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의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SBS는 지난해 12월19일 김성준 보도본부장으로 ‘8뉴스’ 앵커를 전면 교체한 이후 시청률을 일부 회복했다. 하지만 한계도 보인다. 당분간 SBS 메인뉴스의 시청률이 크게 오르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JTBC는 ‘최순실 태블릿PC’를 보도했던 10월4주차 평균 시청률 6.9%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6.6%를 기록한 SBS 메인뉴스의 시청률을 앞서기 시작했다(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이후 JTBC ‘뉴스룸’ 시청률이 9%대로 상승하는 동안 SBS 8뉴스 시청률은 떨어져 12월 3주차에는 5.95%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초 SBS 조직개편·인사 이후 박정훈 대표이사·김 본부장 등은 시청자들에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보인 ‘보도참사’에 대해 연이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이후 SBS 메인뉴스는 12월 4주차 평균 시청률 5.99%, 12월 5주차 평균 시청률 6.19%를 기록하며 소폭 상승세를 기록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본방사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단순히 시청률이 일부 회복된 것만으로 SBS의 변화를 다 설명할 수 없다. SBS ‘8뉴스’는 연일 특종을 쏟아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좌파성향 언론사’를 포함해 예술계 인사와 단체가 있다는 보도(지난해 12월26일자), 블랙리스트 작성에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지난 1월8일자) 등 ‘볼 거리’가 많아졌다.

논조도 달라졌다. 앵커 교체 첫날인 지난해 12월19일 SBS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해 박 대통령에 대한 비리정황(“대통령 계좌 추적할 것”…직접 뇌물죄 검토)과 삼성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담긴 단독보도(“삼성 사장 박상진, 장충기 영장 준비 끝”)로 뉴스를 시작했다.

‘김성준 체제’ 일사불란 변화

SBS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JTBC에게 시청률이 밀리자 즉각 보도책임자 교체와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촌철살인 클로징으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던 김성준 앵커를 복귀시켰다. 그는 지난달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포만감을 주는 뉴스’를 하겠다면서도 스피드있는 뉴스를 더욱 강조했다. JTBC 리포트는 다소 길고, SBS 기자들의 ‘맨파워’를 통해 잘 다듬어진 뉴스로 달라지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SBS는 지난해 12월23일부터 ‘사실은?’이란 코너를 신설했다. 박세용 SBS기자가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사실여부를 검증해주는 순서인데 뉴스룸의 팩트체크와 비슷한 형식이다. 기자를 스튜디오로 불러 질답형식으로 구성하는 리포트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5일 방송의 경우 기자가 직접 나온 리포트는 5꼭지, 라이브로 현장에 있는 기자를 연결하는 리포트는 1꼭지였다. 

▲ 지난해 12월29일자 SBS '사실은?' 코너. 박세용 기자(왼쪽)와 최혜림 앵커. 사진=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다만 SBS는 해당 리포트를 2분 내외로 끊고 길더라도 3분을 넘지 않았다. JTBC가 4분 이상 끄는 것과 차이가 있다. SBS ‘사실은?’ 코너도 4분 내외로 일정하게 시간을 맞추지만 JTBC ‘팩트체크’는 짧게는 5분30초에서 길면 8분을 넘는다.

언론사나 기자의 의견을 담는 리포트는 자제하겠다는 김 본부장의 뜻도 지켜지고 있다. JTBC '뉴스룸'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의미를 짚어주는 오프닝과 앵커브리핑 등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지만 김 본부장은 과거에도 했던 짤막한 클로징 멘트 이외에는 입장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사실로 의견을 드러내는 방식”을 JTBC와 다른 지상파 뉴스의 특징으로 여긴다.

김 본부장은 지난달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눈모양으로 생긴 앵커테이블로는 토크중심의 리포트를 할 때 샷이 안 나온다”며 “1월 되면 세트를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SBS는 지난 2일 ‘8뉴스’ 스튜디오 해체 공사에 들어갔고, 새 앵커테이블은 약 한달 뒤 공개할 예정이다.

SBS의 한계는?

SBS와 같은 대형 방송사가 발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JTBC로 돌아갔던 채널이 쉽게 돌아오진 않고 있다. 김 본부장이 복귀한 날 SBS ‘8뉴스’ 시청률은 5.4%를 기록했다. 사실상 이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SBS는 JTBC라는 강한 대체재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이 손석희 앵커와 대등한 경쟁상대도 아니다. 김 본부장 스스로도 손석희 앵커와 비교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지난달 손석희에 대해 “언론인으로 큰 업적을 남겼고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을 해낸 분인데 그분하고 경쟁한다고 볼 수 없고, 시청률에서 앞섰다고 해서 경쟁에서 이겼다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준은 손석희의 대항마라기 보단 SBS의 변화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에 가깝다.

SBS는 더 이상 KBS와 MBC의 몰락에 대한 반사이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지상파3사 모두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 이후 JTBC로 돌아간 채널을 돌리긴 쉽지 않다. 더구나 지상파 뉴스도 1분30초 내외의 짧은 리포트만이 아닌 뉴스의 맥락을 짚어주고, 깊이있는 사안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방식을 요구받고 있는데 이게 JTBC 뉴스룸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포만감을 주는 뉴스와 스피드있는 진행을 동시에 추구하는 건 쉽지 않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다. 전달하는 콘텐츠의 질과 이를 전달하는 언론인의 진정성이 필요하다.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오고 앵커가 시청자를 대변해 사안에 대해 묻는 형식의 리포트는 국정농단 국면 이전에도 늘리고 있었다. 김성준 복귀 이후 주목받은 건 사실이지만 형식이 변했다고 SBS 뉴스가 갑자기 돋보일 리 없다는 뜻이다.

SBS의 답은 JTBC의 사례에서 유추할 수 있다. JTBC가 삼성과 특수관계에 있기 때문에 보도에 있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지만 JTBC는 백혈병에 걸린 삼성노동자 문제를 다루고 삼성과 관련한 비판보도를 꾸준히 내보내며 의심을 지웠다.

▲ SBS는 지난해 12월19일부터 뉴스 앵커들을 전면 교체했다. 왼쪽부터 김성준 보도본부장, 최혜림 앵커, 주말뉴스를 담당하는 장예원 앵커, 김현우 앵커. 사진=SBS

마찬가지로 SBS도 SBS의 약한 고리를 역으로 공략해야 한다. SBS가 신뢰를 잃은 지점에서 답을 찾으면 된다. 허원제, 김성우 등 SBS 인사가 청와대로 향했고 이로 인해 정권비판의 칼날이 무뎌지며 SBS 신뢰가 하락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지부장은 SBS 출신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을 추적한 ‘그것이 알고싶다’보도를 막으려 SBS 고위 경영진을 접촉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민동기 미디어평론가는 “관련 의혹을 파헤치려는 의지가 있다면 SBS가 충분히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런 리포트가 8뉴스에 나올 때 시청자들은 JTBC를 주목한 것처럼 SBS 변화를 눈여겨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BS뉴스가 시청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SBS출신 청와대 인사들’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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