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블랙리스트 작성을 이유로 지난 5월 MBC에서 해고된 최대현 아나운서가 20일 극우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이 창간한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에 영입됐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지난해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한 인사다. 당시 정 대표는 미디어오늘에 “박근혜 대통령 사건의 본질은 근거없는 루머”라고 주장했다.

펜앤드마이크는 20일 “최대현 전 MBC 차장을 부장(방송제작담당)으로 영입했다”며 “최 신임 부장은 이날부터 정상 출근해 앞으로 앵커 및 방송 제작 업무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왼쪽)와 최대현 아나운서. 사진=정규재TV, 미오TV
▲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왼쪽)와 최대현 아나운서. 사진=정규재TV, 미오TV
이 매체는 “최 부장 합류로 펜앤드마이크는 최고경영자이자 발행인인 정규재 대표 겸 주필을 정점으로 해서 편집인인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이 지금까지처럼 인터넷 신문 제작을 책임지고 최 부장이 방송 실무를 총괄해 인터넷 신문과 유튜브 방송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규재 대표는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 부장은) 어제부터 출근했다. 방송을 오래한 사람이기 때문에 열심히 잘할 것”이라며 “우리 매체 이름은 ‘펜앤드마이크’인데 (최 부장은) 방송 출연을 포함한 ‘마이크’ 쪽을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PSB 부산방송(현 KNN)과 강원민방을 거쳐 지난 2002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한 최 아나운서는 지난 5월 MBC에서 해고됐다. 해고 사유는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작성 및 보고 △시차 근무 유용 △선거 공정성 의무 위반(앵커 멘트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한 발언) 등이었다.

MBC 경영진이 낸 블랙리스트 및 부당노동행위 관련 특별감사결과를 보면 최 아나운서는 지난 2013년 12월 ‘아나운서 성향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해 백종문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에게 보고했다.

해당 문건은 아나운서들을 △강성 △약강성 △친사회적 등 3개 등급으로 분류한 리스트로 실제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 지난해 2월22일 당시 MBC 제3노조 공동위원장이었던 김세의 기자(오른쪽)와 최대현 아나운서(왼쪽)가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적힌 팻말을 든 승려 출신 정한영씨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정한영씨 페이스북.
▲ 지난해 2월22일 당시 MBC 제3노조 공동위원장이었던 김세의 기자(오른쪽)와 최대현 아나운서(왼쪽)가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적힌 팻말을 든 승려 출신 정한영씨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정한영씨 페이스북.
최 아나운서는 지난해 MBC 상암동 사옥 앞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지지 발언을 했고, 이후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적힌 팻말을 든 집회 참여자와 사진을 찍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펜앤드마이크는 최 아나운서를 “MBC 내 좌파세력이 주도하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뉴스를 진행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도 참여했다”며 “이 같은 활동으로 좌파세력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돼 ‘최승호 사장 체제’가 들어선 뒤 올해 5월 MBC에서 해고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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