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18일 사임을 표명하며 화제의 인물이 된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의 인터뷰가 19일 중앙선데이에 실렸다. 홍 회장은 향후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는 구상 외에도 삼성가가 얽힌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한 사회현안과 미디어 혁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최순실씨가 “홍라희씨가 이재용 부회장을 탐탁지 않아 한다. 동생(홍석현 회장)과 함께 자기가 실권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는 점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홍 회장이 회자된 바 있다. 그가 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주도한 JTBC의 회장이라는 점도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실었다. 홍 회장은 이건희 전 회장의 아내인 홍라희 여사의 동생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외삼촌이다.

홍 회장은 “확인해 봤더니 최순실이 그런 얘기한 건 사실이더라”라며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누이(홍라희 여사)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누이가 카톡 보냈는데 가슴이 찢어진다고 하더라. 그게 모성”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데 대해서도 “피가 통한 조카인데 당연히 가슴이 아프지”라고 말했다.

▲ 19일 중앙선데이의 홍석현 회장 인터뷰 기사.
▲ 19일 중앙선데이의 홍석현 회장 인터뷰 기사.

홍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JTBC 보도를 치켜세웠다. “태블릿PC 보도가 대한민국의 역사에 남을 커다란 보도를 했다는 데 대해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면서 “사실 그때는 이것이 대통령 탄핵까지 연결이 되리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태블릿PC 조작설에 대해 홍 회장은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태블릿 PC조작을 주장하는 미디어워치는 '홍석현이 몸통이다'라는 연재기사를 게재하고 있으며, 일부 친박 세력은 그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홍 회장은 “나중에 태블릿PC 조작설이 나오는 걸 보고는 아주 놀랐다”면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사실보다 감정·신념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라는 말이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올해의 단어’(2016년)로 선정될 만큼 서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언론 소비 패턴의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갈라졌으면 그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홍 회장의 기업 중심 사고가 드러나기도 했다. 홍 회장은 “(청와대의) 강요가 됐건 아니건 거절하기는 한국 문화와,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 등 여태까지의 풍토에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최순실 게이트’에 가담한 기업 자체보다는 풍토를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 총수나 한 기업인의 문제로 끝이 나야지 우리 사회에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팽배해 있는 반기업 정서(로 확대돼선 안 된다), 더 팽배해지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중앙일보
▲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중앙일보

홍 회장은 종이신문의 위기와 디지털 혁신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 디지털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힘들지만 살아남아야 한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느냐는 우리가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단순히 사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분석, 오피니언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자들은) 종이신문에 담기는 콘텐츠가 팩트 중심의 뉴스가 아니라 사실 보도를 바탕으로 한 부가가치가 더 붙은 분석 기능을 원한다”면서 “낮에 일어난 일을 다음날 아침에 다시 실으면 누가 읽겠나. 또 오피니언 페이지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언론이 사주를 인터뷰하는 건 이례적이다. 중앙선데이는 “선례가 없진 않으나 자사 사주를 인터뷰하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탄핵 정국을 지나며 적잖은 독자의 관심이 홍 회장과 중앙일보·JTBC에 쏠리고 있다는 점에서 뉴스로서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 인터뷰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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