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일까, 미북정상회담일까.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27일 결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만큼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결과 발표문에서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북미정상회담”이라고 표현했다.

북미정상회담이면 어떻고 미북정상회담이면 어떠냐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이 대통령의 발언까지도 다르게 수정한다면 문제다. 문 대통령은 미북정상회담이 아니라 북미정상회담이라고 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을 “미북정상회담”이라고 수정한 대표적인 언론은 MBN이다.

MBN은 지난 23일 보도에서 “우리 한국과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에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저도 최선을 다해서 북미정상회담을 돕겠습니다”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면서도 제목은 “문 대통령 ‘미북회담에 한반도 운명과 미래 달렸다’”라고 썼다. MBN은 모든 리포트 제목에서 북미정상회담 대신 미북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매일경제는 한발 더 나아갔다. 27일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결과문을 발표한 후 제목 뿐 아니라 본문 큰 따옴표 안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모두 “미북정상회담”이라고 썼다.

매일경제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으로 “미북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썼고 이어 “우리 두 정상은 6.12 미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상호협력하기로 했다”라고 썼다.

어떤 사람이 말하는 표현을 그대로 써주는 게 저널리즘 원칙이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문맥을 살려 수정해 정리하기도 하지만 명칭을 수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언론사마다 약속을 정해서 쓰는 약식기호들은 있다. 편집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이 말하는 사람의 명칭 표현을 수정할 경우 의도가 달라질 수 있기에 대체로 수정하지 않는다.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동맹보다 북한과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은 제3국이지만 북한은 우리 민족이다. 언어를 사용할 때 이데올로기가 반영된다지만 미북정상회담보다 북미정상회담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북한이 한민족으로서 우리와 가까워서다.

청와대 안에서도 참모진마다 쓰는 표현이 다르다. 대개 외교라인 상에 있는 인물들은 미북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을 쓴다. 미국과 외교를 우선순위로 두고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통일부 내에서는 대부분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을 쓴다.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워딩’을 미북정상회담이라고 바꿔 쓰면서까지 보도하는 경우를 빼고, 보통 고유명칭으로 미북정상회담이라고 쓰는 언론사도 많다. 언론사 내부 편집방침으로 정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 미북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공식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자는 “큰 따옴표 안에 있는 발언에 대한 표현을, 그것도 대통령이 한 표현인데 임의대로 바꿨다면 언론 보도의 기본 원칙을 벗어난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북미든, 미북이든 표현을 쓸 수 있지만 본래 엄밀히 말하면 북한의 정식 명칭으로 하면 조미회담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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