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연 200억 원에 달하는 언론사 지원정책을 ‘깜짝발표’했다. ‘포털 수익배분’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가두리 양식’을 유지하는 네이버의 뉴스 정책이 언론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는 5일 오후 언론사의 인터넷 뉴스 담당자들을 초청한 ‘미디어커넥트데이’ 행사에서 언론사 수익배분을 골자로 하는 ‘PLUS(Press-Linked User Support)프로그램’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은 1년 단위로 기사제공 대가인 전재료를 받았으며 기사에 붙은 광고에 대한 수익 배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PLUS 프로그램은 ‘구독펀드’와 ‘광고수익 배분’으로 나뉜다. ‘구독 펀드’는 뉴스 이용자들이 매년 100억 원에 달하는 기금을 받고, 자신이 선호하는 언론에 구독료를 지불하게 하는 일종의 유료화 모델이다.

네이버는 “구독료 지불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라며 “구체적인 운용방식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에 따르면 정치후원금처럼 현금을 지불하고 보전을 받는 방식과 쿠폰을 지급하는 방식 등을 고민하고 있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광고수익배분’은 뉴스에서 발생하는 네이버 광고수익 추정액 100억 원 중 70%를 언론사에 배분하고 남은 30%를 ‘서울대-언론 팩트체크 기금’ 등 미디어 관련 예산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단, 네이버가 직접 기사를 배열하는 영역의 수익은 포함하지 않고 검색, 구독, 인공지능 추천 등으로 접속한 기사의 트래픽에 따른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다.

이 같은 네이버의 전격 발표에는 언론, 정치권 등의 전방위적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중동 등 종합일간지가 소속된 한국신문협회는 포털이 기사 저작물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며 ‘전재료 인상’을 요구해왔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여당 일각, 방송계, 언론노조 등에서도 포털이 ‘미디어다양성기금’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뉴스 배열방식 다양화도 추진된다. 네이버 모바일 뉴스 메인화면인 뉴스판 배열방식은 네이버 직원의 직접 편집과 알고리즘 편집을 5:5비율로 나누는 기존 방식에서 △PC버전 ‘뉴스스탠드’와 같은 이용자가 선택한 언론사의 직접편집 △이용자가 직접 추천한 기사를 모은 ‘이 기사를 메인으로 추천’ 중심 편집 △사용자 구독뉴스 △사용자 랭킹뉴스 등으로 다양화된다. 전체 6가지 방식 중 어떤 방식으로 뉴스를 볼지 이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배열방식에서 직접 편집을 줄이고 ‘이용자’ ‘인공지능(알고리즘)’ 중심의 편집기능을 확대한 것은 끊이지 않는 불공정 뉴스편집 논란을 회피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포털 다음이 알고리즘 ‘루빅스’를 도입해 맞춤형 뉴스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 역시 같은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네이버와 다음이 공동으로 뉴스제휴 진입과 퇴출을 결정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만든 것 역시 포털 뉴스 공정성에 대한 책임을 외부 위원회로 돌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포털이 인공지능 기술에 투자하고 이를 뉴스편집 및 독자분석에 적용하면서 기술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상업적 용도의 뉴스활용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네이버가 언론 지원을 대폭 늘린 건 사실이지만 언론사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이 아닌 네이버 사이트 내에서 뉴스를 보여주는 ‘인링크’방식으로 연결된다. 이는 의도와 달리 언론사가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유봉석 미디어 담당 이사는 “아웃링크 전환 계획은 없다”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기 때문에 인링크지만 광고료를 전액 드리는 방식으로 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PC 메인화면 뉴스캐스트 시절 아웃링크 방식을 적용했는데 자극적인 기사제목과 지나친 광고 등이 문제가 됐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최근 한국신문협회 세미나에서 연간 전재료 규모가 현재의 10배에 달하는 3500억 원이 적절하다는 연구결과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뉴스콘텐츠 이용시간이 포털 체류시간의 40%라는 조사 결과를 전제로 네이버 전체 광고매출에 뉴스 비중을 반영해 계산한 것으로 과장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봉석 이사는 “네이버에서 (이용자들이) 뉴스를 보면서 머무르는 시간은 한 자릿수 퍼센트”라며 “실제로 (언론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많은 걸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언론에 제공하는 ‘데이터’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9월 도입된 미디어 통계 시스템 ‘인사이트’를 발전시켜 언론사들이 더욱 정교한 뉴스 유통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뉴스유통을 사실상 독점하면서도 뉴스유입 경로, 독자 데이터 등 독자정보를 언론사에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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