 왜곡 편집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15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이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시민행동은 공론화위에 공정성을 지키고 건설 중단으로 인한 피해 지원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이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시민행동은 공론화위에 공정성을 지키고 건설 중단으로 인한 피해 지원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행동은 “한국경제의 이러한 행위는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이 거짓 주장을 일삼는다는 낙인을 찍기 위한 것으로, 공론화를 방해하고 국민들을 혼란케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번 한경의 오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한국경제의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한다”며 “한국경제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의 제소와 허위사실유포로 검찰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민행동은 한국경제의 자료 확보 경로에 대해 “시민행동이 공론화위원회에 제출하고 시민대표참여단에게 제공될 예정인 자료집의 수록 내용을 어떻게 확보했는가에 대한 한국경제의 해명이 필요하다”며 “해당자료는 정확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자료제공 시점의 형평성을 위해 현재 비공개 상태”라고 주장했다.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에서 정책팀장을 맡고 있는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태양광과 풍력만이 24.5%’라고 쓰지도 않았고, 최종본에도 그렇게 돼 있지 않다”며 “한국경제가 인용했다는 자료집은 이미 수정했기 때문에 남아있지도 않고, 우리에게도 없다”고 반박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비율 55.3%와 관련해 세계스마트그리드연합회(GSGF) 자료에 ‘쓰레기를 태우는 폐기물 발전’, ‘폐목재 등을 태우는 바이오매스 발전 등도 포함됐다’는 한경 주장에 대해 양이 처장은 “우리는 REN21에서 인용한 일은 있어도 세계스마트그리드연합회 자료를 인용한 적이 없다. 그나마 (기사에 나온) 55.3%라는 비율도 자료집 작성과정에서 잘못된 것을 확인하고 62%로 수정했다”며 “더구나 우리가 인용한 비율 안에 ‘폐기물발전’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는 명백히 안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이 처장은 “시민참여단에 정확한 내용을 내놓기 위해 점검하고 수정하고 정제하면서 정리하는데, 최종본도 아니고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수정본을 빼내서 한쪽에 유리한 내용을, 그것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앞세워 이런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사를 쓴 한국경제 기자는 자료집에 나온 대로 썼으며, 기사가 나간 뒤 해당 단체로부터 사실관계가 왜곡됐다는 연락을 받았으나 어디가 틀렸는지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한국경제 2017년 9월25일자 1면
▲ 한국경제 2017년 9월25일자 1면
이 기자는 25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태양광과 풍력 24.5%’라고 자료집에 나와있지 않다는 지적에 “제가 입수한 자료집에는 ‘태양력과 풍력을 앞세운 재생에너지는 2016년 전체 발전량의 24.5%를 차지했다’고 나와있다”며 “나와 있는 대로 썼으며, 믿을 만한 자료라고 판단해 보도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전날 신문 가판(초판)이 나가니 양이원영 처장한테서 전화가 와서 ‘그 기사가 왜곡됐다’고 하길래 어느 부분이 틀렸는지 말해달라고 했으나 (양이 처장이) ‘말 못해주겠다’고 했다”며 “여러 차례 팩트가 틀린 것이 있으면 말하라 했으나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료집을 작성한 시민행동의 책임있는 당사자로부터 자료집 내용이 과장됐는지 여부를 분명히 질의했는지’에 대해 이 기자는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시민행동측 관계자에 전화했더니 ‘한경 기사를 다 체크하고 있다, 대꾸를 하지 않겠다, 할 말이 있으면 문서를 보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며 “하지만 (이후) 초판이 나간 다음에 (양이 처장으로부터) 전화가 왔길래 내가 반영하겠다고 했으나 (틀렸다는 내용을) 얘기하지 않았다. 고칠 기회가 있었는데 얘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보완 중인 단계의 자료집일 경우 그 내용의 문제점을 비판하려면 자료집 내용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뒤에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 기자는 “내부적으로 수정보완하던 자료가 아니라 시민행동이 공론화위에 제출한 자료였다”며 “근거가 믿을 만한 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썼다. 그것을 확보했다면 어떤 기자든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가 나간 뒤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을 왜 기자에게 얘기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양이 처장은 “제목 자체가 악의적으로 구성돼 있는 상태에서 숫자가 조금 바뀐다고 달라질 것이 없었다”며 “이 기사 문제의 핵심은 최종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중간 자료집을 넘겨받아 악의적으로 작성했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양이 처장은 “무엇보다 기사를 쓰기 전에 그 자료집에 씌어있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자료집을 작성한 우리한테 사실확인을 했어야 했다”며 “취재거부 여부를 떠나 그것을 우리한테 물어봤어야 하는데, 안하지 않았느냐. 그렇기 때문에 사실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럴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경제 2017년 9월25일자 10면
▲ 한국경제 2017년 9월25일자 10면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