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2019년 예산 470조 5000억원을 심의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시작됐다. 정부와 여당은 일자리 예산과 남북경제협력 예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예산을 유치하려 했고 자유한국당은 두 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회의 첫날부터 둘째 날인 6일까지 회의 내용이 예산안 심의보다는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교체설에 집중되고, 황당한 질의를 하거나 막말을 하는 등 회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정부정책 질타에만 집중해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12월2일이 예산안 심사 법정 처리시한이지만 이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시작하자마자 안상수 예결위원장은 김동연 부총리 인사설을 언급하며 “예결위를 앞두고 기재부 등 예산 관련한 분들의 인사설이 있다”며 “국회와 정부, 여야 간 협의를 심도 있게 해야 하는데 심의의 한축이 인사설에 휘말리는 등 협의에 있어서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은 올바르지 않다고”고 말했다.

이날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예산안 질의가 아닌 ‘고용세습’ 문제를 제기했다. 곽 의원은 “대통령은 시정연설 때 국민 한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했는데 서울 교통 공사에서 108명의 친인척을 채용했고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산안 심의보다 한국당이 집중하는 현안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황당 질의도 있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질의를 하다가 “북한에서 사용 중인 휴대전화가 600만대인 게 맞느냐”며 “중고교생도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고 방탄소년단 유튜브도 볼 수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조 장관은 “인터넷 개방은 돼있지 않고 내부망이라 제약이 있지만 방탄소년단 콘텐츠도 유통되고 있다고 파악한다”고 말했다. 

▲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사진) 사진=민중의소리
▲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사진) 사진=민중의소리
이날 가장 황당했던 장면은 예결위 회의장에서 “죽을래” 등의 수준 낮은 발언들이 오간 것이었다. 이날 송언석 한국당 의원이 최근 산업생산 증감률과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화 변동치가 감소추세라며 “생산과 소비가 추락하고 있다”고 했고 이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사실관계가 잘못됐다. 야당에서 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데이터로 더 확실하게 하라”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은 “송 의원이 대한민국 경제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며 “아주 교묘하게 말하고 있다. 지금 이 방송을, 박영선 의원 말을 다시 들어봐라. 교묘하고 야비하게 이야기를 한다. 송호석 의원을 딱 찍어놓고 그 수치에 비판을 한다”고 전했다.

이에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장 의원에게 “독해능력이 안 된다”, “저런 게 국회의원이라고”라고 말했고 장 의원은 “저런 게? 죽을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말을 왜 함부로 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나와”라며 박 의원을 불렀고 박 의원도 “나와. 쳐봐”라고 말했다. 이후 두 의원은 회의장을 나갔다 다시 들어왔다. 이후 김동연 부총리가 상황을 정리하면서 장내가 정리됐다.

예산안 심의보다 정부 질책에 집중된 상황은 6일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예결위 회의에서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국민들에게 사과 없이 대통령은 (1일 시정연설에서)자화자찬만 했다. 성장전략이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하면서 작금의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걸 천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낙연 총리는 “과거의 대기업 중심 경제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장우 한국당 의원도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소득주도 성장론자들은 몽상가들”이라며 “김동연 부총리가 맘고생이 많을 것 같다. 빨리 직을 던져야한다. 김 부총리 사의 표명한 적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는 “사의를 전달한 적 있다”고 답했다.

정부질책의 수위가 높아져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장우 의원은 “연말에 경제가 좋아지겠다고 말했죠? 장하성 실장이 그런 말 했죠?”라고 하니 김 부총리가 ”다른 사람이 한 이야기는 신경 쓰지 않는다. 아마 그 말의 맥락은 주말에 있던 당정청 회의 관련 기자들에게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장우 의원은 ”부총리는 장하성 실장 대변인이냐. 총리도 대변인, 부총리도 대변인, 책임 있는 분들이 다 대변인 노릇이나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후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이 다 보고 있는데 계속해서 질문 기회를 막고, 대변인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면 위원장이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여당 의원이 찔리는 게 있는지 발언을 하는데 야당 의원이 하는 말은 국민들의 체감을 있는 그대로 정부에게 말하는 것이고 충정을 이해해야 한다. 야당 의원이 하는 걸 무조건 막말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여당은 겸허하게 경청해라”라고 반박했다. 이후에도 이장우 의원, 박홍근 의원, 권성동 의원, 조정식 의원 등이 의사진행 발언을 더하면서 질의가 수십분간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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