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신인 배우였던 고 장자연씨 강제추행 사건 목격자인 전 소속사 동료 윤아무개씨가 3일 조선일보 전직 기자 강제추행 혐의 재판 증인으로 나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가해자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날 공판이 끝난 후 변호인단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를 통해 “많은 언론사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큰 용기를 내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며 “오늘 재판의 증언은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오늘 증언한 사건의 그 날은 같은 소속사에 있으면서 내가 존경하던 선배 여배우를 처음 만난 날이었고, 장자연씨가 (소속사 대표 외에) 추행당하는 것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며 “내 기억 속에는 그날이 모든 일이 지금도 선명하다”고 술회했다.

이어 그는 “13번의 조사를 받았던 나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됐고, 계속되는 트라우마로 힘겹게 살아왔다. 그래서 어렵게 용기를 내 자리에 섰다“면서 ”하지만 그 당시 내가 만났던 사회 고위층의 그들은 지난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고 들었다. 그(장자연) 리스트에 있던 사람들도 일상생활을 아무런 지장 없이 한다고 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 3일 오후 고 장자연씨 강제추행 혐의 사건 2회 공판 증인신문이 끝난 후 장씨의 동료 배우였던 증인 윤아무개씨의 법률대리인단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강성원 기자
▲ 3일 오후 고 장자연씨 강제추행 혐의 사건 2회 공판 증인신문이 끝난 후 장씨의 동료 배우였던 증인 윤아무개씨의 법률대리인단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강성원 기자
윤씨는 피고인 조아무개씨에게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나의 진술이 그의 가정에 해가 될까 염려했고, 그래서 처음 조사가 이뤄지던 때에도 그가 취중에 실수한 것이라고 뉘우치고 인정하길 바랐다”며 “하지만 그는 조금의 죄의식도 없어 보였고 지금도 내 기억이 잘못됐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며 “입장을 바꿔서 내게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내가 아는 자연 언니도 나를 위해 이렇게 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조씨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 2회 공판 증인신문 절차는 재판장의 결정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권희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판사는 검사 측과 피고인 조씨, 조씨 측 변호인, 증인 윤씨의 보호자만 법정에 참석한 상태에서 윤씨에게 검사 측 주신문과 변호인 측 반대신문을 하도록 했다.

3일 오후 열린 고 장자연 강제추행 피의자 조아무개 조선일보 전직 기자 2회 공판 증인신문 절차는 재판장의 결정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사진=강성원 기자
3일 오후 열린 고 장자연 강제추행 피의자 조아무개 조선일보 전직 기자 2회 공판 증인신문 절차는 재판장의 결정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사진=강성원 기자
이날 공판은 오후 3시20분께 검사 측 주신문이 끝나고 잠시 휴정했는데 검사 측과 변호인 측 모두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 관계자는 ‘증인 윤씨가 기존에 진술한 내용에서 바뀐 게 없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장자연 사건을 담당했던 김형준 전 성남지청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에서 “조씨의 아내가 검사니 잘 부탁한다”는 일부 청탁이 있었다고 최근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진술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YTN은 지난달 20일 “보통 밑에 수사검사가 사건을 맡지만 이례적으로 김 전 부장검사가 직접 장씨 사건을 담당했다”며 “김 전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에서 잘 봐달라는 일부 청탁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 전 부장검사는 장씨를 추행한 혐의로 조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청탁을 한 검사가 누구였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경기 분당경찰서는 조씨의 강제추행과 강요방조 혐의를 인정해 7월10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수원지검 성남지청(김형준 검사)은 목격자 윤씨가 13차례나 이어진 검·경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진술이 바뀌는 등 신빙성이 부족하고, 조씨의 범죄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8월19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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