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하네요.” 사회자가 이렇게 말할 정도로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첫 TV토론회의 분위기는 좋았다. 대신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좌파척결'을 강조했다.

김관용·김진태·안상수·이인제·원유철·홍준표 등 1차 컷오프를 통과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6인은 19일 오후 TV조선 토론회에서 일제히 야권과 노조, 바른정당 등 당 밖을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는 '기승전문재인'이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 것만 17회에 달했다. 안상수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문재인의 집권을 총력으로 막아야 한다. 문재인은 안보에서 정책이 틀렸다”고 비판했다. 김관용 후보 역시 “문재인 후보는 북한을 제일 먼저 방문하겠다고 한다. 그는 사드반대 한미동맹 ‘NO’ 세력이다.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 TV조선이 19일 방영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경선 토론회' 화면 갈무리.
▲ TV조선이 19일 방영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경선 토론회' 화면 갈무리.

원유철 후보는 “문재인 후보는 촛불에만 의지하고 있고, 안보와 경제에 대해서는 위험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토론하면 10분만에 제압한다고 하셨죠. 저는 시작하자마자 KO시킬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은 야권을 향한 '종북몰이'로 이어졌다. 김진태 후보는 “친노운동권 대통령은 꼭 막아야 한다. 그것은 곧 친북정권으로 연결 된다”면서 “나는 공안검사를 하며 평생 좌파 종북세력과 싸워왔다. 운동권 정권의 탄생을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개판에 ‘나는 낙동강 방어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는 “좌파정권 10년 동안 북에 수십억 달러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게 핵개발 자금이 된 것이다. 외교적 노력으로는 핵 폐기가 불가능하다”고 사안을 단순화하며 핵무장을 주장하기도 했다. 

TV조선이 제시한 질문에 후보자들이 OX로 답하는 코너의 첫 질문은 정책이 아닌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연대해 비문연대를 할 것인가”다. 원유철·김관용 후보는 ‘동그라미’(연대 찬성), 홍준표 후보는 ‘세모’, 김진태·이인제·안상수 후보는 ‘엑스’(연대 거부)를 들었다.

▲ TV조선이 19일 방영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경선 토론회' 화면 갈무리.
▲ TV조선이 19일 방영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경선 토론회' 화면 갈무리.

김진태 후보는 ‘비문연대’를 반대한 이유를 “박지원은 문재인보다도 더한 분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김무성씨와 당을 합친다? 그 당은 없어져야 할 당”이라고 밝혔다. 김진태 후보는 비문연대에 찬성하는 홍준표 후보에게 “유승민 후보 지지율 1%도 나오지 않는다. (연대하며) 키워줄 거 없이 지긋이 밟고 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당 밖을 향한 거침 없는 발언이 이어졌다. 사회자가 홍준표 후보가 18일 “대법원에서 (성완종 게이트가) 유죄로 밝혀지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한 점을 지적하자 “팩트다. 사실 아니냐”고 응수했다. 그는 “이런 걸 튀는 발언이라고 하는데, 팩트와 튀는 발언을 구분을 못하냐. (막말이라고)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라며 막말 논란을 인정하지 않았다.

▲ TV조선이 19일 방영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경선 토론회' 화면 갈무리.
▲ TV조선이 19일 방영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경선 토론회' 화면 갈무리.
홍준표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돈을 받았기 때문에 자살한 거고 나는 돈 받은 일이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진태 후보는 “탄핵에 불복하는 게 아니다. 이 사건이 너무 심하게 된 거 아니냐. 또 다른 진실도 보고 싶은 것”이라며 “고영태도 구속하고 태블릿PC를 조사해야 진정한 마음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친박 단체들이 주장하는 ‘태블릿PC 조작설’을 또 다시 제기한 것이다.

후보들은 기업에는 책임을 묻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를 ‘노조’의 책임으로만 돌기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인제 후보에게 “노동부 장관을 했으니 강성귀족노조 정책을 말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인제 후보는 “혁파해야 한다. 무분별한 파업과 불법폭력 때문에 대기업 임금이 중소기업 임금의 2배다. 기업이 안 될 때는 일을 줄여야 한다. 노조는 사회양극화 주범이다. 사전적 파업 대비조치 및 사후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준표 후보는 “동의한다”며 거들었다.

안상수 후보 역시 “강성귀족노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면서 “안 그러면 아르헨티나, 그리스처럼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화를 오롯이 노조 책임으로 돌리거나 그리스 등이 노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건 사실과 다르거나 지나친 비약이지만 이를 지적하는 후보는 없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