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두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주류 매체에 이어 원전업계를 대변하고 있는 학계 인사까지 연일 비난에 가세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부 언론의 주장을 두고 과다한 추정이며 전문가의 주장은 공론화 결과를 부정하고 국민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로드맵을 의결해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서울경제 등 주류 일간지와 경제지가 25일자 기사와 사설 칼럼 등을 통해 비난을 가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앞장서 반대해왔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26일자 국민일보에 기고문을 통해 탈원전 로드맵과 청와대 인사들을 비난했다. 주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 26면에 실린 기고문 ‘탈원전 로드맵의 맹점’에서 “탈원전을 포기하면 원전건설 블루오션에서 한 기당 5조원 정도의 외화 획득이 가능하다”며 “탈원전과 원전 수출은 양립할 수도 없고 도덕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가져가면 가스 발전 비중이 늘 수밖에 없어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유가 상승 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원마다 장점을 살려 먼저 적정 에너지 믹스를 정하는 것이 순리인데 정부는 악으로 치부한 원자력은 무조건 줄이고 선으로 간주한 신재생에너지만 육성하자는 단순한 논리로 로드맵을 작성했다”고 비난했다.

주 교수는 “탈원전 공약은 수립 때부터 원자력 전문가들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된 채 편견을 갖고 있는 탈핵 인사들의 주도로 만들어졌다”며 “원자력을 백안시하는 청와대의 편견은 공약 수립 당시와 지금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고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비난을 가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25일자 1면 머리기사 ‘탈원전 대못 박다’를 비롯해 ‘새 원전 올스톱… 정권 바뀌어 다시 짓는다해도 10년은 걸린다’(3면 머리기사), ‘野 “탈원전 피해 벌써 3조” 與 “한수원, 신고리 알박기”’(4면 머리기사) 등 3개 면을 할애해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사진=주한규 페이스북
▲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사진=주한규 페이스북
특히 조선은 사설에서 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 탈원전 정책으로 3조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며“선거로 5년 임기 맡았다고 잘못된 이념 때문에 국민 돈을 이렇게 갖다버릴 권한을 누가 주었나, 정부 내 양식있는 사람들이 분별 잃은 정치적 오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같은 날짜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정작 우리는 안전을 문제 삼아 우리 원전을 외면하면서 외국을 향해 기술력과 경제성이 뛰어난 한국 원전을 선택해 달라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며 “원전은 나쁘고 신재생에너지는 무조건 좋다는 어설픈 탈원전 도그마에서 벗어나 전문가위원회가 다시 검토하게 하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조선일보 등이 근거로 내세우는 피해액도 과다할 뿐 아니라 전문가들 역시 공론화 과정에 참가해놓고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25~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탈원전 정책으로 벌써) 3조원이 피해를 봤다는 것은 과다한 추정”이라며 “현재 정부는 정확한 추계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탈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 등에너지 전환정책은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놓아 국민으로부터 인증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탈원전하면서 남의 나라에 수출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중앙일보 주장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도 현재 자국내 원전을 짓고 있지 않지만 원전을 수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원전은 나쁜 것, 탈원전 도그마에서 벗어나라는 중앙 주장에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무조건 신재생 에너지가 좋다고 하지 않고, 특정지역에 지나치게 많은 원전이 건설된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한규 교수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전문가대로 수용하고 국민의 주장은 국민의 주장대로 수용하기 위해 공론화를 해서 나온 결과가 이것인데, 이를 문제삼게 되면 다시 원위치하게 되는 것”이라며 “주 교수 등의 주장을 공론화위에서 다 털어놓고 3개월 동안 숙의한 결과인데, 다시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공론화 결과를 부정하고, 국민이 결정한 일을 지금 불복하겠다는 취지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전문가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라고 불만이 없겠느냐. 그럼에도 수용하겠다는데, 애초 공론화 논의에 찬성하겠다고 하고 논의가 다 된 상태에서 들어와놓고 끝나고 이렇게 말하게 되면, (이런 공론화 과정을)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상식을 갖고 있는 국민이 모여서 한 결정인데, 전문가들이 공론화에 대해 부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열어 탈원전로드맵 등을 의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열어 탈원전로드맵 등을 의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원전을 악으로 치부한다는 주한규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원전이 악이냐는데 원전을 악으로 생각하면, 그럼 우리가 악을 수출하겠다는 것이냐.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문제는 다수호기이고, 많은 원전이 한 곳에 밀집돼 있으며, 노후된데다 옛날식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며 “수출용 원전은 격벽같은 것은 두겹인데 반해 한국은 한겹이라는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청와대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 전력 부족 주장 역시 그동안 다 공론화과정에서 했던 얘기들이다. 정부는 그에 대해 반박을 했던 것인데, 여전히 입장 차를 보이는 것을 되풀이하는 것일 뿐”이라며 “여전히 입장 바꾸지 않은 전문가의 비판이라고 밖에 안보인다”고 덧붙였다.

공론화위 설문조사 결과 신고리 원전 공사 재개 응답이 높게 나왔으나 원전 축소 응답 역시 과반을 넘은 것을 두고 일부 시민참여단이 정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는 주한규 교수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것은 해석일 뿐 정부 해석이나 공론화위 해석은 다를 수 있다”며 “그분들이 미안한 마음을 가졌는지는 우리가 마음까지 들여다볼 관심법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청와대가 원전을 백안시하고 편견을 갖고 있다는 주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청와대엔 원전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이나 원전이 잘 됐으면 하는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 개인적인 것일 뿐 원전 정책은 개인이 아닌 국정과제로 결정된 것”이라며 “백안시한 것이 아니라 공약을 내걸어 당선된 것이다. 당선 된 후 이 공약을 하지 말라는 건 공약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국민일보 2017년 10월26일자 26면
▲ 국민일보 2017년 10월26일자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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